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광약품이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파킨슨병 치료제 ‘CP-012’의 임상 1b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확보한 데 이어 글로벌 제약사 룬드벡(Lundbeck)과 빅딜을 체결하며 신약 개발 제약사로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부광약품은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RNA(리보핵산) 플랫폼 분사 등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해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에서의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부광약품은 지난달 18일 기업설명회에서 콘테라파마의 파이프라인과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토마스 세이거 콘테라파마 CEO는 임상 현황과 글로벌 협력 성과를 소개했으며 안미정 부광약품 회장은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1.3조 시장 노리는 CP-012, 2상 진입 초읽기
파킨슨병 환자의 50~70%는 아침에 몸이 굳어 움직이기 힘든 ‘아침 무동증’을 겪는다. 기존 치료제의 반감기가 짧아 새벽 시간대에 약효가 소진되는 것이 원인이다. 콘테라파마의 CP-012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제다. 파킨슨병 치료 약물 성분인 레보도파가 수시간 지연 방출돼 증상이 심한 이른 아침에 작용한다. 약동학·신티그래피 분석에서 이러한 작용이 확인됐고 임상 1b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도 입증됐다. 회사는 CP-012가 아침 무동성 영역의 첫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세이거 CEO는 “CP-012는 파킨슨병 환자 증가 추세 속에서 상업적 가치 역시 크다”고 말했다. 부광약품이 외부 기관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8대 주요국 아침 무동증 치료제의 기대 최대 매출은 한 해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부광약품은 CP-012의 신속한 2상 진입 전략을 검토 중이다. 단독 개발, 공동 개발,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등 다양한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
콘테라파마가 확보한 또 하나의 성과는 룬드벡과의 RNA 기반 신경계 질환 신약 공동개발 계약이다. 콘테라파마의 RNA 플랫폼은 ▶AttackPoint discovery(질병 표적 발굴) ▶Oligo Disc(RNA 치료제 후보 최적화) ▶SpliceMatrix(스플라이싱 조절 기반 신약 설계) 등 세 가지다. 이를 통해 질병 변형 가능성이 있는 분자 표적을 발굴하고 최적화된 RNA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세이거 CEO는 “콘테라파마 RNA 플랫폼은 ASO·siRNA뿐 아니라 저분자 화합물까지 다룰 수 있다”며 “이런 범용성을 가진 플랫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콘테라파마의 RNA 플랫폼과 룬드벡의 임상 개발 경험이 결합하면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광약품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다음 10년을 준비한다. 안미정 회장은 “지난 10년간 해외 중심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이를 재평가하고 육성·협업 전략을 구체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국내 허브 구축, 글로벌 확장 나서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RNA 플랫폼을 덴마크에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전문성과 사업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대학·연구소·바이오벤처의 초기 기술을 발굴해 내재화하고 이를 해외 기업과 연계해 글로벌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안 회장은 “국내의 우수한 초기 기술을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