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난청 환자, 인공와우 이식했더니 치매 위험 뚝


심한 난청 환자에게 청각보조이식기인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장영수 교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장영수 교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장영수 교수 연구팀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서영준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박경호 교수 연구진과 함께 인공와우 이식이 청력 회복뿐 아니라 인지 기능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장애등록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인공와우가 청력 재활을 넘어 노년기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국가 단위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한 국내 첫 연구다.


연구팀은 2010~2020년 장애 등록 기준을 충족하는 중등도 이상 난청 환자 39만 1195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첫 난청 진단 당시 치매 병력이 없었다.


분석 결과, 인공와우 이식 환자 5814명 중 4.9%가 추적 기간 중 치매를 진단 받았다. 인공와우를 이식하지 않은 환자(38만 5381명)의 치매 진단율은 16.1%로, 이식 환자의 치매 진단율이 비이식 환자보다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50세 이상 환자군(35만 6850명)에서도 인공와우 이식군 11.2%, 비이식 군 17.5%로 차이가 나타났다. 70대 이상도 각각 18.4%, 21.8%로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난청 진단 후 치매가 발생하기까지 걸린 기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인공와우 이식 환자의 평균 발병 시점은 1886.9일(약 5.2년), 비이식 환자는 587.7일(약 1.6년)로 이식군의 치매 발병 시점이 3배 이상 늦었다.


연구팀은 인공와우 이식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이유로 ‘인지적 부담(Cognitive load) 감소’를 꼽았다. 난청이 심하면 뇌는 소리를 해석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로 인해 기억력·판단력 등 다른 인지 기능에 쓸 에너지가 줄어든다. 인공와우는 이러한 과부하를 줄여 뇌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장영수 교수는 “난청은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치료로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인공와우는 단순히 소리를 듣게 하는 기기가 아니라 뇌의 인지기능을 지키는 중요한 치료 수단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70세 이상에서도 효과가 확인된 만큼 청력 치료는 치매 예방의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무작위 대조시험을 통해 청각 재활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생리적 기전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이과·이신경학(Otology & Neurot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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