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급증하는 요로상피암, 신약 급여 적용 시급”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세포 독성 항암제를 쓰지 않아 기존 약제 사용 시 나타나는 울렁거림, 구토 등이 월등히 적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세포 독성 항암제를 쓰지 않아 기존 약제 사용 시 나타나는 울렁거림, 구토 등이 월등히 적다”고 설명했다.


인구 고령화로 국내서 환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요로상피암이다. 요로상피암은 요로(소변이 지나는 길) 안쪽을 덮고 있는 요로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방광암·신우암·요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10년간 신규 환자 수만 해도 44%가량 늘었다. 국내 암 유병률(2022년 기준) 10위에 환자 수도 급증세지만, 급여 제도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에게 질환의 특징과 더 나은 치료를 위한 급여 확대의 필요성을 들었다.


-주로 어느 부위에 발생하나.


“전체 요로상피암 환자의 80~90%가 방광암이고, 10~20%가 요관암과 신우암이다. 방광암이 요로상피암의 대다수를 이루다 보니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요로상피암을 방광암으로 설명하는 의사들도 있다.”


-호발하는 연령과 성별이 따로 있나.


“국가 암통계에 따르면 70대 환자가 전체의 약 3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어 60대(27%), 80세 이상(26%) 순이다. 성별로는 남성에게서 흔한데, 흡연과의 연관성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진 않았으나 흡연이 요로상피암의 주요한 인자로 알려져 있어서다. 이 외에 화학물질이나 독성 노출도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데, 남성들이 직업적으로 이러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높다고 본다.”


-질환 발병을 의심할만한 신호는 뭔가.


“가장 흔한 증상은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다. 옆구리나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마저도 소수에 한정되고 대부분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요로상피암이 포함돼 있지 않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것도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생존율이 낮은 전이성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차 치료에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등을 활용한 백금 기반 화학 요법을 쓴다. 지난 40여년 간 쓰여온 방식이다. 하지만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최우선으로 권고되는 1차 치료 옵션은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 병용 요법이다. 항체-약물 접합체(ADC)인 파드셉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함께 쓰는 방법이다.”


-파드셉 병용 요법의 이점은 뭔가.


“생존 기간의 연장이다. 29.1개월 장기 추적 관찰 결과에 따르면, 해당 요법은 백금 기반 항암 화학 요법 대비 전체 생존 기간을 두 배 이상 연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진행 생존 기간(질병이 진행되지 않고 사망에 이르지 않는 기간) 중앙값 역시 두배가량 늘렸으며 사망 위험은 49% 낮췄다. 보통 신약이 나와도 생존 기간은 조금씩, 완만하게 향상되는데 요로상피암은 새 병용 요법으로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새로운 치료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실제 현장에서의 효과는 어떤가.


“파드셉 1차 병용 요법이 승인돼 국내에서 쓰인 지 이제 막 1년을 넘겼다. 완치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간 영상학적으로 완전 관해를 보인 환자들이 꽤 있었다. 가장 빠른 환자의 경우 3개월 치료 후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었더니 완전 관해 상태가 됐다. 일반적으로 영상학적 완전 관해는 암이 거의 안 보일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를 가리킨다. 실제 앞선 연구(EV-302)에서도 파드셉 1차 병용 요법은 완전 관해 비율이 기존 항암 화학 요법보다 16.6%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작용 측면에서의 개선점도 있나.


“기존의 세포 독성 항암제는 울렁거림, 구토, 백혈구 감소와 감염, 무기력감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파드셉 1차 병용 요법은 세포 독성 항암제를 쓰지 않아 이러한 부작용이 월등히 적다. 다만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당뇨, 피부 발진 등이 생길 수 있는데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여전히 비급여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비용 부담으로 대다수의 환자가 치료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도 속상해하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고가의 치료를 권하는 게 조심스럽다.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중요한 건 환자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1차 치료 단계에 최적의 약을 사용하는 거다. 현재 이 정도의 치료 효과를 보이고, 삶의 질 관리가 가능한 병용 요법이라면 우리나라 수준의 국가에서는 1차 치료에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 등장한 만큼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다. 의료진 역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니 믿고 따라주길 바란다.


아울러 국가와 제약사 등을 비롯한 여러 유관 단체에서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물론 국가 재정 등 여러 문제로 어려울 수 있겠지만, 손 놓고 있기보다 우리나라 수준에 걸맞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나씩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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