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5 “본질은 유효했으나 정체성 확보는 필수 과제”

지스타 2025 현장 (사진=최은상)
지스타 2025 현장 (사진=최은상)

대한민국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가 성황리 막을 내렸다. 

예년 못지않은 열기 속에서 개막했지만, 전시장의 체감 분위기는 복합적인 평가가 뒤따랐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등 일부 대형 게임사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현장의 열기를 이끌었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거 불참으로 전반적인 볼륨감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을 직접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의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지며 게임쇼의 본질적인 힘은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했다.

지스타의 또 다른 중심축은 ‘내러티브’를 키워드로 삼은 전문 컨퍼런스, G-CON이었다. 올해는 스퀘어 에닉스의 호리이 유지, ‘파이널판타지14’의 요시다 나오키, ‘33 원정대’의 제니퍼 스베드버그-옌 등 세계적 창작자들이 연사로 참여하며 행사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된 공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호응이 이어졌으며, 게임 개발자뿐 아니라 영화감독까지 합류하며 콘텐츠 산업 간 교류의 장으로 발전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 역시 올해 지스타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역대 최초로 현직 총리 자격으로 지스타를 방문해 규제 완화와 산업 성장 지원 의지를 직접 밝혔다. 여야 정치권 역시 연이어 현장을 찾으며 게임 산업을 미래 먹거리이자 핵심 문화 콘텐츠로 재평가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특별위원회 2기의 출범 또한 산업 생태계 지원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이면에는 글로벌 게임쇼로서의 위상에 대한 고민도 짙게 남았다. 전시장 규모와 방문객 수는 지난해와 유사했지만, 넥슨·스마일게이트·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 등 굵직한 대형사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볼거리가 줄었다’는 현장 평가가 잇따랐다. 해외 게임사와 인디게임 부스가 그 빈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완전한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임스컴·TGS·AGF 등 다양한 발표 무대가 늘어난 가운데, 지스타가 향후 어떤 차별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게임쇼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올해도 약 20만 명 이상이 지스타 2025을 방문했다 (사진=최은상)
올해도 약 20만 명 이상이 지스타 2025을 방문했다 (사진=최은상)

 

■ 올해도 이어진 신작들의 향연   

엔씨소프트 부스 앞은 아이온2를 시연하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진=홍수민)
엔씨소프트 부스 앞은 아이온2를 시연하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진=홍수민)

메인 스폰서를 맡은 엔씨소프트는 300부스 규모의 전시 공간을 꾸몄다. 돔형 대형 스크린과 시연존을 설치하고 5종의 신작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온2’는 쾌적한 시연을 위해 단일 게임 규모로는 최대 좌석인 100석의 시연 환경을 마련했지만, 시연 대기 시간만 4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신작 ‘신더시티’ 역시 호평을 받았다. 

크래프톤 역시 올해 지스타를 캐리했다. 일본 게임 개발사 포켓페어의 ‘팰월드’ IP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신작 ‘팰월드 모바일’을 출품한 크래프톤 부스 역시 인산인해였다. 배틀그라운드 무대와 펍지 카페도 관람객을 대거 끌어모았다.

넷마블도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 이어 연속으로 지스타에 참가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다. 신작으로 액션 RPG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와 협동 액션 ‘프로젝트 이블베인’을 출품했다.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층 발전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수집형 액션 RPG ‘몬길: 스타 다이브’도 관람객을 맞이했다.

웹젠은 ‘뮤’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G’를 비롯해 서브컬처 게임 ‘게이트 오브 게이츠’를 선보였다. 위메이드맥스 역시 전략 기반 서브컬처 게임 ‘노아’를 출품해 다양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집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3’를 비롯한 18개 신작을 공개하기도 했다. 

