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은행에 우선권? 증권업계 “논의 폭 넓어져야”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를 올해 초 안으로 제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를 올해 초 안으로 제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시온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정부가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은행 과반 컨소시엄’을 내세우고 있지만 증권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혁신금융 취지에 어긋난다며 논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올해 1분기 안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발행인 인가제, 준비자산 운용, 상환청구권 보장 등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은행 51% 컨소시엄’ 논의 부상… 발행 주체 놓고 갈등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안이다. 1단계 입법이 이용자 보호 중심의 최소 규제였다면 현재 논의 중인 2단계 입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요건과 유통 규정, 최소 자기자본 요건 등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은행 지분이 ‘50%+1주’ 이상인 컨소시엄에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발행 주체가 될 경우 통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보고서에서 비은행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신뢰성 문제와 리스크를 지적했다. 엄격한 자본·외환 규제를 받고 규제 준수 역량과 조직문화를 갖춘 은행을 중심으로 하되, 비은행 기업은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제도의 안정적 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역시 이 같은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이 과반(51%)을 차지하는 컨소시엄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을 축으로 증권사와 가상자산거래소, 카드사, 핀테크 등이 참여하는 구조로, 감독 체계가 갖춰진 은행을 중심으로 시장을 단계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증권업계·정치권 “은행 중심 구조는 한계”


지난달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 자산 TF-자문위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 자산 TF-자문위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한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은행 중심 구조가 혁신금융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디지털자산 TF–자문위원 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대해 논의했다.


TF 간사인 안도걸 의원은 “지금 거버넌스 구조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혁신과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특정 업역이 지분의 50%를 보유하도록 하는 입법 사례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역시 신중하면서도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을 드러냈다. 다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취재진에게 즉답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 중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대부분의 증권사가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에 대해서는 논의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은 통화 안정성 차원에서 은행 중심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원화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관리하는 입장인 만큼 은행 주도의 컨소시엄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핀테크 등 비전통 금융사가 주도권을 쥘 경우 금융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지, 아니면 안정적인 제도 정착의 출발점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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