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진단] 누적되는 넷플릭스 게임, 흥행에 매달리는 한국 게임?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WB)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콘텐츠 산업 전반의 지형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영상 스트리밍 기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영화·드라마를 넘어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넷플릭스 플랫폼 갈무리]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WB)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콘텐츠 산업 전반의 지형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영상 스트리밍 기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영화·드라마를 넘어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넷플릭스 플랫폼 갈무리]


[유형길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WB)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콘텐츠 산업 전반의 지형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영상 스트리밍 기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영화·드라마를 넘어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게임 전략은 플랫폼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에서는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행보가 한국 게임 산업에 던지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수익보다는 경험에 초점?


넷플릭스는 2021년 게임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2024년 기준 80여 종 이상의 모바일 게임을 자사 플랫폼을 통해 제공했다. 이들 게임은 별도의 인앱 결제 없이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스트레인저 씽스’, ‘옥센프리(Oxenfree)’ 시리즈 등 넷플릭스 게임 라인업은 대규모 매출을 목표로 한 작품보다는 스토리 중심, 실험적 장르, 소규모 스튜디오 협업 사례가 많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게임을 단독 수익원이라기보다 구독자 체류 시간 확대와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보조 콘텐츠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개별 게임의 성과가 넷플릭스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일부 게임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플랫폼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을 가진 기업과 아닌 기업의 구조적 차이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배경에는 IP와 플랫폼을 결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2억 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기반으로 영화·드라마·게임을 하나의 멤버십 안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 산업은 개별 게임의 흥행 여부가 기업 실적과 직결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대형 게임사 역시 신작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교적 빠른 시점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는 사례가 이어진다. 최근 1년 내 조기 종료된 게임들 역시 완성도 문제뿐 아니라, 장기적인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운 산업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차이는 게임 개발과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콘텐츠 포트폴리오 차원의 실험이 가능하지만, 게임 단일 사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구조의 한계?


국내 게임 산업은 오랜 기간 라이브 서비스 운영과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경쟁력을 축적해왔다. 다만 최근 출시되는 신작들은 장르, 비즈니스 모델, 시스템 구조가 유사하게 반복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게임이 플랫폼에 필요한 콘텐츠를 실험적으로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국내 게임 산업은 시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차이는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는 속도와 다양성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는 실패 이후 이를 분석하고 축적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라며 “출시, 성과 평가, 서비스 종료까지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구조”라고 지적한다.


넷플릭스의 게임 전략이 한국 게임 산업을 직접적인 경쟁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플랫폼을 앞세운 넷플릭스의 확장은 게임만 잘 만들면 된다는 기존 전제를 흔들고 있다. 게임의 경쟁 상대가 더 이상 게임사에만 국한되지 않는 환경에서, 한국 게임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실패를 감내하고 축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진단⑩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생활정보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