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공관절 수술, 정확도 넘어 환자 맞춤형으로 진화


선종근 화순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도와 안정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선종근 화순전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도와 안정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무릎이 쑤신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괜한 말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면 관절도 반응한다. 추운 날씨엔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관절이 뻣뻣해지고 통증은 크게 느껴진다. 특히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엔 통증에 더 민감해진다. 여기에 기압이나 습도 변화까지 겹치면 통증은 배가 된다.


무릎관절은 자주 사용하는 만큼 퇴행성 변화가 빨리 찾아오는 부위다. 관절은 오래 쓰다 보면 마모돼 변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물리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연골이 거의 닳아 뼈끼리 부딪치는 상태(말기 관절염)로 진행되면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진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바로 인공관절 수술이다. 화순전남대병원 정형외과 선종근 교수는 “이제는 노년층뿐 아니라 활동량이 많은 50·60대에서도 관절염이 낯설지 않다”며 “인공관절 수술은 정밀한 로봇을 통한 맞춤형 수술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부위를 인공관절로 대체해 무릎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다. 관절 전체를 바꾸는 ‘전(全)치환술’과 손상된 구획만 교체하는 ‘부분치환술’로 나뉜다.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 무릎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느냐’다. 선 교수는 “과거 인공관절 수술이 통증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환자 개개인에게 맞춰 무릎 기능을 되살리는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다리를 일자로 펴는 것이 이상적인 정렬이라고 여겼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죠.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닙니다. 환자마다 체형과 생활습관, 해부학적 특성이 다른 만큼 정렬 목표도 환자에게 맞게 달리 계획돼야 합니다.”


선 교수가 주목한 건 한국인 고유의 무릎 정렬 구조다. 실제로 그는 최근 국내 환자의 무릎 정렬 형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게는 선천적으로 O다리 형태가 많고, 표준으로 삼았던 기존 ‘일자 정렬’이 반드시 이상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선 교수는 “그동안 일률적인 서구형 기준(중앙 정렬)을 적용해 왔던 것이 일부 환자에서 수술 만족도가 낮았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크게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환자의 무릎 정렬과 체형에 맞춰 수술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인공관절 임플란트를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것이다. 후자가 이상적이지만, 현실화하긴 어렵다. 매번 수술 기구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맞춤형 수술은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에 맞는 정렬과 각도를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때 로봇이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해준다. 로봇 수술이 등장하면서 수술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


-수술의 정확도가 얼마나 향상됐나.


“로봇 수술은 오차를 줄이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기존 인공관절 수술에선 의사의 감각에만 의존했다면, 로봇 수술은 CT 기반의 3D 데이터를 활용해 무릎 정렬과 절삭 위치, 각도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수술 중에도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로봇이 실시간 가이드를 해준다. 수술자의 판단을 보완해 정확도와 재현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2004년부터 로봇 수술 시스템을 운영했다. 2022년에는 3세대 수술 로봇인 ‘마코(Mako)’를 도입하며 인공관절 수술 체계를 끌어올렸다. 선 교수는 “마코 로봇 도입 이후 부분치환술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로봇 수술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의사들도 수술에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부분치환술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부분치환술은 전치환술보다 절개 범위와 절삭량이 적다. 건강한 조직은 그대로 보존할 수 있어 무릎의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럽다. 하지만 전체 인공관절 수술의 10%도 안 되는 고난도 수술에 해당한다. 시야가 좁고 작업 공간이 제한돼 경험이 많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렵다. 로봇 도입 후 이러한 제한이 크게 줄었다. 정밀도가 향상되고 수술 결과가 일정해지면서 부분치환술 건수가 점차 늘고 있다.”


-인공관절은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나.


“인공관절의 수명은 금속 사이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의 마모에 달려 있다. 정렬이 정확하면 하중이 고르게 분산돼 플라스틱이 잘 닳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은 무리 없이 쓰며, 2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어떻게 전망하나.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환자별 데이터가 결합해 진정한 의미의 개인 맞춤형 수술로 발전할 것이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단순한 절삭이 아니라 환자 고유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되살리는 데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로봇은 정밀한 수술을 돕는 핵심 도구다. 하지만 수술 결과를 좌우하는 건 결국 의사다. 판단력과 술기를 갖춘 의사, 그리고 의료진을 믿고 따르는 환자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로봇을 찾기보다 믿을 수 있는 의사를 찾는 게 현명하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생활정보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