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을 앞둔 송도 글로벌 R&PD 센터. 글로벌 공동개발 및 기술 상용화를 촉진할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31357_33074_2611.jpg?resize=600%2C349)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 중심의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경험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재무 안정성을 강화했다. 동시에 차세대 백신, 신기술 플랫폼을 앞세운 연구개발(R&D) 성과를 구체화하며 팬데믹 이후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3분기 실적이 이를 입증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서 연결 기준 매출 1508억원, 영업손실 19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하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영업손실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는 생산 효율화와 비용 구조 개선, 글로벌 자회사 실적 반영이 맞물리며 재무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이 동시에 강화된 결과로 분석한다.
글로벌 입지 강화, 중저소득국가에 진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상승에는 독일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IDT바이오로지카’가 큰 역할을 했다. IDT는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풀 밸류체인을 보유한 기업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다수의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SK 측에 인수된 이후 분기 평균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회사의 실적을 견인 중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약 4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4 배 이상 늘었다. 회사는 수주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2028년까지 IDT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세대 백신 파이프라인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21가 폐렴구균 백신(PCV21)’이다. 이는 기존 13가, 15가 백신보다 혈청형 범위를 넓힌 백신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유럽·호주 등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며 중국에서 임상 승인을 획득했다. 동시에 고가수 백신 개발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소아와 성인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확보해 세대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폐렴구균 백신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향후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획득을 통해 중저소득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할 생산 인프라도 정비 중이다. 경북 안동의 L하우스에 구축된 폐렴구균 전용 생산 시설은 올해 준공식을 마치고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기존 생산동을 3층 규모로 확장해 약 4200㎡의 신규 공간을 확보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인 cGMP 인증 획득도 추진 중이다. 발효부터 충전까지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이 시설은 향후 차세대 백신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차세대 백신 플랫폼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기존 합성항원·세포배양 기술에 더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까지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일본뇌염·라사열 등을 대상으로 한 mRNA 백신 후보물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일본뇌염 백신 후보물질 ‘GBP560’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임상 1·2상이 시작됐다. 건강한 성인 402명을 대상으로 용량·투여 횟수·안전성을 평가하는 단계로, 내년 중간 결과 확보를 목표로 한다. GBP560은 앞선 비임상 단계에서 반복투여 독성시험과 동물 효능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확보한 상태다. 빠른 설계와 대량 생산이 가능한 mRNA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신속한 감염병 대응이 가능하다. 질병관리청과는 세포배양 기반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 중이다. 내년 하반기 임상 1·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변이 대응력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국가 방역 체계 강화와 백신 기술 자립을 동시에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R&PD 센터, 연구·생산 거점 활용
기술 경쟁력 강화의 또 다른 축은 글로벌 보건 네트워크와의 협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게이츠재단과 10년 넘게 협력하며 장티푸스, 코로나19, 신흥 감염병 백신 연구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는 mRNA 일본뇌염 백신, 차세대 에볼라 백신의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 협력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글로벌 공중보건 파트너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R&D 인프라 확충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천시 송도에 건립 중인 글로벌 R&PD(연구공정개발) 센터는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공정 개발, 파일럿 생산, 임상 지원까지 아우르는 약 3만4000㎡ 규모의 통합형 연구 거점이다. 완공 후에는 게이츠재단·CEPI·사노피 등 해외 기관 및 파트너사와 협력 연구의 허브로 활용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실 중심의 경영 기조 속에서도 R&D와 네트워크 확장을 병행하며 재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며 “차세대 백신 상업화와 글로벌 CDMO 안정화가 맞물리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가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