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내란 재판 둘러싼 ‘힘의 경계’… 입법부 vs 사법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과 관련 이에 반대하는 무제한토론에 나섰다.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본 회의장을 떠나면서 표결이 진행됐고, 해당 법안은 통과됐다. 사진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인사하는 장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습. [글=이창환 기자,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과 관련 이에 반대하는 무제한토론에 나섰다.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본 회의장을 떠나면서 표결이 진행됐고, 해당 법안은 통과됐다. 사진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인사하는 장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습. [글=이창환 기자, 사진=연합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내란 범죄에 대한 신속한 사법 처리’를 명분으로 국회가 전담재판부 설치를 법률로 규정했다. 이에 사법부는 헌법상 재판 편성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입법부의 ‘특례법’과 사법부의 ‘사법행정권’이 충돌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 역시 엇갈린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 “내란은 예외적 범죄… 전담재판부로 신속 처리”


지난 23일 국회는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내란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 처리 직전까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24시간 무제한토론이 이어졌지만, 종료 직후 종결동의안이 가결되며 표결이 진행됐다. 국회에서는 “내란 관련 사건은 국가 존립과 헌정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예외적 범죄”라고 규정하며,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한 절차로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례법은 ▲전담재판부 지정 ▲집중 심리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재판 장기화를 막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여당은 “내란 사건으로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라며 “입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분위기다.


사법부 “재판부 구성, 법률 아닌 사법행정 영역”


반면 대법원 등 사법부는 전담재판부 설치를 법률로 강제하는 방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핵심은 재판부 편성 권한인데,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그간 사건 배당과 재판부 구성은 대법원 규칙과 각급 법원 내규에 따라 사법부가 자율적으로 정해왔다.


이에 대법원은 특정 사건 유형에 대해 국회가 직접 재판부 설치를 규정할 경우, 입법부가 개별 재판 구조에 개입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사건의 중대성에 따라 전담재판부를 두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 결정 주체가 국회인지, 사법부인지가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즉 전담재판부는 필요할 경우 사법부 스스로 내규나 대법원 규칙을 통해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법관 단체 등에서는 특례법의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재판 독립 훼손 소지 등을 들어 위헌성 검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는 이번 특례법의 국회 통과를 두고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회에 의한 재판부 설치가 입법부의 개별 재판에 대한 개입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창환 기자]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는 이번 특례법의 국회 통과를 두고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회에 의한 재판부 설치가 입법부의 개별 재판에 대한 개입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창환 기자]


정치권·시민사회 “정의 실현” vs “정치 재판 우려”


정치권과 시민단체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 시민단체는 “내란 범죄는 피해자가 국민인 범죄”라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환영 입장인 반면, 일부 법률가 단체와 인권 단체는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 경우, 판결의 사회적 수용성 하락”을 언급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즉각 요구하면서, 헌법을 위반하는 이 악법을 없애기 위해 끝까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수호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함께 책임질 공동책무”라며 “내란 중대성에 걸맞게 집중심리와 신속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내란전담재판부법(특례법)을 마련했고, 이제 사법부 책임이 남았다”라고 강조했다.


즉 여권은 이번 특례법의 목적을 두고 “신속하고 공정한 내란 처벌” 그리고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야권은 법 자체를 “위헌적,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비판하며 향후 위헌법률심판 및 정치적 대응을 예고했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권한의 경계’


이번 논란에 언론은 전담재판부 필요성 자체보다, 누가 재판부를 만들 권한을 가지는가에 대한 충돌로 요약된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회는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예외적 범죄에 대한 절차를 설계할 권한을 강조하고, 사법부는 재판 구조에 대한 자율성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앞세운다.


특례법 시행 이후 실제 재판부 구성 과정에서 사법부가 어떤 방식으로 법을 해석·적용할지에 따라, 입법·사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재판 독립이라는 두 가치가 어떻게 조정될지 주목된다.


해당 특례법 표결과 함께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고, 179 [연합뉴스]

해당 특례법 표결과 함께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고, 재적 298인 중 179인 재석 반대2인, 기원 2인, 찬성 175인으로 해당 법안은 통과됐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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