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한인보 교수와 미국 럿거스대학교 이기범 교수 공동연구팀이 외상성 뇌손상의 근본적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외상성 뇌손상은 1차 손상 이후 신경염증, 혈관 기능 이상, 신경세포와 지지세포의 사멸 등 2차 손상이 계속된다. 이는 주변 정상 조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회복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운동·기억·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기존 수술이나 약물로 출혈·부종·염증을 완화할 수 있으나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근본 치료는 거의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에서 분화한 신경전구세포를 저산소 유도제로 처리해 뇌와 유사한 저산소 환경을 만들었다. 이후 신경재생과 혈관 신생에 중요한 단백질과 마이크로RNA가 풍부한 세포외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를 생산했다. EV는 세포가 만든 단백질·유전자 물질을 작은 막에 담아 외부로 보내는 미세 입자다. 손상 조직 회복, 염증 조절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단독 사용 시 전달 효율이 낮고 유지 기간이 짧은 한계가 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EV와 함께 젤라틴 기반의 생체적합 하이드로젤을 탑재해 손상된 뇌 부위에 주입했다. 하이드로젤은 뇌 조직과 유사한 탄성을 지니며 손상 부위에 밀착돼 EV를 서서히 방출한다. 이를 통해 치료 신호가 장시간 전달되도록 돕는다.
연구 결과, 외상성 뇌손상 모델에서 하이드로젤-EV 복합체를 주입했을 때 ▶손상된 뇌 조직 병변 크기 40% 이상 감소 ▶신경세포 재생과 축삭(신경 연결부) 재형성 ▶혈관 재생·염증 억제 ▶운동·인지 기능의 회복이 확인됐다.
한인보 교수는 “외상성 뇌손상 치료의 핵심 문제인 이차적 염증 반응과 신경회복 실패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저산소 환경에서 유래한 EV의 생물학적 신호를 생체적합적 전달체 하이드로젤로 안정적으로 전달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기존 세포치료의 면역학적 한계를 넘어선 비세포 기반의 나노 생체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척수손상·허혈성 뇌질환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생의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