크래프톤 부스 역시 '팰월드 모바일'을 시연해보려는 관람객들로 가득하다 (사진=문원빈)
크래프톤 부스 역시 ‘팰월드 모바일’을 시연해보려는 관람객들로 가득하다 (사진=문원빈)

 

■ 지스타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은 G-CON

대부분의 세션에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사진=문원빈)
대부분의 세션에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사진=문원빈)

지스타 2025의 핵심 기획을 꼽자면 단연 ‘내러티브’를 주제로 국내외 개발자와 영화감독이 연사로 나선 ‘지콘(G-CON)’이다. 특히, 올해 연사들의 밸류가 높아지며 장내에는 뜨거운 호응과 호평이 이어졌다. 

스퀘어 에닉스의 대표작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만든 게임 디자이너 겸 시나리오 총괄인 호리이 유지, 올해 GOTY 후보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수석 작가 제니퍼 스베드버그-옌, ‘파이널판타지14’의 요시다 나오키, 영화 ‘굿뉴스’의 변성현 감독 등 내로라하는 업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고전 ‘피노키오’를 잔혹 동화로 재해석한 소울라이크 ‘P의 거짓’을 개발한 네오위즈 개발진의 강연 이후에는 사인회가 열릴 정도로 업계 관계자나 관람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했다. 뜨거운 현장 열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덕분에 지콘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된 공간에서 열렸음에도 대부분의 세션에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관람객들도 글로벌 창작자들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극찬했다.

'파이널판타지14'의 요시다 나오키 P/D가 강연했다 (사진=홍수민)
‘파이널판타지14’의 요시다 나오키 P/D가 강연했다 (사진=홍수민)

 

■ 게임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관심 확인

지스타 2025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사진=게임기자클럽)
지스타 2025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사진=게임기자클럽)

올해 지스타는 게임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현직 국무총리 최초로 지스타 현장에 방문해 “게임 산업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규제를 풀겠다”라고 발언했다.

김 총리는 “대통령께서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셨고 저도 그런 말씀을 같이 나눈 바 있다”며 “게임이 산업으로서 인정받고 정착한 상황인 만큼, 규제 논의 등 정부가 할 일이 많다”고 언급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하루 앞선 지난 14일 지스타에서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K게임 미래 전략을 위한 현장 간담회’ 참석해 게임업계 임원들과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 대표는 게임 산업을 ‘한류 콘텐츠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면서, 산업 종사자들이 당당히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국회 및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게임특별위원회(이하 게임특위) 2기’의 공식 출범을 알리며, 게임 산업 진흥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바 있다. 게임을 ‘문화·산업·미래세대의 핵심 콘텐츠’로 재조명하며, 규제 완화와 산업 육성을 병행하는 종합 정책 청사진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지스타 2025 현장을 찾았다 (사진=최은상)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지스타 2025 현장을 찾았다 (사진=최은상)

 

■ 흔들리는 글로벌 게임쇼의 위상 

체감 밀도가 크게 떨어진 지스타 2025 (사진=문원빈)
체감 밀도가 크게 떨어진 지스타 2025 (사진=문원빈)

전시장 볼륨은 예년만 못했다. 올해 지스타는 주최측에서 44개국 1273개사, 3269부스 규모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지스타 2024가 일반관과 기업관을 포함해 3350여 부스 규모로 개최됐으니 수치상으로는 작년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총 방문객 수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스타 2024는 4일간 약 21만 5000명이 방문했고, 올해는 총 약 20만 2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올해 유독 “올해 유독 볼 게 없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체감 밀도 감소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의 불참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대거 빠졌기 때문이다. 

그 빈자리를 해외 게임사와 인디게임 부스가 대체했지만 완전히 그 자리를 메꿀 수는 없었다. 8년만에 정식 출시를 앞둔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배틀스테이트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신작이 없었던 탓이다. 아틀러스와 블리자드 모두 기존 게임을 선보였다.

독일의 ‘게임스컴’이나 일본의 도쿄게임쇼(TGS)에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신작을 발표하며 지스타 참가할 계기가 적었다는 분석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AGF)’로 빠지는 추세인데다가, 커뮤니티 행사를 비롯해 자체 쇼케이스 등 대체 행사가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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