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늦은 5시, 대한민국 만화계의 주요 인사와 작가들이 홍대 앞 다리소극장에 모였다. 2025년 만화의 날과 ‘오늘의 우리만화상’ 그리고 대한민국만화평론가상의 수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는 만화의 날 준비위원회의 신일숙 위원장과 한국만화가협회 그리고 한국만화웹툰협회총연합(이하 만총연)의 8개 협단체 그리고 한국원로만화가협회와 한국출판만화가협회 등 만화계의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최근 ‘만화웹툰을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만사모)’이 여와 야를 망라하는 뜨거운 출범식처럼, 11월 3일은 만화의 날에 맞는 뜻이 모인 자리였고, 행사였다.
만화의 날은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과 권영섭 원로만화가협회장의 말처럼 1993년 ‘불법일본만화퇴치운동’과 1996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만화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기억하고, 대중예술로서 만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한국 만화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1년 한국만화가협회 및 관련 단체가 제정한 날이기 때문이다.
총 160여 명의 만화가, 웹툰 작가, 협단체 및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이번 기념식은 사전행사로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마련한 전문가 특강과 함께 본행사로 대한민국 만화 평론공모전, 오늘의 우리만화 시상, 그리고 만화의 날 공로상 시상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행사는 신일숙 준비위원장의 환영사로 시작되었다. 신일숙 위원장은 현재 만화웹툰계에 산적한 과제들을 열거하면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해야 함을 외쳤다. 또한 최근 다시 작품을 시작했다고 발표하면서 참석자들의 감탄과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어 권영섭 원로만화가협회장과 만총연 서범강 회장의 축사 그리고 만사모의 공동대표인 서영석 국회의원(민주당)의 영상축사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뒤늦게 대구에서의 행사를 마치자마자 꼭 참석하고 싶어서 달려왔다는 만사모 공동대표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힘)의 축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먼저 대한민국만화평론공모전의 수상자들이 호명되었고, 수상자들이 무대와 시상과 수상소감을 발표하였다.
공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성령 평론가는 ‘자기기만적 무지(無知)의 앎(知)’이라는 평론을 처음 써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한대호 평론가는 ‘<버드와처>와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저항 : “0과 1 사이, 수채화가 포착하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교사이기도 한 이성호 평론가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라는 평론으로, 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의 김선호 평론가는 ‘수차미’라는 필명과 ‘정사각형 안의 사후판단적 실존 : 인스타툰과 현대 매체 존재론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평론으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신인상에는 심우일 평론가의 ‘불완전한 인간들의 연대와 희망의 원리 – 고태호 웹툰의 미학과 윤리’과 웹툰작가이기도 한 김시원 평론가의 ‘디아스포라 청소년의 ’자기 이름‘ 찾기 – 데브 JJ 리의 <외꺼풀>론’이 선정되었다.
이미 평론상을 수상했던 평론가도, 난생 처음 평론을 시작했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은 평론가도 있었다. 또한 평론뿐만 아니라 그들의 수상 소감 속에는 현재 대한민국 만화웹툰의 트렌드 그 이면의 모습을 주목하고,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들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한국 만화 웹툰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오늘의 우리만화’상에는 솜마르 작가의 <두 마리를 위한 뜰>, 장이 글/황지성 그림 작가의 <리듬 앤 베이스볼>, 운 글/배민기 그림 작가의 <무사만리행>, 황벼리 작가의 <믿을 수 없는 영화관>, 고먕 작가의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등 총 5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이중 고먕 작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이 작가는 마감에 쫓겨 참석을 하지 못했다. 주간연재와 마감이라는 압박 속에 살아가는 만화웹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 수상 작가들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상금 700만 원이 수여됐다. 특히 <무사만리행>은 한국만화가협회장상까지 동시 수상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상(賞)’이 제법 좋다는 운 작가도 이런 행운은 처음이라며 즐거워했고, 앞선 수상소감에서 “참 좋은 밤입니다”로 마무리했던 배민기 작가는 너무 감사하고, 오늘만 술을 마시고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작업하겠다는 말로 좌중에게 즐거운 기억을 남겨주었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한국 만화계에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만화의 날 공로상은 한국 만화 스토리의 위상을 확립하고 수많은 명작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를 제시한 김세영 작가와 부산 웹툰 페스티벌을 주도하며 지역 만화 생태계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남정훈 총감독에게 수여됨으로써 2025 만화의 날 기념식은 마무리되었다.
