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VCT 킥오프 대회가 권역별 반환점을 돌며 ‘발로란트’ e스포츠 메타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밎이했다. 이번 대회는 요원별 스킬 구성과 밸런스를 뿌리째 흔든 ‘대격변 패치’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공식 무대다. 이로 인해 지난 시즌까지 정석으로 통용되던 철옹성 같은 조합들은 사실상 해체되었으며, 프로씬은 이전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전략적 변곡점에 직면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요원의 위상 변화다. 2025 시즌 이미 1티어로 군림했던 요루는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선택을 받으며 ‘유일신’의 경지에 올랐다. 타격대 본연의 화력은 물론 척후대의 역할까지 겸비한 요루의 다재다능함은 전 권역을 휩쓸고 있다. 반면, 지난 챔피언스 파리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웨이레이는 카운터 픽의 등장과 전략적 파훼법의 보급으로 인해 픽률이 급락하며 메타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감시자와 척후대 포지션에서도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흐름이 충돌하고 있다. 사이퍼와 킬조이 등 ‘함정’ 중심의 요원들이 너프로 주춤한 사이, 강력한 개별 무장을 앞세운 체임버가 약 1년 만에 주력 카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는 수비 진영에서도 능동적인 킬 캐치를 중시하는 화력 중심의 메타 전환을 상징한다. 반면 척후대에서는 스카이와 케이/오 같은 ‘삥척후’ 요원들이 퇴보하고, 소바와 페이드라는 클래식 정보 요원들이 다시 중심에 서며 기본기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결국 2026년 킥오프 메타는 요루와 체임버가 이끄는 ‘공격적 변칙성’과 소바, 페이드가 지탱하는 ‘안정적 정보전’이라는 두 줄기로 요약된다. 불확실한 신규 조합보다는 검증된 숙련도와 명확한 카운터 전술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 1티어에서 ‘유일신’으로! 전 권역을 휩쓴 ‘요루’ 열풍
2026 VCT 킥오프 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요루다. 2025 VCT 시즌 당시에도 요루는 이미 타격대 중 1티어로 분류되며 높은 성능을 입증한 바 있으나, 스킬 대격변 패치 이후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는 그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지며 그야말로 ‘유일신’의 경지에 올랐다.
현재 퍼시픽(89%), EMEA(60%), 아메리카(61%) 등 전 권역에서 압도적인 픽률을 기록하며, 2025년의 데이터를 상회하는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요루가 이처럼 모든 조합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이유는 독보적인 유틸리티 덕분이다.
‘관문 충돌’을 활용한 텔레포트 스킬은 단순히 위치를 이동하는 것을 넘어, 팀이 장악할 수 있는 영역을 순식간에 확장하고 상대의 수비 라인을 무력화한다. 또한 ‘기만’과 연계된 심리전은 적진에 혼선을 야기하며, 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적의 위치를 특정하고 시야를 차단하는 척후대적인 역할까지 완벽히 수행 가능하다는 점이 고평가받고 있다. 현대 발로란트 전략의 정점으로 군림하고 있다.
■ 챔피언스 원픽 ‘요-웨’, 킥오프에서는 저조?
