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순간 칼이나 기계에 손이 닿아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는 단 몇 초 만에 삶을 뒤흔든다. 손은 글을 쓰고 단추를 잠그고 악기를 연주하며 누군가의 손을 잡는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섬세한 부위다. 파주 달리자병원 최승민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절단 사고는 신체 손상 이상으로 심리적 충격과 기능 상실의 두려움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손가락 절단(수지절단)은 손가락 일부나 전체가 외부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상태를 말한다. 산업현장 기계 사고, 주방 도구, 교통사고 등 원인은 다양하다. 절단이 매끄럽게 잘린 경우도 있지만 눌리거나 찢겨 복합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손상 부위와 절단 조직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과 결과가 달라지므로 사고 직후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고 직후엔 얼음에 직접 닿지 않게
손가락이 절단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올바른 보존이다. 절단 부위를 깨끗하게 헹군 뒤 거즈나 깨끗한 천으로 감싸 비닐봉지에 넣고, 그 비닐을 다시 얼음물에 담아야 한다. 얼음과 절단 부위가 직접 닿으면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동시에 환자 스스로는 출혈 부위를 압박해 지혈하며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미세수술로 살리는 ‘수지접합술’
손가락을 되살리는 대표적 치료는 수지접합술이다. 현미경을 이용해 지름 1㎜도 안 되는 혈관과 신경, 힘줄, 뼈를 하나하나 정밀하게 이어주는 난도 높은 수술이다. 절단 정도나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목적은 손가락의 생존과 기능 회복이다.
최 원장은 “손가락 절단은 삶 전체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사고 직후의 신속한 처치와 정밀한 수술 과정이 손가락의 생존뿐 아니라 감각 회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이 두 번째 수술
수술이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다. 절단된 손가락이 생착되더라도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활이 뒤따른다. 초기에는 혈류 유지가 중요하고 이후에는 관절 가동성·근력·감각 훈련이 이어진다. 손은 하루에도 수없이 쓰이는 부위이기에 재활 기간이 길고 세심하다. 수개월에 걸친 꾸준한 치료를 통해 환자는 조금씩 글을 쓰고 물건을 잡는 일상을 되찾는다.
다만 손상 부위가 심하거나 절단 후 시간이 오래 지난 경우에는 접합이 불가능할 수 있다. 최 원장은 “이럴 때는 절단된 부위를 대신할 기능 보존 수술이나 보조 기기를 활용하는 방법이 고려된다. 신속한 판단과 이송이 치료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