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연운 “무협 오픈월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최근 오픈월드 RPG 시장이 포화 상태다. 비슷한 구조의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신선함을 느끼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새로운 작품이 나와도 기존 게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유저들의 기대감도 점점 시드는 추세다.

이에 중국 게임사들은 전통 무협 판타지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자국의 문화를 어필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소재만 가져왔느냐, 제대로 구현했느냐다. 이 갈림길에서 넷이즈게임즈 신작 ‘연운’은 후자에 가깝다.

체험 버전에서 가장 놀랐던 건 완성도였다. 체험 버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콘텐츠가 풍부하고, 각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대 이상이었다.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요즘 AAA급 게임들이 70~80달러를 호가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게임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건 꽤 파격적이다. 물론 과금 요소가 있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치장 요소에 집중되어 있어서 부담이 적다.

무협이라는 장르 자체가 국내 유저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서양 판타지처럼 여러 콘텐츠를 통해 접해본 세계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운은 무협을 잘 모르는 유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직관적인 시스템과 친절한 가이드가 진입장벽을 낮춰준다.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강호 이야기

-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연운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도’다. 플레이어는 언리얼 엔진5로 구현된 대규모 오픈월드, 1만 명 이상의 AI 기반 NPC가 살아가는 무협 세계에서 한 명의 강호인이 되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20여 개의 독특한 지역을 탐험하며 자신만의 강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방식이다.

필드에 숨겨져 있는 아이템을 찾거나 비경을 탐험하는 것도 가능하고, 다양한 문파에 가입하거나 여러 무공을 익히는 것도 가능하다. 전투뿐만 아니라 의학 같은 생활 기술을 배우며 강호에서 살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협력자가 되기도 하고 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NPC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무작정 NPC를 죽이는 게 허용되는 건 아니다. 가령 마을 NPC를 공격하다가 주변 NPC가 이를 목격하면 관가에 고발하려고 한다. 

목격자도 함께 처치해 고발을 막으면 문제가 없지만, 고발이 들어가면 고의 상해죄 알람이 뜨면서 체포령이 발동하고 경비병들이 플레이어를 체포하기 위해 몰려든다. 순식간에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이 긴장감이 꽤 재미있다. 물론 도망칠 수도 있고 맞서 싸울 수도 있다.

- 마을 NPC를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 마을 NPC를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야겠지?
–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야겠지?

경비병에게 체포되면 일정 시간 동안 감옥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처럼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연운의 세계가 반응하고, 그 결과를 직접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NPC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관계가 달라진다는 점도 몰입감을 높인다.

도시의 건물 대부분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상인이 물건을 팔고, 아이들이 골목을 뛰어다니며, 경비병이 수문을 오가는 등 NPC들이 각자의 일과를 이어간다.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시간과 날씨, 그리고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세계가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소나기가 내리면 NPC들이 우산을 펴고 이동하고, 시간대에 따라 태양의 각도와 그림자가 바뀐다. 이런 디테일이 쌓여 몰입감 있는 오픈월드를 만들어낸다.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선택은 이 세계에 분란을 야기하거나, 무협 세계의 영웅을 탄생시킬 수 있다. 선과 악, 명예와 자유, 모험과 생존 등 다양한 가치가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라 변화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전설을 만드는 진정한 무협 세계를 구현했다.

 

접근성과 깊이를 동시에 잡은 전투

- 2가지 무기를 선택해 언제든지 바꿔가며 전투를 펼칠 수 있다
– 2가지 무기를 선택해 언제든지 바꿔가며 전투를 펼칠 수 있다

연운의 전투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액션 RPG와 유사한 형태다. 회피와 패링으로 적의 공격을 흘려내고 공격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익숙하지만, 무협 특유의 화려한 연출과 경공 시스템이 더해져 차별화된 느낌을 준다.

패링 시스템은 세키로를 플레이해봤다면 익숙한 구조다. 적의 공격을 패링으로 튕겨내거나 공격하면 체간과 유사한 ‘진기’가 감소하는데, 진기가 모두 감소했을 때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물론 세키로 같은 소울라이크 장르처럼 어려운 컨트롤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게임 내에서 지원 옵션도 제공하기 때문에 기자와 같은 ‘똥손’ 유저도 누구나 쉽게 플레이 가능하다. 전투 난이도도 스토리, 추천, 어려움으로 나뉘어 있어 자신의 실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지원 옵션을 켜두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연운의 전투는 보스전을 제외하면 다대일로 진행된다. 특정 적을 공격할 때도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오기 때문에, 정말 고수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화면 밖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튕겨낼 수 없다.

