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56편 응모…문체부 장관상 2편 ‘대상’
심사위원장 “K-그림책, 종합 예술장르로 성장”
지난 11월 10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2025 대한민국 그림책상’ 시상식이 열렸다. 2023년 처음 제정돼 올해 3회째인 ‘대한민국 그림책상’은 한국 그림책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 그림책을 선정하고 수출을 지원하는 상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10일 시상식에서 대상, 2편, 특별상 6편, 신인상 1편 등 총 9편의 수상작을 발표하고 상을 수여했으며, 조오 작가의 <점과 선과 새>(창비)와 김유대 작가의 <이런, 멋쟁이들!>(이야기꽃)가 픽션, 논픽션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는 이구용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직무대행, 임성환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 김민화 심사위원장, 공로상을 받은 9개 출판사 관계자 그리고 출판과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면서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특히 이번 그림책상이 더욱 기대됐던 것은 바로 며칠 전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에서 특별상을 받은 <세월 1994-2014>의 박건웅 작가가 세계 3대 그림책 상으로 꼽히는 제30회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BIB)’에서 ‘황금사과상(Golden Apple Award)’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으며, 회화를 전공한 대학 시절을 거치며 한국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에 관한 꾸준한 작업을 이어온 작가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빨치산 이야기를 다룬 <꽃>,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다룬 <황금동 사람들>과 <노근리 이야기>, 제주 4·3항쟁을 담은 <홍이 이야기>와 <4·3 표류기>, 비전향 장기수인 허영철 선생의 삶을 다룬 <어느 혁명가의 삶>,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남영동에서 견뎌 낸 22일을 기록한 <짐승의 시간> 등이 있다. 특히 <짐승의 시간>은 이번 ‘2025 그림책 대상’ 특별상을 받은 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작가의 <건축물의 기억>과도 그 서사가 맞닿아 있다.
박건웅 작가가 그림을 그린 <세월 1994-2014>은 전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의 1인칭 시점으로 참사에 이른 과정을 풀어낸 책이다.
한편, BIB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어린이·청소년 도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로, 1967년 시작된 이후 유네스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슬로바키아 문화부가 공동 후원하고 있는 행사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함께 세계 3대 그림책상으로 꼽히며, ‘황금사과상’은 BIB의 최고상인 그랑프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이다.
최근 한국의 시각예술 작품들이 국제적인 수상소식을 자주 알려오고 있다. 이는 사회적 관심과 개인적 감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한국의 작가와 작품이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 역시 한류의 새로운 시각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르로서, 이번 ‘그림책 대상’은 그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2025 그림책 상에서 흥미로운 것은 선정된 작품들의 시각적인 화려함과 완성도였다. 작년의 작품들이 글과 그림의 조화와 완성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수장작품은 한국작가들의 시각언어가 가진 개성과 표현력 그리고 그 실험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심사의 기준은 매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시각적 설득력과 글과 그림의 조화 등을 평가하는 예술적 완성도(40),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나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가를 보는 창의성과 혁신성(30) 그리고 어린이와 인간의 이해를 넓히고 있는가를 묻는 다양성과 포용성(30)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그 시대의 트렌드와 심사위원들의 주목하는 지점에 따라 수상작의 방향이 결정되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런 지점에서 미묘한 변화와 차이를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듯하다.
행사는 작년 대상 수상자인 박현민 작가의 간략한 특강에 이어 이구용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직무대행의 환영사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구용 진흥원장 직무대행은 “오늘날 한국 그림책은 독창적 상상력과 탁월한 미학으로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국제 무대에서 K-북의 위상을 새롭게 확립해 가고 있다”면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는 말로 수상작가와 참석자를 환영하였다.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장 역시 “국제도서전과 각국의 전시 무대에서 K 그림책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섬세한 감성과 독창적인 미학, 그리고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해외진출과 생태계를 튼튼히 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화답하였다. 이러한 흐름을 더욱 확산시키고자 창작과 유통, 해외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지역과 학교, 서점 그리고 도서관이 함께 그림책 문화를 나누는 생태계를 더욱 튼튼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민화 심사위원장은 “주제와 형식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독자의 사유와 감각을 동시에 확장 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며 “올해 수상작들은 한국 그림책이 지식, 예술, 사회적 가치를 아우르는 종합 예술 장르로서 성공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했다.
본격적인 시상이 시작되었다. 대상을 받은 <점과 선과 새>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짧은 글 속에 은유적으로 담긴 주제와, 아름다운 그림에 대조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문명과 자연의 파괴가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평했다.
야생 조류 유리창 충돌을 알게 돼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대상 수상자 조오 작가는 “이 책이 문제를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누군가가 작은 점과 선을 그렸을 때 누구는 그걸 보고 ‘무의미한 일이야’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는 희망이 있다. 더 나아가서 함께 점과 선을 그려주길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논픽션 분야 대상인 <이런, 멋쟁이들!>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딱정벌레에 대한 정보를 친절하고 세밀하게 전하여 과학 정보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유대 작가는 “<이런 멋쟁이들>을 읽고 하찮은 미물에 그냥 벌레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아름답고 예쁘게 보이더라고 말씀해 주신 저희 어머니께 진심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작은 것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찰하면 또 재미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상 수상작은 각각 문체부 장관상과 상금 1500만 원이 주어졌다.
6편의 특별상 중 2편 김동성의 <꽃에 미친 김군>(보림출판사)과 엄정순의 <코끼리를 만지면>(우리학교)는 각각 문체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이 외에도 특별상에 선정된 <건축물의 기억>(최경식⸱오소리⸱홍지혜, 사계절출판사), <경복궁 친구들>(조수진, 어흥대작전), 청동 투구를 쓴 소년(소윤경, 도서출판 봄볕), 환호(공은혜, 마음모자) 등 4편은 각각 출판진흥원장상과 상금 700만원을 받았다.
또한 민병권 작가는 <들어와>라는 작품으로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심사위원단은 “줄넘기 규칙을 전복해 규칙, 권력, 합의의 본질을 유머와 긴장 속에 탐구”하는 대담한 데뷔작이라 평을 남겨주었다.
저작권자 © 위클리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