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심장협회에서 개발한 ‘프리벤트(PREVENT·Predicting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EVENTs)’ 모형의 한국인 대상 심뇌혈관 질환 예측 정확도가 밝혀졌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호규 교수 연구팀은 미국심장협회에서 개발한 PREVENT 모형의 심뇌혈관 질환 예측 정확도를 한국인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기존의 서양 모형보다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고 2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실렸다.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개인의 심혈관 위험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맞는 예방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병, 흡연 등 위험인자의 개별 수치나 유무만으로 심뇌혈관 질환 발병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최근 미국심장협회는 여러 위험인자의 정보를 종합해 심뇌혈관 질환의 10·30년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PREVENT 모형을 개발했다. 이는 비교적 최근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됐으며, 기존의 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죽상경화성 심뇌혈관 질환 예측을 넘어 심부전 발생 위험까지 예측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 모형은 미국 성인을 기반으로 개발돼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적용했을 때 유효성이 아직 밝혀진 바 없다. 특히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 기존에 개발된 모형은 과대 예측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30~79세 성인 765만5238명을 대상으로 PREVENT 모형의 예측 정확도를 평가했다. 대상자들의 검진 시점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병, 콩팥 기능 등 위험인자를 활용해 PREVENT 모형으로 개인별 심혈관 위험을 추정하고, 2022년까지 실제 심뇌혈관 질환 발생을 추적해 비교했다. 심뇌혈관 질환은 죽상경화성 심뇌혈관 질환, 심부전 그리고 전체 심뇌혈관 질환으로 구분했으며, 예측 성능은 판별력(Harrell의 C-지수)과 보정도(보정곡선, 보정 기울기)를 통해 평가했다.
C-지수는 예측 위험의 서열이 실제 질환 발생 여부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최대값인 1에 가까울수록 높은 판별력을 나타내며, 통상적으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10년 심혈관 위험도 모형의 C-지수는 0.7~0.8 수준이다. 보정도는 대상 집단의 평균 예측 위험이 실제 질환의 누적 발생률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나타낸다. 보정 기울기가 1일 때 완벽한 보정도, 1보다 작을수록 과대 예측(예측보다 실제 누적 발생률이 낮음), 1보다 클수록 과소 예측(예측보다 실제 누적 발생률이 높음)을 뜻한다.
기존 대비 질환 발생 위험 예측 정확도 향상
분석 결과, PREVENT 모형은 심뇌혈관 질환 10년 위험 예측에서 높은 판별력(C-지수 0.766~0.805)을 보였다. 이는 미국 성인에서 보고된 PREVENT의 판별력(0.736~0.830)과 유사한 수치다. 보정도에 있어서도 죽상경화성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선 보정 기울기가 남자 0.98, 여자 0.93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심부전의 경우 보정 기울기가 남자 0.64, 여자 0.86으로 남자에선 예측보다 실제 누적 발생률이 다소 낮은(과대 예측) 경향을 보였다. 반면 2013년 개발돼 지난 10여년간 미국에서 사용됐던 ‘통합 코호트 모형(Pooled Cohort Equations)’은 죽상경화성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 보정 기울기가 남자 0.46, 여자 0.50으로 대폭 과대 예측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호규 교수는 “이번 미국심장협회 PREVENT 모형은 기존의 서양 예측 모형을 한국인에 적용했을 때보다 정확도가 향상돼 연구 목적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다만 진료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선 서양과 다른 한국인만의 질병 특성을 반영한 예측 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2025년도 개인기초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씨앗연구)의 지원으로 출범한 다국적 공동연구 네트워크(연구 책임자 이호규 교수)를 기반으로 연세대 디지털헬스연구원(원장 김현창 교수), 일본 교토대, 준텐도대, 미국 하버드대, 노스웨스턴대, 워싱턴대, 보스턴대 등 다양한 기관의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미국 PREVENT 모형을 개발한 연구진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