최근 췌장암이 입속 세균ㆍ곰팡이와 연관돼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은 치명적인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2022년 기준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6.5%에 불과하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발생 기전이 명확하지 않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의 리처드 헤이즈(Richard Hayes) 연구팀은 구강 내 미생물이 췌장암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조기 진단과 고위험군 식별에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50~74세 성인 12만 2000여 명의 타액 샘플을 분석하고 약 9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후 연구진은 췌장암에 걸린 445명의 참가자와 췌장암에 걸리지 않은 참가자들의 타액 속 세균과 곰팡이 구성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27종의 세균·곰팡이가 췌장암 발생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잇몸병의 주요 원인균인 진지발리스(P.gingivalus)가 포함됐으며 효모군인 칸디다속을 포함한 4가지 곰팡이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췌장암과 관련된 27종의 세균·곰팡이를 중심으로 ‘미생물 위험 점수’를 개발했다. 특정 미생물이 많이 검출될수록 점수가 높게 산출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이 점수의 표준편차가 1 증가하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미생물 구성을 확인하면 췌장암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인과관계와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질병 예방을 위해 구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이전 연구들을 살펴보면 구강 건강은 치매나 당뇨병 등 전신 질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구강 건강을 지키는 기본은 올바른 양치 습관이다. 하루 최소 두 번 이상, 식후에 꼼꼼히 닦아야 한다. 치실을 함께 사용해야 치아 사이의 음식물 찌꺼기까지 깨끗이 제거한다. 술과 담배는 염증을 유발하고 잇몸 건강을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6개월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아 구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구강 미생물과 췌장암의 연관성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 종양학(JAMA Onc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