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기본법’ 시행 앞두고 추가 규제 우려…“적용 기준 모호”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AI) 기본법’을 두고, ‘고영향 AI’ 판단 기준이 모호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최진희 기자, 일러스트(강민지 제작)=연합뉴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AI) 기본법’을 두고, ‘고영향 AI’ 판단 기준이 모호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최진희 기자, 일러스트(강민지 제작)=연합뉴스]


[최진희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 기본법)’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AI 기본법이 시행될 경우 법안에 있는 ‘고영향 AI’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설계된 인공지능(AI)기본법은 권리·의무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험 사례를 ‘고영향 AI’로 분류하고, 사업자에게 영향평가 등 다양한 의무를 부과한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심사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고영향 AI’ 사업자는 위험관리 방안 수립이나 안전성·신뢰성 확보 조치 등을 이행해야 하며, 이런 조치가 미흡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특히 금융 서비스 대부분이 고영향 AI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권에서는 규제 적용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고영향 AI 판단기준 가이드라인에 대한 모호성으로 사업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硏 “현행 금융법규와의 중첩 여부 면밀한 검토 필요”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인공지능기본법 하위법령의 금융분야 시사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금융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핵심 사안들을 제시했다. AI 기본법에서 이미 대출심사 등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을 고영향 AI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하위법령(안)의 구체적 내용과 현행 금융법규와의 중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논단에서 “인공지능기본법의 회색지대로 인해 금융사의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금융사는 잠재적 규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 거버넌스와 위험관리 체계의 강화, 고영향 AI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사례를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발표된 대출심사 고영향 AI 판단기준 가이드라인에 대해 ▲기준의 모호성과 규제범위 확정의 어려움 ▲과기부의 재량적 판단 여지가 크다는 점 ▲전문위원회 구성 한계로 인한 금융당국과의 조율 부재 가능성 ▲절차 복잡성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고영향 AI 가이드라인 ‘상당한 영향’에 대한 정의 모호해”


아울러 백 연구위원은 가이드라인에서 ‘상당한 영향’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금융사의 대출심사 과정에서 AI 시스템이 최종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최종결정을 하는 경우 고영향에 자동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가령, AI 시스템을 활용한 프로파일링 결과를 은행원이 단순 참고만 하더라도 의사 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상당한 영향’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신용공여의 범위가 넓어 신용대출, 카드론 등 직접 대출뿐만 아니라 지급보증, 선구매 후지불(BNPL), 자동차 할부금융 등 리스·할부·연체결제 구조까지 모두 포함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영향 해당 여부를 과기부에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과기부장관의 재량적 고영향 판단으로 대출 외 보험 가입심사, 보험료 산정, 사기탐지시스템(FDS) 등 다른 활용 사례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것도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X 가속화…“금융사, 거버넌스 관련 규제 강화 대비해야”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회사도 인공지능 전환(AX)을 적극 추진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다만, 거버넌스 관련 규제의 강화에 대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외부 위탁 증가에 대비해 제3자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AI 기본법’ 시행에 맞춰 AX 추진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자체 AI 거버넌스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 발표될 금융위원회의 금융권 AI 가이드라인에는 금융사의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금융권의 거버넌스 관련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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