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세포치료, 이제는 ‘구조 전환’으로 경쟁력 높일 때


정경숙 단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경숙 단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경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단장 @이코노미톡뉴스] 유전자·세포치료제(Gene and Cell Therapy, GCT)는 희귀·난치 질환을 넘어 암과 퇴행성 질환까지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AV 기반 유전자치료제와 CAR-T 치료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 역시 제도 혁신을 앞세워 국가 전략기술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역시 관망자가 아닌, 국가 주도의 체계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진전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전자·세포치료 분야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 전략연구단 출범, 공공 R&D 투자 확대, 병원과 연구기관 중심의 임상 역량 강화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희귀·난치 질환 중심의 연구개발은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축적해야 할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한국 GCT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음을 입증한다.


더 나아가, GCT는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기존 의약품과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과 질환 맞춤형 개발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산업 구조와 잘 부합한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부재한 환경은 희귀질환과 같이 환자 수가 적고 임상 규모가 제한적인 GCT 분야에서 충분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노력이 실질적인 치료 성과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을 ‘연구 지원자’에서 ‘연결자이자 조정자’로 한 단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은 기초 연구, 벡터·세포 플랫폼, 제조공정, 비임상·임상, 규제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현재는 민간기업과 병원, 연구 현장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그 사이의 공백을 각 주체가 감당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 지점에서 공공의 기능 보완이 중요하다. 공공은 초기 후보물질과 핵심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축적·공유하고, 공공 R&BD 실증센터를 통해 민간의 초기 부담을 줄여주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공공은 치료 후보 발굴부터 공정 개발, 비임상·임상 진입까지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특히 희귀·난치 질환 분야에서,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초기 기업과 연구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제조·평가 비용을 공공이 흡수하지 않는다면, 혁신 기술은 논문과 특허에만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규제와 제도 역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제도를 기반으로, 이제는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신속성과 예측성을 더해야 한다. 조건부 허가, 실사용 데이터(RWD)와 실세계 근거(RWE) 활용,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강화는 우리나라가 충분히 선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유전자·세포치료제는 이미 국가 전략기술로서의 조건을 갖췄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개별 지원’이 아니라, 연구–산업–임상을 하나로 묶는 구조 전환에 맞춰져야 한다. 공공이 민간과 병원을 잇는 중심축으로서 기능할 때, 유전자·세포치료는 국가 경쟁력이자, 국민에게 실제 혜택을 제공하는 치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약력]


정경숙


2024년 9월 ~ 현재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글로벌 유전자세포치료 연구단장

2016년 3월 ~ 2024년 8월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부 부장

2014년 9월 ~ 2016년 1월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의생명중개연구센터 센터장

2009년 3월 ~ 현재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UST) 기능유전체학 교수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생활정보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