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대표 IP ‘아이온’은 2008년 세상에 처음 공개된 뒤 17년 동안 변하지 않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수많은 MMORPG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동안 아이온은 확실한 정체성과 유저 기반으로 꾸준히 생명력을 이어왔다.
초기 흥행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서비스 개시 단 5일 만에 동시 접속자 20만 명을 돌파했고, 이후에는 25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164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라는 대기록도 세우며, 한국 온라인 게임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타이틀로 자리 잡았다.
당시 한국에서는 블리자드의 최고 인기작 중 하나이자 글로벌 최고의 MMORPG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맞먹었다.
아이온 인기의 원동력은 캐릭터 디자인이었다. WoW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이다. 매력은 확실해도 대중적이지 않았다. 반면 아이온은 다채로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
실제로 아이온을 즐겼던 유저들 중 “WoW의 캐릭터가 못 생겨서”라고 답했던 비율이 상당했던 이유다. 분명 콘텐츠 볼륨, 서사 등 전반적인 완성도는 WoW에 미치지 못했다. 계속 바라봐야 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게임 플레이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아이온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훌륭한 전투 구조가 뒷받침 됐기에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캐릭터와 스킬 중심의 타깃팅 전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공중전과 입체적인 전투 구도로 기존 MMORPG와 뚜렷한 차별화를 이뤘다.
여기에 ‘천족’과 ‘마족’의 대립 구도는 강한 몰입감을 더했다. 어비스와 요새전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PvP 콘텐츠는 협동과 경쟁이 맞물리며 극적인 전투 경험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승패를 넘어, 플레이어 간의 전략과 판단이 중요한 콘텐츠로 평가받았다.
콘텐츠의 밀도도 탄탄했다. 장비 제작, 채집, 인스턴스 던전, 변신 시스템까지 MMORPG의 핵심 요소들이 균형 있게 배치됐다. 단일 콘텐츠로 끝나지 않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 덕분에 유저들은 긴 시간 동안 성장의 동기를 잃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아이온의 글로벌 진출은 엔씨소프트의 위상을 바꿔 놓았다. 북미와 유럽에서 2009년 9월 동시 서비스가 시작되며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9년 현지 오픈베타 시작과 동시에 동시접속자 수가 50만 명을 넘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에도 안정적인 이용자층을 확보하며 아시아권 대표 MMORPG로 자리 잡았다. 누적 매출은 약 1조 9천억 원에 달하며, 엔씨소프트의 핵심 수익원으로서 장기 흥행 IP의 위상을 증명했다.
수상 기록도 뚜렷하다. 200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09년 독일 게임스컴에서는 최고의 온라인 게임상을 받았다. 같은 해 미국 팍스에서는 최고의 MMORPG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인지도를 높였다. 이어 2011년 아시아 온라인 게임 어워드에서 온라인 게임 부문 대상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세월이 지나면서도 아이온은 멈추지 않았다. 2020년 선보인 ‘아이온 클래식’은 원작의 감성을 복원하며 유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신규 유저 유입률이 크게 늘며, 오래된 IP도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기술적 성과도 의미가 있다. 실시간 서버 동기화, 대규모 전투 안정화, 세밀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등의 구현이 이후 엔씨소프트의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기반이 됐다.
이제 그 유산은 ‘아이온2’로 이어진다. 원작의 설계를 계승하되, 자동화된 구조를 최소화하고 조작의 즐거움을 되살렸다. PC와 모바일을 넘나드는 크로스플랫폼 기반으로, 현대적 감각의 MMORPG를 제시한다.
17년의 시간 동안 아이온은 단순한 성공작이 아니라, 한국 MMORPG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그 뒤를 잇는 아이온2가 어떤 시대적 의미를 남길지, 다시 한 번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아이온2 3번째 트레일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