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 ‘발로란트’의 인기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른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10~2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대세 게임 반열에 오르고 있다.
발로란트의 인기는 시대적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발로란트는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교전의 재미를 제공한다. 여기에 다른 FPS 게임과 달리 스킬로 전략적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게다가 SNS 문화로 10~20대들의 트렌드 유입력이 빨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탕후루, 케이스티파이, 두바이 쫀득 쿠키 등 무언가가 인기를 얻으면 폭발적으로 화제가 된다. 발로란트도 마찬가지다. 발로란트 행사장에서 관람객에게 물어봐도 “친구들이 하니까”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다.
게임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e스포츠를 향한 관심도 덩달아 올랐다. 대회의 규모가 점점 확장되면서 DRX를 시작으로 T1, 젠지 등 국내 유명 e스포츠 구단들이 발로란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중심에는 싱가포르 프로게임단 ‘페이퍼 렉스(이하 PRX)’도 빠질 수 없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PRX는 2025년 VCT 퍼시픽을 무대로 또 한 번 자신들만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팀은 시즌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경기력과 과감한 전략 운용을 바탕으로 각종 기록과 타이틀을 수집하며 ‘2025 VCT 퍼시픽 어워드 6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중심에는 2022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알렉산드레 살레 감독이 있다. 2026년 행보를 앞두고 게임톡은 알렉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로스터 변화와 메타 전환, 강행군 속에서도 PRX의 색깔과 경쟁력을 지켜낸 그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는 소회부터 챔피언스에서의 아쉬움, 신규 멤버 ‘인비’ 영입 배경과 2026 시즌을 향한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솔직하게 풀어냈다. 선수단 역시 각자의 각오를 전하며 다가올 시즌을 향한 결의를 다졌다.
Q. 2025 VCT 퍼시픽 어워드 6관왕 달성 소감은?
‘알렉스’ 알렉산드레 살레 감독: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구성원이 쏟은 헌신과 노력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진심으로 기쁘다.
Q. 2022년부터 로스터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알렉스: 사실 로스터 변화를 최소화하는 기조를 유지하기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 다만 가장 고무적이었던 기억은 마스터스 도쿄 당시, ‘시가렛’ 선수와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에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던 순간이다.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PRX라는 팀의 중심을 오랫동안 지켜준 덕분에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매일 소통하며 느끼는 점은 선수들의 성공을 향한 열망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사실이다. 감독으로서 나의 역할은 선수들이 그 열망을 간직하되, 자만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를 대표해 여기까지 온 과정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팀의 경쟁력을 지속해 나가겠다.
Q. 지난해 토론토 우승 이후 챔피언스에서의 성적은 다소 아쉬웠는데, 원인을 분석한다면?
알렉스: 현실적으로 최정상의 성적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시즌은 장기적이고 메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때로는 상대의 예기치 못한 전략에 직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스터스 토론토부터 EWC, VCT 퍼시픽 스테이지 2로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기량을 유지해 준 선수들에게 매우 만족한다.
당시 새로운 맵 적응, 고된 비행 일정, 촉박한 준비 기간 등 악조건이 겹친 상황에서도 끝까지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챔피언스 파리 초반부에도 충분히 강세를 보였다고 판단한다. 대회 종반에 다소 흔들림은 있었으나, ‘큰 무대 진출’이라는 본래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
Q. 선수들의 멘탈 케어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알렉스: 헤드 코치로서 멘탈 관리는 업무의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선수들은 시즌 내내 개인적인 고민부터 가족과 팬들의 기대, 그리고 감독인 나의 압박까지 상당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다행히 유능한 퍼포먼스 코치인 ‘판다’가 세밀한 부분을 보조해주고 있다. 그는 선수들의 수면 상태와 심리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연습 중 목소리 톤만으로도 컨디션을 파악할 만큼 섬세하다.
