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2 개발진은 무엇을 놓쳤을까?

엔씨소프트 신작 MMORPG 아이온2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신작 MMORPG 아이온2 (사진=엔씨소프트)

“아이온2 아직도 재밌어?”

엔씨소프트 ‘아이온2’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출시 직후 여러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게임 내외적으로 이슈가 됐고, 엔씨소프트를 향한 게이머들의 시선이 여전히 좋지만은 않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게임 매체의 기자로서 나름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소신껏 대답한다면 재밌게 플레이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대가 받고 좋은 기사 써주는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 받지도 않았을뿐더러 받더라도 그 대가가 기자 주머니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이 기사는 칭찬을 목적으로 작성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기사도 아니다. 엔씨 주식은 1도 가지지 않았다. 최근 게임만 출시되면 주식이랑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게임사 주식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전혀 관심 없다. 게이머로서 게임은 재밌으면 그만이고 아이온2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게임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게다가 아이온2는 게이머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게임이다. 리니지M가 모바일 MMORPG의 척도로 시장에 영향력을 미쳤듯이 리니지M 문법에서 탈피한 아이온2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시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 매체라면 현재 아이온2를 1순위로 다룰 수밖에 없다. 기자 역시 아이온2가 출시된 11월 19일 새벽부터 지금까지 밤낮이 바뀐 채로 업무와 게임을 병행했다.

기자의 아이템 레벨은 2900에서 3000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3000까지 달성하고 기사를 쓰고 싶었지만 키나가 부족해서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출시한지 한 달이 지난 아이온2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진단할 수 있다고 본다.

한 달 동안 열심히 플레이한 기자의 캐릭터 (사진=김영찬 기자)
한 달 동안 열심히 플레이한 기자의 캐릭터 (사진=김영찬 기자)

 

난도와 보상이 맞물리지 않는 장비 설계

MMORPG를 사랑하고 많이 즐겨온 기자 입장에서 아이온2의 장비 설계는 굉장히 낯설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14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 게임인 쓰론앤리버티, 블레이드앤소울과도 구조가 다르다.

대표적인 예시가 성역 콘텐츠 ‘심연의 재련: 루드라’에서 드롭하는 영웅 등급 장비다. 성역은 현재 아이온2에서 가장 어렵고 요구 스펙도 높은 콘텐츠다. 입장 가능한 아이템 레벨은 2700이며, 주마다 2회만 도전 가능하다.

입장컷도 높고 트라이 횟수까지 제한되어 있으니 게임 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장비를 드롭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해당 장비가 인스턴스 던전 콘텐츠인 원정에서도 드롭되는 건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일반적으로 최고 성능의 장비는 최고 난도의 콘텐츠에서 드롭되는 게 일반적이다. 유저들은 최고 장비를 얻기 위해 스펙업을 하고 최고 난도 콘텐츠에 도전한다. 해당 장비가 그곳에서만 나오는 희소성을 띠고, 장착했을 때 기존 장비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내기 때문이다.

도전 동기를 잃은 성역 '심연의 재련: 루드라' (사진=김영찬 기자)
도전 동기를 잃은 성역 ‘심연의 재련: 루드라’ (사진=김영찬 기자)

파이널판타지14로 예를 들어보자. 파판14 레이드 난이도는 명예 보상 위주인 ‘절’ 난이도를 제외하고 노말과 영식 2가지로 나뉜다. 노말은 레이드와 관련된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고, 해당 패치 버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레벨의 장비를 드롭한다.

반면, 영식은 노말보다 난도가 어려운 대신 더 높은 레벨의 장비를 드롭한다. 해당 장비는 패치 버전에서 아이템 레벨이 가장 높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공격대를 꾸려 레이드를 도전한다. 즉, 장비의 가치가 콘텐츠를 공략할 동기 중 하나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이온2는 아이템 레벨 1000에 입장 가능한 ‘크라오 동굴’에서도 영웅 장비 획득이 가능하다. 68레벨 장비를 드롭하는 던전에서 98레벨 최고 등급 장비가 드롭된다.

“저레벨에도 득템을 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기자 역시 영웅 장비의 덕을 봤다. 운 좋게 영웅 장비를 획득했고, 아이템 레벨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해당 아이템이 메인 드롭 테이블인 성역 콘텐츠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위계를 흐린다. 일반적으로 높은 입장 조건과 제한된 도전 횟수를 요구하는 콘텐츠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전제로 설계된다. 그러나 동일한 보상이 다른 경로에서도 획득 가능해질 경우, 최고 난도의 콘텐츠가 지녀야 할 목표성과 동기는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영웅 장비와 던전 장비의 불균형

앞서 설명한 성역 콘텐츠 문제는 영웅 장비와 제작 장비와도 연관이 있다. 현재 아이온2의 종결 장비는 제작으로만 획득 가능하다. 이유는 제작 장비에만 PvE 피해 증폭과 PvE 피해 내성 옵션이 붙기 때문이다. 해당 옵션은 최고 등급인 영웅 장비에도 붙지 않는다.

