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마켓의 허술한 환불 정책을 악용한 ‘결제 취소 어뷰징’이 게임사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와 개발사 간의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구축과 재화 소모 시 환불을 제한하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게임미디어협회는 27일 서울대학교 LG경영관에서 ‘2026 게임산업 전망’을 주제로 신년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앱 마켓 결제 취소 행위로 인한 게임산업 피해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한 뒤, 인게임 재화를 모두 소모했음에도 마켓 측에 결제 취소를 요청해 대금을 돌려받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행위는 게임사의 정당한 수익을 가로챌 뿐만 아니라, 게임 내 경제 밸런스를 무너뜨려 선량한 이용자들에게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사 간의 분리된 결제 구조에 있다. 현재 앱 마켓 운영사인 구글과 애플은 결제와 환불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으나, 실제 아이템 지급과 관리는 게임사가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마켓 측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환불 상세 내역을 게임사와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사는 누가 어떤 이유로 결제를 취소했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전문 ‘환불 대행 업체’의 성행이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액 환불을 보장한다는 광고로 이용자들을 유혹하며, 마켓의 환불 심사 알고리즘을 회피하는 수법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대행 행위는 명백한 업무방해 및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주로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고 있어 실질적인 단속과 처벌이 매우 까다로운 실정이다.
이 교수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 개발사들에게 이러한 결제 취소 행위는 경영상의 치명타로 작용한다”며 “대형 게임사는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인력과 기술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은 대규모 환불 사태가 터져도 손을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어렵게 개발한 게임이 흥행 궤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악성 환불로 인해 마케팅 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폐업의 기로에 서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국내 게임 생태계의 허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현재 기술적인 대안으로 활용되는 구글의 구매 무효화 API 등은 사후 대응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개발사가 직접 API를 호출해 취소 내역을 일일이 대조해야 하며, 그 시점은 이미 이용자가 아이템을 소모하거나 아이템 거래를 통해 이득을 취한 뒤인 경우가 많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으로는 지능화되는 환불 어뷰징 수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따라서 이 교수는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서는 앱 마켓 플랫폼 사업자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불 요청이 접수되는 즉시 개발사 서버로 해당 데이터를 전송하는 실시간 알림 시스템을 의무화하여, 개발사가 부당한 환불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는 막대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만큼,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 발생하는 부정 결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적 지원과 관리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제도적 가이드라인의 정립도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무형의 디지털 콘텐츠는 한 번 소모되면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재화 소모가 확인된 경우에는 마켓이 독단적으로 환불을 승인하지 못하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악의적인 환불을 반복하는 이용자에 대한 강력한 이용 제한 조치와 환불 대행 업체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결제 취소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플랫폼, 개발사, 이용자 간의 공정한 질서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교수는 앱 마켓은 투명한 운영을 통해 파트너사인 게임사와 상생을 도모해야 하며, 이용자들 또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