또한 정성스럽게 간식을 준비하는 등 작은 배려로 팀 분위기를 고양한다. 매니저 ‘토미와 어시스턴트 코치 ‘웬들러’ 역시 긍정적인 에너지로 선수들을 보좌한다. 스태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균형을 잘 잡아주는 덕분에, 내가 가끔 엄격하게 훈육하더라도 팀의 결속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Q. ‘인비’ 선수의 영입 배경이 궁금하다.
알렉스: 인비는 지난 3년간 리그에서 손꼽히는 기량을 보여준 선수다. 과거 팀 시크릿 소속이었던 그에게 패배했을 당시 이미 그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기존 멤버였던 ‘팻맨’과의 이별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나, 그는 유능한 코치진이 있는 글로벌 이스포츠에서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인비는 킬을 기록하기 까다로운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다. 그가 지닌 천부적인 게임 센스와 위기 상황에서의 침착한 판단력은 향후 팀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Q. 현재 스크림 현황과 신규 멤버와의 호흡은 어떠한가?
알렉스: 준수한 편이다. 대개 연초에 실전 감각을 회복하고 루틴을 정립하며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 선수들은 원만하게 지내고 있으며, 특히 인비는 팀에 차분한 기운을 더해주고 있다. 아직은 다소 신중한 모습이지만, 머지않아 팀원들에게 더욱 마음을 열고 융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Q. 2026 시즌의 변화와 ‘트리플 엘리미네이션’ 도입에 대한 견해는?
알렉스: 게임 내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 어떤 변화가 오든 이를 수용하고 PRX만의 방식으로 메타를 해석해 적응할 것이다. 시스템적으로는 2025년 마스터스 방콕 진출 실패의 경험이 있는 만큼, 모든 팀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부여하는 ‘트리플 엘리미네이션’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매년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신선하다.
Q. ‘브리즈’ 맵의 복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알렉스: 브리즈 승률이 높다는 점은 의외다. 사실 과거 브리즈에서 뼈아픈 패배를 겪었던 기억이 많아 선호하는 맵은 아니었다. 현재 업데이트된 부분들을 검토하며 연습을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구체적인 의견을 내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Q. 발로란트에 추가되길 바라는 기능이 있다면?
알렉스: 현재의 게임 시스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서프’ 모드와 같이 본래의 게임 방식과는 무관하게 속도감을 즐기며 사색할 수 있는 캐주얼한 모드가 추가된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Q. 싱가포르 내 발로란트의 위상은 어떠한가?
알렉스: 현재 팀이 싱가포르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아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싱가포르는 높은 물가로 인해 프로게이머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수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놀랍다. 블리드 이스포츠나 디스가이즈드 등 경쟁력 있는 팀들이 꾸준히 배출되는 것을 보면 현지 인기는 고무적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본거지에서 팬 미팅을 진행할 때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며 큰 힘을 얻는다.
Q. (선수들에게) 올해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포세이큰’ 제이슨 수산토: 특별한 비결보다는 본능적인 감각을 신뢰하며 게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자 한다.
‘다바이’ 할리시 루샤이디: 투 타격가 조합을 선호하는 우리 팀에게 유리한 메타가 도래하여 만족스럽다. 상대 팀들 역시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기에 이에 철저히 대비하겠다.
‘썸띵’ 일리야 페트로프: 실수에 대한 지적도 있으나, 본인은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며 그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다.
‘인비’ 에이드리언 레예스: 새로운 도전을 위해 PRX에 합류했다. 현재 팀원들과의 호흡에 매우 만족하며, 하루빨리 무대 위에서 기량을 증명하고 싶다.
‘찡’ 왕징제: 프로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오직 하나,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이다.
Q. 2026 시즌 목표와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알렉스: 2026 시즌에는 킥오프를 포함한 모든 국제 대회 진출을 1차 목표로 삼고 있으며, 큰 무대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 지표다. 새로운 메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트리플 엘리미네이션’ 방식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낙관한다.
한국에서 거주한 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상암 경기장에서 보내주는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퇴근길의 응원에 항상 깊은 감동을 받는다. 여러분의 지지 덕분에 매주 즐겁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올해도 PRX만의 창의적인 전략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