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24일 진행한 신작 ‘아이온2’의 라이브 방송으로 유저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김남준 엔씨 아이온2 개발 PD의 방향성과 소통 노력이 향후 운영을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6일 적용된 업데이트의 반응은 24일 방송에서의 기대감과 전혀 다르다.
엔씨는 26일 ‘유저 간의 격차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목으로 비정상적 재화 수급처를 차단하고 재화 수급량 및 아이템 드롭률을 하향했다. 선발대 유저들이 각종 콘텐츠의 허점을 이용해 많은 이득을 취하면서 콘텐츠 소모 속도도 가속화되어 이를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아이온2가 론칭한 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선발대와 일반 유저 간의 격차는 상당히 커졌다. 주요 원인은 시공의 균열 PK 안전 레벨 미적용, 유일 장비 반복 파밍, 날개 분해 강화석 대량 수급 등이 있다.
론칭 이후 선발대 유저들은 ‘시공의 균열’ 콘텐츠로 레벨이 낮은 상대 종족 플레이어들을 처치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주요 재화인 ‘어비스 포인트’를 대량 획득했다. 해당 상황은 어비스 포인트 장비인 ‘아칸 십부장’ 세트의 교환 조건에 레벨이나 구매 횟수 제한이 없으니까 선발대 유저들의 성장 속도의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보통 재화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수급되면 회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버그를 사용한 것이 아닌 초반 설계의 허점이기 때문에 무작정 회수하기가 애매하다. 정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사실 아이온 원작에 PvP 레벨 보정으로 최대 레벨 달성 전 성장 중인 유저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를 아이온2에 적용하지 않은 것이 원작 유저로서 의아했다.
엔씨는 문제를 공감하며 유저들의 원활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PvP 대상 레벨을 조정하고 어비스 포인트 수급 조건과 수량을 전반적으로 하향했다.
해당 조치로 아칸 십부장 세트로 도배한 유저들을 따라가기 위해선 바크론 이상의 던전에서 유일 장비를 획득하거나 제작으로 커버해야 한다. 이마저도 PvP에서는 아칸 십부장 세트에 밀리지만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이템만 제작한다고 따라잡을 수 없다. 아이템을 제작하고 강화, 각인 등 세팅에도 대량의 재화가 요구된다. 아칸 십부장 세트를 확보한 유저들은 제작에 소모되는 비용을 세팅 비용으로 사용하면 된다. 유저 간의격차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콘텐츠 소모 속도 문제가 겹쳤다. 선발대 유저들의 콘텐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니까 엔씨는 26일 패치로 던전 입장권 소모 방식 변경, 채집물 리젠 타임, 주요 아이템 드롭률 등 전반적인 하향 조정을 적용했다.
우루구구 협곡 등 던전에서 중간 보스까지만 처치하고 ‘드라코닉’ 재료와 유일 장비를 파밍해 다량의 키나를 얻거나, 날개 구매 후 분해해서 강화석 9만개 수급하는 방법들도 금일 패치로 모두 수정했다. 내실을 챙기며 천천히 성장한 유저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유저 간의 격차 문제가 큰 이유는 아이온2를 PvE 콘텐츠만으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온2 론칭 전 엔씨는 PvP를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PvP(시공의 균열) 없이는 유일 등급 허리띠 제작, 강화를 할 수 없으며 데바니온 노드, 스티그마 개수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캐릭터 메인 성장이 PvP와 연결된 구조다.
물론 스펙을 조금 포기하고 즐길 수는 있다. 그러나 초월을 포함한 대다수 PvE 콘텐츠에 랭킹이 존재한다.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스펙 1도 놓칠 수 없다. 랭킹에 미련이 없어도 파티 입장 스펙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스펙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유저들이 45레벨을 달성하고 전투 콘텐츠가 아닌 주신의 흔적 등 내실 콘텐츠부터 신경 쓰는 이유다.
이 관점에서 PvE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은 강해지기 위해 강제적으로 PvP에 입문해야 한다. PvP를 입문하려고 해도 유저 간의 격차, 서버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탓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시엘과 이스라펠, 네자칸과 지켈 서버가 대표적이다. 상대 서버의 식민지로 전락된 서버는 일방적으로 당하니까 유저들의 의욕을 감소시킨다. 만약 PvP 외 다른 방법으로 유일 등급 허리띠를 얻을 수 있는 등의 구조였다면 선발대 유저들의 격차가 커졌어도 PvE로 격차를 좁히면서 기회를 노릴 수 있었을 텐데 그만큼 초반 설계가 아쉽다.
PvP의 구조적 문제를 빼놓고 봐도 유저들의 불만이 단순히 “본인은 못했는데 편법을 사용한 플레이어들만 이득을 보냐”에 국한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각성전’과 ‘토벌전’ 등 주요 성장 재화 파밍 던전은 횟수가 조정됐지만 1회당 보상은 그대로다. 일방적으로 콘텐츠 재화 수급량이 하향되니까 건실하게 성장한 유저 입장에선 감성적으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규 유저를 도와주기도 어려워졌다. ‘초월’과 ‘원정’ 던전들은 보상 횟수 차감 시점이 오드 에너지 큐브 오픈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신규 유저나 지인이 있다면 부담 없이 도와줄 수 있었는데 업데이트 이후로는 보상 획득을 원치 않아도 보상 횟수가 차감되어 성장을 포기하고 입장해야 한다.
재화를 받고 클리어해 주는 ‘버스’ 파티나 작업장 견제에는 합당한 대응이지만 함께 무언가를 공략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MMORPG 본연의 재미를 저해하는 방향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포코룬의 꾸러미’ 획득률 하향 조정, 리스폰 주기 하향 등 채집 관련 패치도 비정상적 플레이(작업장, 매크로) 악용 유저 대상으로는 납득할 수 있지만 이제 막 채집을 시작한 유저들은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다.
11월 26일 아이온2 라이브 방송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은 “새로 게임을 시작하는 유저들은 이전보다 힘들어진 환경이다”, “유저 격차 완화가 아니라 사다리 걷어차기 같다”, “이미 이득을 본 유저들은 아무 피해 없는데 왜 편법을 쓰지 않은 유저들이 피해를 제일 많이 받냐”, “유저 격차를 완화할거면 비정상적으로 이득 본 선발대를 견제해야지”, “조치가 이상한 방향으로 이뤄진 것 같다”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패치 진행 이후 아이온2는 오후 12시 20분부터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김 PD는 “게임 모니터링 과정에서 어비스 회랑 반복 입장, 매칭 던전 환치기 케이스, 공속 및 채집 핵 문제, 특정 던전 키나 다량 획득 현상 등 정상적이지 않은 게임 플레이 패턴들을 확인 중이다”며 “게임의 경제와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여 긴급 임시점검 조치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더불어 “현재 파악하고 있는 버그 및 시스템 악용에 대해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으며 강경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세웠다. 26일 오후 5시 30분에 김 PD는 라이브 방송으로 유저들과 소통에 나선다. 과연 업데이트의 불만을 해소하고 아이온2를 향한 기대감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