-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패링 지원 옵션이 큰 도움이 된다
–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패링 지원 옵션이 큰 도움이 된다

지원 옵션을 활성화하면 적이 공격 시 화면이 느려지면서 패링 키 입력 UI가 표시된다. 시간 내에만 누르면 모두 패링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여러 적을 상대하다 보면 이 정도 도움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무기는 검, 창, 도, 쌍도, 승표, 부채, 우산 등 7종이 있다. 무기마다 공격 스타일과 스킬이 다르다. 무기는 2가지를 장착해 언제든지 바꿔가며 전투를 펼친다. 자연스러운 연계가 가능해서 상황에 맞춰 무기를 교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기 장착 시 사용 가능한 스킬 외에도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있다. 공통 스킬들은 어떤 무기를 들고 있어도 쓸 수 있어서, 전투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올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 무협하면 빠질 수 없는 '경공'
– 무협하면 빠질 수 없는 ‘경공’

대표적인 스킬이 무협하면 빠질 수 없는 ‘경공’이다. 경공의 종류도 다양하고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먼 거리를 단번에 이동할 수 있다. 경공 연출도 뛰어나서 정말 무협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

그 외에도 곰의 움직임을 모방해 기술로 만드는 ‘태극’, 상대의 혈을 짚어 마비시키는 ‘금옥점혈수’ 등이 있다. 이런 무협 특유의 기술들이 전투에 독특한 맛을 더한다. 다양한 스킬을 조합하며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전투는 화려하면서도 전략적이다. 단순히 버튼을 연타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무기와 스킬을 선택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패링을 성공시켜야 한다. 난이도 조절과 지원 옵션 덕분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전투를 원하는 유저도 만족할 만하다.

 

익숙하지 않은 무협 용어들

- 무협 관련 고유명사가 많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 무협 관련 고유명사가 많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설명했듯이 전반적인 완성도는 굉장히 높다. 스토리 연출, 전투, 자유도, 월드 등 빠지는 게 없다. 각 요소가 제대로 만들어졌고, 게임을 즐기는 데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오픈월드 액션 RPG로서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유 명사가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처음 보는 무협 용어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게 생각보다 몰입을 방해한다. 용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스토리에 집중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RPG 장르는 대부분 영어 기반이기도 하고, 게임뿐만 아니라 소설,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이미 익숙해져 있다. 서양 판타지 세계관 자체가 유저들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연운은 무협 장르이고, 한자를 기반으로 한다. 지명이나 몬스터의 이름, 장비 이름 같은 경우는 상관없지만 첩음, 천부 등 무슨 말인지 단번에 파악하기 힘든 용어도 많다. 게임 내에서 설명이 있긴 하지만, 매번 확인하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다행히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개선하겠다는 개발진의 언급이 있었으니,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용어 현지화나 직관적인 설명 추가 같은 방식으로 개선된다면, 무협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훨씬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료지만 완성도는 유료급

- 무협 세계관에 맞는 다양한 치장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다
– 무협 세계관에 맞는 다양한 치장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다

체험 버전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만 봐도 연운은 소위 ‘혜자’ 게임에 속한다. 최근에 출시되는 AAA급 게임과 비교해도 볼륨은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체험판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아서, 몇십 시간을 플레이해도 다 경험하지 못할 정도였다.

게임 본편을 미완성으로 출시하고 확장팩, DLC 등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했던 일부 게임들과는 비교하기 미안한 수준이다. 모든 게 무료로 제공된다. 유저에게 충분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개발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당연히 인게임 내 과금 요소도 온전히 치장 요소에 집중되어 있다. 게임을 유리하게 만드는 능력치 상승 아이템은 없다.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 전혀 지장이 없고, 과금은 순전히 외형을 꾸미고 싶은 유저들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옷, 모자, 망토, 장신구, 무기, 탈것 등 다양한 치장 요소가 있다. 각 아이템의 디자인도 무협 분위기를 잘 살렸고, 조합에 따라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치장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해서, 게임 내에서 획득 가능한 것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콘텐츠가 된다.

공격 이펙트도 구매해 바꿀 수 있다. 무술, 비결, 대기 자세, 결산 연출 등 전투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같은 무기를 사용해도 이펙트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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