제작 장비를 풀세트로 착용할 경우 PvE 피해 증폭 22.5%, 피해 내성 17.5%가 오른다. 영웅 장비가 기본적인 공격력, 방어력 수치가 더 높긴 하나 제작 장비의 PvE 옵션 차이를 상쇄할 정도로 크지 않다. 오히려 증폭 계산식 때문에 훨씬 약하다.

덕분에 영웅 장비 접근성과 효용성이 떨어졌다. 아이온2는 아이템 레벨보다 캐릭터를 얼마나 알짜배기로 육성했느냐가 중요한 게임이다. 단순히 아이템 레벨만 높인 캐릭터보다는 핵심 스탯을 열심히 높인 캐릭터가 훨씬 강하다.

영웅 장비 가치 하락과 제작 장비 옵션 때문에 장비 설계 불균형이 발생했다 (사진=김영찬 기자)
영웅 장비 가치 하락과 제작 장비 옵션 때문에 장비 설계 불균형이 발생했다 (사진=김영찬 기자)

핵심 스탯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혼 각인 조율이 필수다. 영혼 각인 조율은 장비에 부여된 영혼 각인 옵션 중 하나를 재설정하는 시스템으로, 캐릭터 성능을 최적화하는 핵심 성장 요소다.

영혼 각인 조율을 진행하려면 동일 등급의 장비를 재료로 사용하거나, 영혼 각인을 초기화해 옵션을 처음부터 다시 설정해야 한다. 유일 등급 장비는 비교적 수급이 수월해 같은 유일 장비를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영웅 장비는 획득 난도가 매우 높다. 동일한 영웅 장비를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유일 장비를 재료로 사용해 조율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성공 확률이 10%에 불과하다. 비용 대비 효율이 지나치게 낮아 사실상 선택지로 보기 힘들다. 조율로 원하는 옵션을 다 확보해도 PvE 증폭 옵션으로 제작 장비보다 약하다 

돈과 노력을 쏟아부으면 고점을 확실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제작 장비와 달리, 영웅 장비는 획득 확률이 낮고 성장 과정에서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노력 대비 성능 향상이 제한되니까 제작 장비의 효율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제작 아이템도 문제다. 건룡왕, 흑룡왕(백룡왕), 암룡왕(명룡왕) 심지어 60레벨 달인 아이템도 PvE 증폭, PvE 저항 수치가 동일하다. 세트 옵션도 없다. PvE 옵션 관련 계산식이 기이하니까 암룡왕이랑 건룡왕이랑 가격 대비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여기서 25% 확률로 제작되는 ‘빛나는’ 장비도 문제다. 물론 최종 장비인 암룡왕, 빛나는 암룡왕(명룡왕)은 예외다. 문제라면 건룡왕, 흑룡왕이다. 빛나는 건룡왕과 일반 흑룡왕은 레벨2(공격력 3) 외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제작 소모 비용은 3배 이상이다.

빛나는 흑룡왕을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도전 리스크 대비 리턴이 너무 낮다. 앞서 언급했던 세트 옵션에서의 차이라도 있었다면 상위 제작 아이템의 가치가 확고했을 텐데 아쉽다.

획득 확률도 낮고 성장 과정에서 접근성도 떨어지는 영웅 장비 (사진=김영찬 기자)
획득 확률도 낮고 성장 과정에서 접근성도 떨어지는 영웅 장비 (사진=김영찬 기자)

 

취지와 결과가 어긋난 스티그마 샤드

스티그마 샤드는 아이온2 성장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아이템이다. 각 클래스의 핵심 스킬, 사실상 필살기에 해당하는 스티그마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 데 사용된다. 단순 수치 상승이 아니라 전투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체감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존에는 스티그마 샤드를 어비스 포인트 2만 5000개로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이 어비스 포인트를 효율적으로 모으려면 PvP 콘텐츠 참여가 사실상 필수라는 점이다. PvE 위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PvP 강제 구조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엔씨소프트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 결과, PvE 콘텐츠를 통해서도 스티그마 샤드를 수급할 수 있는 경로가 추가됐다. 초월 던전 보상으로 ‘불안정한 스티그마 샤드’를 획득하고, 이를 물질 변환을 통해 스티그마 샤드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실제 플레이 기준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스티그마 샤드 제작에는 불안정한 스티그마 샤드 12개와 30만 키나가 필요하며, 제작 성공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실패 시 재료와 키나는 그대로 소모된다.

