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첨단재생의료 기술을 통해 희귀·난치 질환을 치료하기까지, 마지막 관문만 남겨둔 상황이다. 국내 첨단재생의료는 높은 기술력을 가졌지만, 입법·행정적 제반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관련 산업은 물론 환자들도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온 상황. 최근 국회와 전문가, 민간이 손을 모아 정책·입법 과제를 논의하는 등 첨단기술 실현을 위한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자, 시선은 최종 예산 심의로 집중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첨단재생의료 환자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입법과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이수진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 김현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김영배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이개호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함께,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가 공동주최했다.
현장에는 산·학·연·병 분야의 전문가와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획재정부·과학기술혁신본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다부처 정부 관계자, 희귀·난치성 소아 안질환 환아 가족과 환자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다뤄진 주제는 첨단재생의료와 관련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국가 전략·규제·예산·임상·실증·산업·환자 접근권 전반을 포괄하는 의제로 놓고 논의한 첫 ‘전 생태계’ 자리라는 큰 의미를 가졌다.
李대통령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국회 논의 맞물릴까
이번 토론회는 최근 대통령이 주재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회의에서 “중대·희귀·난치 질환자에 대한 줄기세포·유전자치료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실증과 임상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감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밝혔다.
이수진 의원은 현장에서 “이는 단순한 방향 제시가 아니라, 현 제도적 장벽이 환자 치료기회를 막고 있다는 현실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하며 “현재의 공급자 중심 R&D 구조를 넘어서, ‘환자 수요 기반 R&D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현 의원 또한 “연구 단계에서 축적된 훌륭한 성과들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라며 “유전자·세포치료제의 제조와 실증 기반을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 때문에, 국내에서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라고 일갈했다.
“기술은 있는데 제도와 정책이 미흡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in vivo 유전자치료제와 국내 제도 간의 격차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현재 미국·EU·일본 등에서는 다수의 유전자치료제가 승인돼 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실제 치료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행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에서 ‘인체세포 등’ 정의에 유전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아, in vivo 유전자치료제가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한 상태다.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불가능한 소아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의 환아들은 치료 시기를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는 “국내에서 좋은 원천기술과 연구 역량이 쌓여 있음에도, 이를 환자 치료 기회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병목이 심각하다”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은 한국이 기초연구는 강하지만 임상·사업화 단계에서 ‘실증 병목’에 막혀 있다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현재 구조로는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고가의 유전자·세포치료제 임상을 추진하기 어렵다”라며 “공공 실증 플랫폼이 구축돼야 국내 개발 기술이 실제 희귀질환 치료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유전자세포선도화 전략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설계비용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은 이날 미국의 BGTC, PCORI, n-Lorem 모델을 분석하며 한국형 혁신적 임상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소라 원장은 해외의 혁신 모델을 참고하되 한국의 환경에 맞는 ‘환자 수요 기반 R&D’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우리나라가 유전자·세포치료·활용에 있어 정책 및 재정지원 단계만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현재 복지부, 과기부, 식약처 등의 다부처가 각 기능을 수행 중인데, 앞선 제안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 구조설계를 하고 환자 중심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에 대한 일반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재부, 복지부, 과기부… 정책 위한 재정지원 필요”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대표는 “대통령께서 중대·희귀·난치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유전자치료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과감한 제도 개편을 강조하신 것은, 우리나라 첨단재생의료 정책이 이제 중요한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토론회에서 국회, 정부, 전문가, 환자단체, 산업계가 함께 논의한 내용들이 실제로 환아들의 치료 기회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복지부·과기부는 물론 기재부가 이러한 방향성을 정책과 재정지원이라는 형태로 ‘국가적 약속’으로 완성해 주는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한 걸음이 필요하다”라며 “환아와 가족들은 그 선택이 현명하게 내려지기를 믿고 있으며, 아픈 아이들에게도 평범한 일상을 돌려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정부 다부처 즉각 반응 보였다
이수진 의원은 토론회 직후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전문가와 환자단체가 이날 제기한 과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 입법 조치로 평가된다. 아울러 정부 부처 관계자들 역시 패널로 참여해, 각 부처의 연구개발 예산, 국가 R&D 전략, 첨단바이오기술 정책, 재생의료 정책,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 등을 연계해 후속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와 전문가, 민간 그리고 정부 관계자가 모두 참여해, 한국형 첨단재생의료 전략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실질적 출발점이 됐다. 전문가 논의와 대통령의 규제 합리화 메시지, 국회의 입법 발의, 정부의 후속 의지, 환자단체의 구체적인 요구가 맞물리며 “기술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제도·정책·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한국형 해법이 점차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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