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수용체(HR·Hormone Receptor)와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2형(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인자 모두 양성인 유방암 환자에게 항호르몬 치료와 함께 난소 기능 억제제를 쓰면 생존율 향상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안성귀·배숭준 교수팀은 HR·HER2 양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대규모 3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연구한 결과 이처럼 밝혔다. 논문은 미국 국립종합 암 네트워크가 발간하는 ‘JNCCN’ 최신호에 실렸다.
유방암은 수술 치료 외에 수용체 유무에 따라 약물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유방암 환자군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HR 양성·HER2 음성 환자군은 타목시펜 혹은 아로마타아제 억제제 기반의 항호르몬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 난소 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면 재발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HER2 양성 환자군 치료에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표적치료제 트라스트주맙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인 ‘HEAR’ 데이터 가운데 HR과 HER2 모두 양성인 965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항호르몬 치료를 위해 타목시펜만 단독으로 투여받은 501명 그룹과 타목시펜 또는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로 구성된 호르몬제 치료에 더해 난소 기능 억제제를 받은 464명 그룹으로 나눠 살펴봤다.
그 결과, 항호르몬제 치료와 난소 기능 억제 치료를 동시에 받은 그룹이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 그룹보다 예후가 유의하게 양호했다. 환자 치료 후 10년 동안 재발 여부를 알아보는 ‘10년 무질병 생존율’에서 동시 치료 그룹은 70.9%, 단독 치료 그룹은 59.6%로 차이가 났다. 환자가 치료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모두 살핀 ‘전체 생존율’에서도 동시 치료 그룹은 84.7%, 단독 치료 그룹은 74.0%였다.
여러 변수 사이 복잡한 상호작용 영향을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난소 기능 억제제 사용은 독립적인 예후 인자로 확인됐다. 다변량 분석으로 추출한 ‘무질병 생존율’에서 동시 치료 그룹은 단독 치료 그룹보다 재발 확률이 32%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생존율’도 비슷했다. 동시 치료 그룹은 단독 치료 그룹보다 사망 가능성이 38% 낮았다. 연구팀은 병기가 높거나 고등급(G3)처럼 성질이 불량한 종양일 경우 이 같은 특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도 보고했다. 안성귀 교수는 “호르몬 수용체와 HER2 인자를 모두 지닌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도 난소 기능 억제제 사용이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대규모 임상 연구 코호트로 입증했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심화 연구해 젊은 유방암 환자의 임상 진료 지침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이는 젊은 유방암 환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