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 잔치의 화려한 피날레 –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The Seoul Illustration Fair)’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전시회인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The Seoul Illustration Fair, 이하 ‘서일페’)’가 12월 25일부터 4일간 서울 강남 코엑스 C홀에서 열렸다. 


올해 11주년을 맞은 이번 서일페에는 드로잉, 그래픽, 스토리, 모션, 메타버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 가는 900여 명의 작가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1,000여 부스로 구성되었다. 그 페어는 마치 올해 이어진 독립예술가와 시각예술가들 축제의 피날레처럼 느껴진다. 




작고 독특한 부스와 작품이 끝없이 이어지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작고 독특한 부스와 작품이 끝없이 이어지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밥과 예술의 오래된 질문은 결국 가장 예술적인 취향으로 귀결지기 마련이다. 비록 웹툰이 글로벌로 진출하고, 다양한 K-콘텐츠가 주목받는 시간이지만, 우리를 특징짓고 또 살아가고 창작하게 만드는 힘은 우리의 스타일인 셈이다. 그 스타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물물거래와 같은 작은 취향의 거래와 응원과 소장으로 이어지는 마켓의 힘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즐겁고도 치열한 여정의 피날레이자 내년을 준비 중인 서일폐의 현장을 따라가 보자.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다양한 일러스트들 사이에 만화적인 그림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웹툰의 인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다양한 일러스트들 사이에 만화적인 그림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웹툰의 인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서일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고주연, 노마, 소금이, 아이스홍시, 가지, 미니모니 작가 등 인기 작가들을 비롯해 새로운 신진작가의 작품도 대거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50여 부스 규모의 해외 참가자들이 참여해 국내 관람객들에게 글로벌 일러스트레이션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오프라인 페어에서 처음으로 관람객을 만나는 패션 브랜드 ‘캉골’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 부스도 마련돼 일러스트 산업이 산업 전반과 연계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볼거리가 많은 만큼 전시장 안은 너무도 복잡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기 위해 안내도는 필수적이다. 그래서인지 오후 2시 무렵 이미 전시 안내 리플렛은 소진되어버렸다. 


단지 좋아하는 작가, 유명한 작품만이 아니라 서일페는 독특한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곳의 창작자와 관람객은 그 시간과 장소를 즐기고 있었다. 


한 작가의 부스에는 만화무크지, 내년 발간을 위해 작품을 모으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자와 단행본 발간을 위해 마치 과정을 기록하듯 모두 4단계의 스케치북을 발간한 모습이다. 단행본이 발간되면 이 중간 단계의 책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라니 그마저도 아깝다. 


인상적인 수목화 일러스트를 보여준 작가와 작품.
인상적인 수목화 일러스트를 보여준 작가와 작품.


펜과 잉크 등 다양한 재료로 자신만의 예술을 보여주는 작가와 작품이 적지 않았다.
펜과 잉크 등 다양한 재료로 자신만의 예술을 보여주는 작가와 작품이 적지 않았다.


“어머, 이거 여섯 개가 다 포함이에요? 너무 좋다.”  


굿즈를 구매했다가 의외로 풍성한 선물에 기뻐하는 관람객의 소리가 작가를 웃음 짓게 만들고 있었다. 사진을 마음껏 찍으라며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도 편하게 불러달라는 수묵화가 아름다운 작가부터, 흑백의 잉크와 펜으로 할 수 있는 걸 모두 해보고 싶어서 클럽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작가들까지 몰려드는 사람들로 피곤할 법도 한데 참으로 활기차고, 밝기만 하다. 


중간 중간에는 혼자만의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작가들부터 자신만의 스타일로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가들도 보인다. 


오히려 쉴 새 없는 예술의 잔치에 지친 관람객들은 페어의 입구와 전시장 주변으로 빼곡하게 앉아서 구매한 굿즈를 들여다보면서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관람객을 흥분시키는 굿즈의 향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관람객을 흥분시키는 굿즈의 향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다양한 굿즈와 작품들.
다양한 굿즈와 작품들.


이번 서일페는 연간 기획전 시리즈의 마지막이었고, 그 주제관은 ‘기록은 존재이다’였다. 앞서 여름 시즌의 ‘마음이 기억하다'(SIFV.19), 가을의 ‘기억을 기록하다'(BIFV.6)로 이어진 서사의 완성판으로, 작가의 감정·기억·경험을 ‘기록’이라는 행위로 시각화한 작품들이 전시된 것이다. 


또한, 이번 주제관은 서일페의 신규 온라인 플랫폼 ‘오크레오(OCREO)’의 출범과도 연결되어 기록을 기반으로 한 창작 가치 확장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시장의 천정에 높게 펄럭이던 서일페 토크쇼 ‘살롱:인 SIF’에는 총 11인의 현업 아티스트가 참여해 생생한 작업 철학과 협업 노하우, 그리고 작가로서의 현실적인 고민까지 솔직하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요 라인업에는 ▲국내 영화 및 인기 걸그룹의 일러스트 작업 경력을 보유한 최지수 ▲국내 아티스트 앨범 홍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차차 ▲국내외 페어를 통해 활동 폭을 넓혀온 불투명 수채화 작가 노마 ▲프랑스·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활동 중인 갤러리우갱 등 인기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2026년을 기약하고 있는 만화무크지와 러프 에디션.
2026년을 기약하고 있는 만화무크지와 러프 에디션.


즉석으로 그려주는 초상화. 캐리커처와 대학로 초상화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즉석으로 그려주는 초상화. 캐리커처와 대학로 초상화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가을부터 독립만화가들의 ‘하고싶은만화’전부터 북서울미술관의 ‘언리미티드에디션’ 그리고 ‘코믹월드 서울’로 이어진 독립예술가들의 잔치는 ‘서일페’가 그 화려한 안녕과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모든 축제와 전시를 잇는 하나의 특징은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현장을 메우고 있는 정서와 문화는 함께 즐기는 나만의 예술과 콘텐츠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축제와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 역시 단시 홍보와 판매만이 아닌 인정을 넘어 격려와 소통의 시간을 통해 재충전을, 통로를 걷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전시회장을 돌며 쉴 새 없이 묻고, 사고, 관람하는 관객들 역시 자신만의 취향에 새로운 축하를 전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며, 또 활기차다. 더욱 감사한 것은 크지는 않더라도 마켓과 창작의 생태계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더 화려해질 작가들의 기상천외한 작품과 우리 생태계들을 풍요롭게 만들 마니아들의 고군분투를 기대해본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저작권자 © 위클리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생활정보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