초월에서 스티그마 샤드를 파밍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사진=김영찬 기자)
초월에서 스티그마 샤드를 파밍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사진=김영찬 기자)

계산해보면 챈가룽 멤버십 기준으로 초월 던전 10단계를 클리어하면 불안정한 스티그마 샤드를 평균 4~5개 획득할 수 있다. 제작 성공 확률 20%를 감안하면 스티그마 샤드 1개를 얻기 위해 초월 10단계를 약 12~14판 돌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오드 에너지로 환산하면 960~1120에 해당한다. 일일, 주간 플레이 루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피로도를 고려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수치다. PvP 강제를 완화하기 위해 마련한 PvE 대안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스티그마 스킬의 가치가 높고, 캐릭터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너무 쉽게 풀어줄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티그마 스킬은 서버내 캐릭터 간 공유도 되지 않는 순수 캐릭터 내실 요소다. 이런 요소를 낮은 확률에 맡기는 설계는 플레이 경험을 불필요하게 소모적으로 만든다.

김남준 엔씨 아이온2 개발 PD는 아이온2를 PvE 중심 게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PvE로 플레이어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시공의 균열 PvP 선택제가 워낙 화제를 모아서 아이온2가 PvP를 내려놓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초월, 악몽 등 PvE 콘텐츠에 랭킹이 있다. 그리고 랭킹에 따라 특별한 보상이 있다. 랭킹을 올리려면 스펙이 높아야 한다. PvE에서 스티그마 샤드를 확률 제작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아이온2는 여전히 PvE를 가장한 거대 PvP 굴레라고 볼 수 있다.

차라리 재화 소모량이 지금보다 높더라도 확정 제작 구조였다면 어땠을까. 노력과 시간 소모에 대한 결과가 명확하다면 유저는 납득할 수 있다. 현재 구조는 PvP 강제 완화라는 취지는 살렸지만, 그 대가로 또 다른 확률 스트레스를 얹은 형태에 가깝다.

기댓값이 너무 낮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스티그마 샤드 (사진=김영찬 기자)
기댓값이 너무 낮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스티그마 샤드 (사진=김영찬 기자)

 

구조적으로 모순된 클래스 밸런스

그 어떤 게임도 완벽한 밸런스는 없다. 어떤 패치를 진행하든 각 클래스마다 개성과 구조가 다른 이상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클래스는 나타난다.

클래스 밸런스는 단순 클래스의 콘셉트, 스킬 구성, 스킬 계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콘텐츠 구조, 무기 형태, 보스 기믹 등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어떤 클래스는 최상위 보스에게 강하지만 PvP에 약하고, 어떤 클래스는 1대1 전투에 강하지만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약하는 등 장, 단점이 생기고 게임사는 이를 밸런스의 척도로 정한다.

문제는 게임의 구조와 클래스의 콘셉트가 전혀 맞물리지 않을 때다. 아이온2에서는 PvE 기준 수호성과 호법성이 대표적이다. 업데이트마다 클래스 케어가 적용되지만 수호성과 호법성만큼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수호성은 아이온2의 퓨어 탱커 포지션 클래스다. 퓨어 탱커라면 적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면서 파티원이 보다 편하게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상식적이다.

아이온2 수호성. (사진= 김영찬 기자)
아이온2 수호성. (사진= 김영찬 기자)

하지만 아이온2의 수호성은 어떤가. 두 차례 패치로 어그로 관리 능력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지만 여전히 형편없다. 퓨어 탱커 포지션인 만큼 다른 딜러 클래스 대비 대미지도 약하다. 그렇다고 적의 공격을 모두 받아낼 만큼 방어력이 높지도 않다. 적의 공격을 받아낼 수 없으니까 어그로를 잡고 있는 수호성도 적의 뒤로 빠질 수밖에 없고, 수호성이 뒤로 이동하니까 보스의 머리가 돌아가면서 파티원이 다 같이 맞는 상황이 빈번한다.

방어가 약한데 파티 시너지는 막기를 기본 조건으로 둔 모순적 구조다. 김 PD는 라이브 방송에서 “수호성의 방어가 약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문제가 1개월 전부터 유저들 사이에서 제기됐는데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또한 수호성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SHIFT 회피다. 아이온2에서는 저스트 판정으로 SHIFT를 사용 시 아무 피해 없이 적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다. 저스트 회피가 어렵지도 않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탱커를 데려가느니 딜러로 화력을 끌어올리는 게 이득이다. SHIFT 하나에 탱커 포지션의 존재 가치가 완전히 상실된 셈이다. 덕분에 수호성을 육성한 유저들이 다른 클래스로 전환하거나 이탈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호법성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형 서포터 클래스인데 되게 어중간하다. 아이온2에서는 부활의 정령석이 개당 약 2000원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자랑한다. 게다가 우레 공격대가 끝까지 살아남아 딜러들을 부활시킨 치유성 덕분에 성역 퍼스트 클리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부활의 메리트가 매우 높다.

