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 제도 개선안을 보고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약가 산정 기준 개편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혁신 생태계를 정착시키고, 꼭 필요한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신약이 아닌 기존 의약품의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53.55% → 40%대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약값이 더 떨어지면 연구개발과 고용을 위한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기업 100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최근 3년간 4.8%, 순이익률은 3% 수준이다. 글로벌 규제 강화, 임상·품질 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의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신약개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약가를 더 낮추면 신약 개발이 지연되고 설비 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수의약품 공급에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약값이 원가 수준까지 떨어지면 기업이 저가 필수의약품부터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공급 부족, 품절 위험, 수입 의존도 증가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도 들었다. 2012년 정부가 평균 14% 약가를 일괄 인하했을 때 단기간 건강보험 재정은 절감됐지만 기업은 비급여 의약품 생산을 늘렸고 결국 국민의 실질 약값 부담이 13.8% 증가했다는 학계 분석을 제시했다.
제약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에 ▶산업계 의견 반영 ▶파급 효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연구·개발 투자 기업 및 필수의약품 공급 기여 기업에 대한 실질적 우대 방안 마련 등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국가 보건안보를 지키는 핵심 산업”이라며 “정부가 지나친 약가 인하를 재검토하고 산업 경쟁력과 국민 건강을 함께 고려한 제도 설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