다양한 패러다임을 보여준 오늘의 우리만화‘상
한편 ‘오늘의 우리만화’ 상은 1999년 시작된 이래 한국 만화의 발전과 흐름을 조명하며 그 권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발표된 모든 만화를 대상으로, 20회 이상 연재된 웹툰 또는 1권 이상 출간된 단행본 중 최고의 작품 5편을 선정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함께 700만 원의 상금(세금 공제 후 지급) 및 상패를 수여하였다.
박인하 선정위원장은 “올해 선정된 작품들은 신인 작가의 참신함은 물론 높은 완성도를 갖춘 <두 마리를 위한 뜰>과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중견 작가의 깊이 있는 서사와 장르적 전문성이 돋보이는 <리듬 앤 베이스볼>과 <무사만리행>, 그리고 유일한 출판만화로서 독자적인 예술적 도전이 빛나는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만화의 넓은 스펙트럼과 무한한 창작 역량을 보여주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신일숙 회장은 “2025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들은 K-웹툰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한국 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라며, “앞으로도 협회는 만화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들이 계속해서 탄생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화의 날 기념식과 오늘의 우리 만화 수상을 마지막으로 2025년 대한민국 만화웹툰계의 공식적인 행사는 모두 마무리된 느낌이다. 오늘의 우리 만화를 수상한 작품과 작가들의 수상소감으로 그 마무리를 함께해본다.
〈리듬 앤 베이스볼〉 (글 장이 / 그림 황지성) 카카오웹툰
선정평
꾸준히 야구 만화에 집중해온 두 작가의 현재성을 보여주며, 팀에서 방출당한 두 선수의 평범한 은퇴를 향한 노력을 현실감 있게 그려 큰 공감을 얻었다.
수상소감
인생 제2장이 아니라,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 독자님을 응원하며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과분한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 만화의 정을 한결같이 그려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장이/글작가)
리듬앤베이스볼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 그리고 카카오웹툰 편집부, 언제나 아낌없이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황지성/그림작가)
〈무사만리행〉(글 운 / 그림 배민기) 네이버웹툰
선정평
연재를 거듭하며 진가를 인정받은 작품으로, 2세기 후반 고리국의 무사 나루가 로마제국의 검투사 노예로 팔려가는 낯선 설정 속에서 매력적인 캐릭터와 뛰어난 연출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며 호평을 받았다.
수상소감
참 의미 있는 한 해입니다. 심사위원님들, 저희 작품을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 저희 작품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트너 배민기 작가님,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운/글작가)
웹툰작가로서 뭐하나 뛰어난 건 없지만 성실하게 연재하며 독자님들과의 약속을 지켜온 보상 같은 걸까요. 고맙습니다. 운 작가님과 저는 지체 없이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작업하겠습니다.(배민기/그림작가)
〈믿을 수 없는 영화관〉 (글/그림 황벼리) 한겨례출판
선정평
한국 만화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로 고독과 외로움의 파장을 전달한다. 에르제(벨기에 만화가, ‘땡땡의 모험’ 등으로 클리어 라인 기법을 정립한 인물) 이후 서구 만화에서 꾸준히 활용된 클리어 라인 기법(명확하고 간결한 윤곽선을 특징으로 하는 만화 기법)을 기반으로, 작가만의 특별한 시각적 언어를 창조해냈다. 작화, 연출, 서사 모든 측면에서 새로우면서도 성기지 않고 조화롭다.
수상 소감
“선정 소식을 듣기 며칠 전, 제비 무리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꿈을 꾸었는데, 이렇게 ‘오늘의 우리만화상’이라는 큰 상으로 그 길몽이 현실이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주신 독자분들과 이 영광을 나누겠습니다.” _황벼리 작가
<두 마리를 위한 뜰> 솜마르 작가
선정평
신인 작가의 참신함과 능숙함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공동체에서 배제된 외뿔 산양 우이람과 회색 늑대 사티의 여정을 그렸다. 서사, 작화, 세계관 등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소감
<두 마리를 위한 뜰>이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되다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다소 거친 이야기였지만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껏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작가를 존중해주는 플랫폼과 독자들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겸허한 자세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글/그림 고먕) 네이버웹툰
선정평
신인 작가의 참신함과 능숙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인간 문명 붕괴 후 종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새로운 공간을 통해 서사를 깊이 있게 담아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소감
이렇게 멋진 상을 받게 되어 정말 너무나도 기쁩니다. 언제나 곁에서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영광을 저의 ‘사랑스런 동그라미들(독자분들)’께 돌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만화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