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체 빼지 않고 재고정, 신개념 ‘카나브라바 방식’ 주목


김동근 교수 진료장면 [사진 부산백병원]

김동근 교수 진료장면. [사진 부산백병원]


부산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10년 전 양쪽 눈에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5년 후 오른쪽 눈의 인공수정체가 탈구돼 2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대학병원을 찾았다. 이후 ‘야마네 무봉합 공막고정술’로 새로운 렌즈로 교체했고 추가 탈구 없이 회복됐다. 2024년에는 왼쪽 눈도 같은 문제가 생겼고 이번에는 ‘카나브라바(Canabrava) 무봉합 공막고정술’을 선택했다. 수술 1년이 지난 현재 A씨는 원거리와 근거리 시력을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인공수정체 탈구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산백병원 안과 김동근 교수는 “보통 백내장 수술 후 6~12년 사이, 전체 환자의 0.5~3%에서 인공수정체 탈구가 발생한다”며 “비율은 낮지만 고령층 수술이 많기 때문에 실제 환자 수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백내장 수술 건수는 다초점 렌즈 열풍과 함께 2016년 47만 건에서 2021년 78만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수술 증가 추세와 평균 탈구 시기를 고려하면 2023년부터 2033년 사이 다초점 인공수정체 탈구 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존 교정술로는 ‘야마네 무봉합 공막고정술’이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탈구된 렌즈를 재사용하기 어렵고 단초점 인공수정체로 교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한 최신 술기가 2020년 발표된 ‘카나브라바 방식’이다.


카나브라바 방식은 기존의 다초점렌즈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재고정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인공수정체에 응용이 가능하고 기존 탈구된 인공수정체를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술 후 난시 등 굴절오차가 적어 다초점 및 난시교정 인공수정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김동근 교수는 2024년부터 국내 안과학회에서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열린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부산백병원의 5년간 무봉합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 사례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카나브라바 방식이 야마네 방식보다 난시 유발이 적고 적용할 수 있는 렌즈 종류가 다양하며 인공수정체 홍채 끼임 등의 합병증도 더 적었다는 점을 보고해 큰 관심을 끌었다.


부산백병원은 2025년 11월 기준 무봉합 공막고정술을 500례 이상 시행했으며 그중 카나브라바 방식이 약 250례로 부산·울산·경남 지역 최다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선도적인 규모다.


김 교수는 “부산백병원에서 카나브라바 방식을 시행한 환자 중 약 15%가 기존 인공수정체를 재사용할 수 있었다”며 “야마네 방식의 재사용 비율이 1.4%인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인공수정체를 재고정하는 방식은 다초점 인공수정체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렌즈 제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막 손상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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