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수준 미세먼지’에도 전립선암 위험 높아


국내에서 ‘보통’으로 분류되는 미세먼지(PM10) 농도에서도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초미세먼지(PM2.5)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먼지(PM10)에도 반복·지속 노출되면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 있는 분석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박용현 교수, 단국대학교 박지환·노미정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노출과 전립선암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2020년 건강보험 자료에 포함된 2만여 명을 분석했다. 2010~2012년의 거주지 미세먼지 노출도를 확인한 뒤 이후 6년간 전립선암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전체 2만430명 중 전립선암 환자는 4071명(19.9%), 연구 지역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한국 기준 보통(47μg/m³) 수준이었다.


분석 결과, 미세먼지(PM10)에 많이 노출된 그룹일수록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초미세먼지(PM2.5)가 낮은 수준(25μg/m³ 이하)이라도 PM10이 중간 수준이면 발병 위험은 여전히 증가했다.


노미정 교수는 “일상적으로 ‘보통’ 단계에서는 마스크를 잘 쓰지 않지만 이 수준의 노출도 전립선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평소 마스크 착용·환기·공기질 관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은 연평균(50μg/m³)과 일평균(100μg/m³)이 WHO 기준(각각 15μg/m³, 45μg/m³)보다 다소 완화돼있다. 박지환 교수는 “더 엄격한 환경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국가 공중보건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국민 차원의 관심을 요청했다.


비만·흡연·걷기 부족도 영향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암 4위로, 50세 이후 빠르게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 외에도 생활습관 요인을 추가 분석했다. 그랬더니 일주일에 한 번도 걷지 않으면 위험은 1.2배, 비만(BMI≥25)이면 1.8배로 높았다. 흡연·음주·고혈압 등도 위험 증가와 연관 있었다.


박용현 교수는 “미세먼지 같은 환경 요인은 개인이 통제하기 어렵지만 체중 관리·운동·금연처럼 생활습관을 조절하면 발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은 초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행되면 ▶소변 줄기 약해짐 ▶빈뇨 ▶야간뇨 ▶혈뇨 등이 나타난다. 조기 치료 시 예후가 매우 좋기 때문에 정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비뇨의학회는 50세 이상 남성,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45세부터 매년 전립선암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공중보건 전문 학술지 ‘Frontiers in Public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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