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5는 게이머 입장에서 아쉬운 행사였다.
지스타는 보통 기대할 만한 신작을 처음 만나기 위해 방문한다. 하지만 올해 지스타는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없었다면 방문 이유를 찾기 어려웠을 만큼 부스 참가 규모가 적었다.
넥슨,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의 불참으로 대형 부스는 물론, 센터를 담당하는 중소 게임사들도 대거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요버스, 시프트업, 넥슨게임즈, 사이게임즈, 쿠로게임즈, 그리프라인 등 대표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들이 AGF를 선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지스타 2025의 구원자 역할을 수행했다. “11월 19일에 출시하는 아이온2와 지스타 2025에서 최초 공개된 팰월드 모바일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대다수 관람객들의 답변이 이를 증명했다.
여기에 몬길: 스타 다이브, 이블베인,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으로 무장한 넷마블과 게이트 오브 게이츠로 기대감을 끌어올린 웹젠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제2 전시관에서 블리자드와 유니티 그리고 세가 아틀러스의 존재감도 눈부셨다. 지스타 입장에선 고마운 존재들이다.
참가사 규모에서는 아쉬웠어도 지스타 2025는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에게 미래의 가능성을 입증한 의미 깊은 무대였다.
엔씨는 리니지M의 경쟁 MMORPG에서 탈피해 한국 게임업계 맏형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아이온2로 현재를,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로 미래를 보여준 엔씨는 게이머들의 인정과 기대감을 얻었다.
크래프톤은 절실했던 새로운 효자 게임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크래프톤 대표 IP인 배틀그라운드는 해마다 성과를 경신할 만큼 탄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의 성장세가 남다르다. 인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단순 게임이 아닌 포트나이트처럼 종합 커뮤니티 문화 채널로서 이용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메신저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날 정도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외 다른 게임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크래프톤의 걱정거리다. 모든 콘텐츠의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 새로운 경쟁작, 운영 이슈, 트렌드 변화, 세대 교체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초대형 인기 IP도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 당장 걱정할 필요가 없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크래프톤의 기둥이 되어줄 게임 발굴이 절실했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지스타에서 칼리스토 프로토콜, 문브레이커,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등 다양한 게임을 내놨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을 거두진 못했다. 그나마 인조이가 얼리 액세스 이후 크래프톤 라인업의 다양성을 확대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 숙원을 팰월드 모바일이 이뤄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팰월드 모바일은 2024년 글로벌 게임 시장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포켓페어의 ‘팰월드’를 모바일 환경에 구현한 게임이다.
지스타 2025에서 팰월드 모바일을 체험한 관람객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팰월드를 경험하지 않았던 관람객들의 평가는 더욱더 긍정적이다. 모바일 디바이스로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최초 시연 버전인데 훌률한 최적화가 이유로 꼽혔다.
덕분에 배틀그라운드 원툴 회사에서 탈피할 발판이 마련됐다. 자체 IP 게임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흥행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그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크래프톤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판은 잘 만들어졌다. 이제 정식 출시까지 기대감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흥행으로 나아가는 것이 팰월드 모바일의 과제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지스타 2025의 피드백으로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팰월드는 출시 직후 동시 접속자 200만 명 돌파, 누적 2000만 장 판매 등 괄목할 만한 기록들을 세우며 글로벌 게임 시장에 존재감을 알렸다. 원작의 인기가 모바일 버전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 관계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