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박물관이 비EU 국가의 외국인 관람료를 45% 인상키로 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프랑스 정부가 식민지 국가로부터 약탈 및 훔쳐온 유물 전시품에 대한 출처도 밝히지 않고, 반환 요구가 이어져 오는 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데 따른 결과인 셈이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루브르박물관]](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414692_218060_5924.jpg?resize=600%2C337)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내년 1월14일부터 비EU 국적자의 관람료를 기존 22유로(약 3만7000원)에서 32유로(약 5만4000원)로 45% 인상하기로 하면서 국제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루브르는 “연간 2300만 달러(약 337억 원)의 추가 수익 확보”를 내세웠지만, 박물관 보유 유물 상당수가 약탈 및 강제 몰수품인 데다 출처조사마저 미비해 비판이 거세다.
프랑스 스스로 인정 “출처조사 미완료”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박물관이지만 유물 출처조사는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프랑스 대통령 직속 사르–사보이 보고서(Sarr–Savoy Report)는 “프랑스 국공립 박물관은 상당수 식민지 시기 수집품의 출처 기록이 불완전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보고서 저자인 베네딕트 사보이 교수는 “식민지 시기 유물의 출처 조사는 거의 진행된 바 없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는 2021년 “루브르 등 주요 박물관은 출처 정보 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진단했고, UNESCO 역시 2020년부터 3년 연속 프랑스에 “식민지(통치) 시절 유물의 출처 검증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하라”라고 권고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EU 관람객은 22유로, 비EU 관람객은 32유로”라는 선택적 요금제는 세계 시민을 향해 “유물의 출처는 아직 밝히지 못했지만, 이를 보고 싶다면 더 많은 관람료를 내라”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반환요구 이어지지만, 묵묵부답 프랑스 정부
사실상 반환 요구는 계속된다. 이는 프랑스가 국제사회의 압박 한 가운데 서 있다는 의미다. 루브르는 오랜 기간 약탈·몰취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약 48만 점에 이르는 소장품 상당수가 군사 점령이나 침략 또는 비대칭 교환으로 수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사회 기준으로, 부당한 방식에 의한 유입임이 확실하다. 상당수 국가가 프랑스 정부와 루브르 박물관 등에 공식 반환을 요청하거나, 외교 채널로 문제 제기를 지속해왔다.
베닌 왕국(현 베냉) “왕실 유물 반환하라”
베냉 정부는 프랑스 보유의 왕실 유물 일부를 반환해 달라고 지속 요구해왔다. 앞서 언급한 사르–사보이 보고서도 “프랑스 보유 아프리카 유물 중 상당수는 식민지 약탈품”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이 중 일부를 반환했으나, 여전히 수천 점이 남아 있다.
이집트 역시 루브르 등에 유물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당시 프랑스로 가져간 유물이 상당수다. 이집트 문화부는 “당시 프랑스가 점령 중 강제로 옮긴 것은 약탈”이라며, 유물 반환 요구를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의 위임통치(1920~1946)를 받았던 시리아나 레바논 역시 반출 유물의 반환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채굴 및 반출 유물 상당수가 루브르에 소장돼 있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학계와 문화단체는 “채굴 과정과 이전 과정에서 공식 승인이나 적법 절차가 없었다”라며 출처 검증 및 반환 협의를 제기했다.
이 외에도 에티오피아나 알제리 등 프랑스 군사작전 및 식민지 정책 과정에서 아프리카로부터 취득한 유물 상당수는 관련 문서조차 없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에 “출처조사 공개 및 유물 반환 검토”를 요청해왔으며, 루브르는 목록 공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루브르 박물관에 4인조 강도가 침입해 국보급 보물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와 인터폴은 긴급히 용의자를 수배하고 이들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국제 역사문화계에서는 해당 보물의 취득 과정을 살펴, 약탈된 유물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인터폴]](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414692_218061_20.jpg?resize=600%2C334)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 세계인의 시각은?
2025년 10월19일 일요일 오전 9시30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강도들이 침입해 국보급 보석 9점을 훔쳐 달아났다. 당시 네 명의 용의자는 사다리차를 이용해 박물관 아폴로 갤러리(Galerie d’Apollo)에 침입했다. 이들이 훔친 보석은 19세기 프랑스 왕족의 유물로,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등 보석으로 장식돼 있었습니다.
도난 사건이 발생 직후 관련 연구원들은 분실 보물의 구성 재료에 대한 식민지 시대 지도를 작성했다. AP연합 통신이 당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실론(스리랑카)에서 온 사파이어, 인도와 브라질에서 온 다이아몬드,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에서 온 진주, 콜롬비아에서 온 에메랄드였다.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이 범죄임은 명확하다. 이를 두고 에밀린 CH 스미스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문화유산 범죄학자는 “절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면서도 “이들 유물 중 상당수는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식민지 역사와 얽혀 있다”라고 꼬집었다.
루브르, 국제사회 설득 과정 쉽지 않을 것
결과적으로, 루브르는 아직 반환 요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EU를 제외한 외국 관람객의 요금을 45% 인상하는 정책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
결국 세계인의 지갑을 털어 운영비를 마련한 루브르가 “책임을 보일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루브르 방문객 870만 명 중 69%가 외국인이었다. 미국·영국·중국이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가 ‘비EU 외국인 45% 요금 인상’을 강행하는 데는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질타가 이어진다.
루브르의 수많은 전시품은 ‘제국주의’ 그림자 속에서 프랑스로 들여왔다. 프랑스 스스로도 인정했고, 국제사회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역사학자들은 “루브르가 ‘세계의 박물관’으로서 위상을 유지하려면, 누가, 어떻게 취했고, 누구에게 반환해야 하는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날을 세운다.
![도난당한 예술품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한 인터폴. [인터폴]](https://i0.wp.com/livingsblog.com/wp-content/uploads/2025/11/414692_218062_313.jpg?resize=600%2C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