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AI 시대 첨단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촉진할 수 있게 금·산(金産)분리 규제 완화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정적인 입장으로 드러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산 분리 완화는 ‘최후의 카드’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주 위원장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규제를 일부기업의 민원차원에서 바꿀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공정위, 금·산 분리 규제 완화 ‘신중론’
금·산 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게 규제한 제도로 1982년에 도입됐다. 그로부터 대기업의 투자와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철저히 거부됐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지주회사 산하에 투자회사(GP)를 두고 직접 펀드를 조성하지 못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날 주 위원장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론으로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와 배치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샘 볼트만 오픈AI 최고 경영자를 만나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날 주 위원장의 신중론이 대통령의 지시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완화 검토지시가 재원을 조달할 때 경제적 집중이나 독과점 폐해를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첨단산업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였다는 해석이다.
주 위원장은 또 신중론이 금산분리 완화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논의해 본 뒤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강화행위는 보다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기업 성장할수록 343계단식 규제
경제계는 금·산 분리 제도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상법 등 경제규제법 강화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늘 아우성이다.
대한상의가 23일 ‘기업 규모별 규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기업은 성장할수록 각종 규제와 부담이 증가하는 반성장 정책의 규제를 받는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부산대 김영주 무역 학부 교수팀에게 의뢰하여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자산이나 매출 증가 등 규모에 따라 ‘계단식’으로 차등, 중복규제가 결과적으로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회 기업성장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414465_217773_852.jpg?resize=600%2C374)
구체적으로 상법을 비롯하여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외부감사법등 12개 법률에 따른 343개 단계식 규제가 기업을 압박하게 된다. 보고서는 이를 기업의 성장에 벌칙을 가하는 페널티 성격으로 기업이 성장할수록 새로운 의무가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이처럼 성장단계별로 가중 규제하는 제도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주 교수는 “영·미 권의 경우 규제 목적상 기업을 대·중·소로 세분해 누적규제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우리나라만이 규모에 따른 규제가 여러 법률에 의해 중복된 구조로 기업 성장을 저해시킨다고 지적한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대기업만 규제하는 법령이 따로 제정되어 있지 않다. 영국도 회사법에서 공개기업과 비공개기업을 구분하지만, 공개회사를 규모별로 차등규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독일이 상법상 소·중. 대기업으로 구분하지만, 이는 재무제표 작성, 공시, 감사 등 회계목적에 한정된 기준일 뿐이라고 한다.
경총, 고용·노동 관련 25개 법률 357개 형벌
경총은 23일 ‘법인세 유효세율 국제 비교’ 결과 2023년 기준 우리나라가 24.9%로 OECD 38개국 가운데 9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는 OECD 평균 유효세율 21.9%, G7 평균 24.1%보다도 높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017년 대비 2023년 1.9% 포인트 올랐지만, OECD 평균을 오히려 1.7% 포인트나 낮아졌다.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이 높아진 것은 글로벌 산업 경쟁력 약화를 뜻하게 된다.
경총은 이보다 앞서 지난 19일 ‘고용·노동 관련 법률상 기업형벌 규정 현황 및 개선 방향’ 보고를 통해 5개 분야 25개 법률에 의해 형벌조항이 357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형벌 규정의 65%는 사업주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형벌조항의 75%는 징역형이며 행위자 처벌 외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추가하는 양벌규정이 전체 형벌 규정의 94%에 달한다.
형별 규정 법률로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82개 조항을 비롯하여 근로기준법 72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1개 순이다.
경총은 고용·노동 관련 과도한 형벌이 기업의 기술개발, 신사업진출, 해외투자 유치 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사업주를 처벌하는 규정이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 관련 처벌 규정이 없고 영국도 근로시간 위반시 시정명령 한 뒤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지적한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414465_217771_729.jpg?resize=600%2C9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