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바하 레퀴엠 “겁쟁이는 스트레스 많이 받을 거야”

캡콤 신작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사진=캡콤 유튜브)
캡콤 신작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사진=캡콤 유튜브)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서바이벌 호러의 대명사지만, 작품마다 호러와 액션의 비중이 달랐다. 초기작들은 공포에 집중했고, 중반부 작품들은 액션성을 강화했으나 최근작들은 다시 호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회귀했다. 레퀴엠은 이 두 방향을 한 게임 안에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연회에 참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한 게임 안에서 두 가지 경험을 제공한다는 건 말은 쉽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까다롭기 때문이다. 어중간하게 섞으면 오히려 둘 다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개발진이 그토록 강조했던 대로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그레이스와 레온, 두 명의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다. 레온으로는 시원한 액션과 통쾌한 전투를, 그레이스로는 서바이벌 호러 특유의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두 장르의 요소를 섞어놓은 것만이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가령 레온은 넓은 소지품창과 다양한 무기, 넉넉한 탄약 등 여유를 가지고 여러 방식으로 좀비를 상대할 수 있다.

중년미가 물신 풍기는 레온 (사진=캡콤)
중년미가 물신 풍기는 레온 (사진=캡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사진=캡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사진=캡콤)

반면 그레이스는 한정된 자원만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소지품창이 작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에 맞는 아이템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레온과 달리 그레이스는 슈퍼 겁쟁이기 때문에 항시 숨어다니며 불필요한 교전을 피해야 한다. 세이브 포인트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구간을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며 동선과 자원 소모를 설계해야 한다.

두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파트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조금 더 우위를 정하자면 개인적으로 그레이스 파트를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다. 그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슈퍼 겁쟁이인 기자도 손에 땀을 쥐며 몰입해서 플레이했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좀비를 발견하면 방해하지 말고 갈 길 가는 것이 최선이다 (사진=캡콤)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좀비를 발견하면 방해하지 말고 갈 길 가는 것이 최선이다 (사진=캡콤)

그레이스 파트의 특징은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중에서도 사운드가 굉장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음침한 복도에 울려퍼지는 발소리, 짐승처럼 그르릉거리는 좀비들, 잔뜩 겁에 질려 떨리는 숨소리를 내는 그레이스까지 다양한 사운드가 조합돼 플레이어에게 공포를 선사한다.

여기에 한정된 소지품과 부족한 탄약이 맞물려 극한의 공포가 완성된다. 눈앞에서 떡하니 기자를 쳐다보며 다가오는 좀비가 있는데, 손에는 저항할 수단이 없으니 말 그대로 패닉이 온다.

슈퍼 겁쟁이인 기자가 그럼에도 재밌게 플레이한 이유는 공포와 호기심 간의 간극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손에 든 건 아무것도 없는데 곳곳에서 기자를 물어뜯으려는 좀비들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컨트롤러를 던지고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럴 땐 레온이 매우 그리워진다 (사진=캡콤)
이럴 땐 레온이 매우 그리워진다 (사진=캡콤)

그런데 조금만 더 플레이하면 숨겨진 비밀 혹은 스토리 진행을 위한 단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힌트들이 하나씩 보이면서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공포를 이겨내면 그만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이 긴장감과 성취감의 균형이 그레이스 파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공포 속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건 바로 이런 구조 덕분이다.

레온 파트도 굉장히 재밌다. 특히 다양한 처형 씬이 인상적이다. 좀비와 사투를 벌이다 보면 물리 공격으로 한 방에 제압할 수 있는데,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좀비를 제압할 수 있다. 벽에 머리를 박아버리거나 발로 터트리는 등 상황에 맞는 처형 연출이 쾌감을 더한다.

시연 버전에서 플레이한 파트 기준으로 보면 두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플레이 비중은 밸런스를 잘 지켰다. 레온의 시원한 액션과 그레이스의 긴장감 넘치는 호러가 적절히 교차되며 플레이어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박력 넘치는 레온의 처형 씬 (사진=캡콤)
박력 넘치는 레온의 처형 씬 (사진=캡콤)

자칫하면 한쪽이 지루해지거나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적절한 호흡으로 번갈아 등장했다. 그레이스를 플레이하다 보면 “슬슬 벅찬데, 레온으로 다 쓸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레온을 플레이하면 “뭔가 심심한데? 그레이스 언제 나와”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교차 구성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한쪽에 지치면 다른 쪽이 새로운 자극을 주는 식이다. 두 캐릭터의 플레이 경험이 워낙 다르다 보니 같은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단순히 두 장르를 한 게임에 몰아넣은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섞어 각각의 재미를 살렸다. 액션과 호러 모두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레온 파트에서는 통쾌함을, 그레이스 파트에서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두 경험 모두 훌륭했고, 어느 한쪽도 부족하지 않았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팬이라면 레퀴엠이 두 가지 플레이 스타일을 어떻게 조화시켰는지 직접 확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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