이에 따라 호법성과 치유성이 서포터 포지션으로 지원한다면 치유성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호법성이 딜러, 탱커 포지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니까 스펙이 좋지 않은 이상 치유성과 함께 파티에 포함되는 것도 꺼려한다.

다른 클래스들도 각자의 고충과 불만이 있겠지만 클래스 콘셉트와 게임의 구조가 맞물리지 않는 문제는 단순히 약하고 불편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김 PD는 12월 24일 업데이트에서 호법성 관련 케어를 예고했다. 만약 그가 호법성의 문제를 잘 해소한다면 앞으로의 밸런스 패치에 신뢰도가 상승할 것이다.

 

성장을 망설이게 만드는 게임 구조

아이온2는 출시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동시에 그만큼 개발진의 대응 속도도 빨랐고,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방향성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아이온2의 업데이트 방향은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정과 초월 등 일부 핵심 콘텐츠의 난도가 조정됐고, 과도하게 많았던 내실 요소도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쳤다. 이외에도 재화 소모 구조, 진입 장벽, 반복 피로도를 낮추기 위한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개선이 누적되면서 또 다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지금 당장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요소가 조만간 완화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다. 그 결과,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고 적극적으로 소모하기가 망설여진다.

김남준 개발 PD와 소인섭 사업실장이 주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유저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아이온2 유튜브)
김남준 개발 PD와 소인섭 사업실장이 주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유저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아이온2 유튜브)

플레이어들은 지금 있는 재화를 모두 소모해 제작 장비를 완성하는 선택이 과연 합리적인지 고민하게 된다. 몇 주만 기다리면서 더 적은 재화로 혹은 더 낮은 스트레스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앞서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플레이 방식은 비교적 늦게 입문한 유저나, 천천히 즐기는 유저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작용한다. 완화된 환경에서 핵심 내실만 챙기며 부담 없이 따라가는 플레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유저층의 체감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김 PD는 앞서 언급한 제작 장비의 효율성 문제를 인지하고 추후 조치할 것을 약속했다. 아이온2에는 장비 스펙 계승이 없다. 시즌1는 1월 21일에 종료되는데 시즌2에서 어떤 패치를 하느냐에 따라 소모의 희비가 엇갈린다.

문제는 최상위 유저, 이른바 선발대와 그 바로 아래에서 빠르게 콘텐츠를 소화해온 유저들이다. 이들은 출시 직후의 높은 난도와 비효율을 감수하며 재화와 시간을 집중 투자해왔다. 그러나 콘텐츠가 짧은 주기로 완화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 쉬운 구조가 됐다.

유저들 사이에서 아리엘, 스티그마 샤드 등 필수 내실만 챙기고 '존버'하는게 정답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영찬 기자)
유저들 사이에서 아리엘, 스티그마 샤드 등 필수 내실만 챙기고 ‘존버’하는게 정답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영찬 기자)

모든 재화를 쏟아부어 앞서 나갔지만, 일주일 혹은 이주일 단위로 같은 콘텐츠가 쉬워진다면 그 선택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빨리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생기기 쉽다. 이는 도전 동기와 성장 욕구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런 인식이 누적되면 유저들의 플레이 태도 자체가 달라진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는 스티그마 샤드나 아리엘, 만신전처럼 필수 내실만 챙기고, 나머지는 키나를 모으며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온다. 더 강해지기보다 멈추는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기자의 동료도 2600레벨까지 달성한 이후 아이온2의 기이한 구조에 분개하고 서브 캐릭터 3개로 원정 콘텐츠만 숙제처럼 하면서 키나만 모으는 중이다. 언젠가 만족스러울 만큼 개선된다면 소모할 계획이라는데 이를 볼 때마다 키나에 허덕이며 캐릭터를 성장시킨 기자가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고수하는 게 아닐까 허탈감이 든다.

아이온2는 분명 기존과 다른 방향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완화를 중심으로 한 설계가 장기적으로 어떤 플레이 문화를 만들 것인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사로 언급한 내용은 개선해야 할 요소의 극히 일부다. 한 달 동안 플레이해본 지금, 아이온2의 가장 큰 숙제는 ‘지금 즐기는 이유’와 ‘앞으로도 마음 놓고 콘텐츠를 즐겨도 된다’는 확신을 어떻게 심어줄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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