대회 개막 전, 전문가들은 요루의 변칙적 진입과 웨이레이의 독특한 스킬 메커니즘이 결합된 ‘요루-웨이레이’ 조합이 2026년 메타를 지배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이러한 기대를 완전히 빗나갔다. 웨이레이의 픽률은 퍼시픽 5%, EMEA 12%, 아메리카 14%에 그치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2025 챔피언스 파리’에서의 위상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당시 웨이레이는 타격대 중 요루의 뒤를 이어 픽률 2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국밥 타격대’로 군림했다. 요루, 네온, 제트 등 메인 엔트리의 진입 안정성을 극대화하면서도 특유의 변칙적인 플레이 기조를 유지해 팀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되었던 요원이기에 별다른 너프가 없었음에도 픽률이 급감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웨이레이의 픽률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감시자 ‘비토’라는 뚜렷한 ‘카운터 픽’의 등장이 꼽힌다. 최근 솔랭에서는 찬밥 신세인 비토가 프로씬에서 재발견되면서 웨이레이가 활약하기 어려워졌다. 비토는 웨이레이의 핵심 기술인 ‘포화’를 비롯한 주요 유틸리티를 무력화하거나 정면으로 받아칠 수 있는 명확한 카운터 기믹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시자 역할군의 전반적인 하향으로 인해 방어 진영에서도 단순 구역 유지보다는 적극적인 교전과 킬 캐치 능력이 중요해졌고, 결과적으로 전술적 파훼법이 뚜렷해진 웨이레이 대신 현재의 빠른 템포와 정면 승부에 최적화된 요원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 감시자 너프와 ‘체임버’의 화려한 귀환
감시자 역할군의 전반적인 성능 하향은 픽률 지형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과거 수비의 핵심이었던 사이퍼와 킬조이의 함정 효율이 감소하고, 신규 요원 바이스조이저차 정교한 진입 저지력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프로씬의 선택은 ‘수비적 운영’에서 ‘화력 중심의 거점 방어’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킥오프에서 킬조이는 전 권역 평균 10% 초반대의 픽률로 주저앉았으며, 사이퍼(퍼시픽 18%, EMEA 15%)와 바이스(평균 10%) 역시 과거의 압도적인 위상을 잃고 특정 맵에서만 기용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등을 이뤄낸 요원은 단연 체임버다. 체임버는 이번 퍼시픽 권역에서 37%라는 놀라운 픽률을 기록하며 감시자 중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며, 아메리카(29%)와 EMEA(22%)에서도 주력 카드로 완벽히 복귀했다.
이는 체임버가 거의 외면받다시피 했던 ‘2025 VCT 스테이지 2’ 당시의 평균 픽률(약 5~8%)과 비교하면 무려 4~5배 가까이 폭등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는 감시자에게조차 능동적인 킬 캐치를 통해 수적 우위를 점할 것을 요구하는 프로팀들의 전략적 기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함정의 정보력에 의존하기보다 강력한 개별 무장과 생존기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 수비’가 2026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 돌고 돌아 클래식, ‘페이드’와 ‘소바’의 굳건함
다양한 척후대 요원들이 실험적으로 등장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킥오프에서는 전통적인 정보 획득 요원인 페이드와 소바를 중심으로 한 ‘클래식 척후대’로의 회귀가 뚜렷하게 관측된다.
이는 스카이와 케이/오 등 소위 ‘플래시형 척후대’들이 연이은 패치를 통해 유틸리티 성능이 억제되면서,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정보 공유가 가능한 요원의 가치가 재조명되었기 때문이다.
맵풀 변화에 대한 영향도 있겠지만, 실제 수치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스카이는 퍼시픽 12%, EMEA 8%라는 저조한 픽률을 기록했고, 케이/오 역시 아메리카 15%, EMEA 11% 수준에 머물며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소바는 아메리카(44%)와 퍼시픽(39%)에서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맵 스캐닝 능력을 선보이며 광활한 지역에 대한 정보 수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페이드 역시 EMEA(50%)와 퍼시픽(37%)에서 높은 선호도를 기록하며 정보전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최근 메타의 주류인 요루의 진입 타이밍에 맞춰 상대를 약화시키거나 시야를 차단하고 위치를 특정하는 페이드의 ‘추적귀’ 활용은 현재 맵 풀에서 가장 위력적인 연계 전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반면, ‘아이스박스’ 등 쓰이던 맵이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며 게코는 퍼시픽 기준 픽률이 10% 미만으로 급감하는 등 특정 맵을 제외하면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척후대 포지션 내에서도 확실한 정보 획득이라는 ‘근본’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