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보는 아이, 싸움 없이 해결하는 방법은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듯, 마음이 아플 때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마음리뷰’는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마음의 주인으로 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해결을 위한 핵심 원칙은 ‘통제’가 아닌 ‘조절 능력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출처 Gettyimagesbank]

스마트폰 과의존 해결을 위한 핵심 원칙은 ‘통제’가 아닌 ‘조절 능력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출처 Gettyimagesbank]


스마트폰은 청소년과 부모 사이에서 갈등을 부르는 단골 소재다. 식사 시간은 물론 씻는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자녀를 보고 부모가 잔소리하는 순간, 말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다툼이 격해지면 스마트폰을 뺏는 부모도 많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반복될수록 갈등은 깊어지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오히려 멀어진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모의 이해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제욱 교수는 “청소년기는 뇌의 조절 능력이 아직 ‘공사 중’인 시기”라며 자녀의 뇌가 성장할 시간을 기다려주는 인내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의 도움말로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지도 원칙을 짚어본다.


‘좋아요’에 익숙해진 뇌, 현실은 심심하게 느껴

아이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으면 부모는 흔히 ‘의지가 약해서’ 혹은 ‘부모를 무시해서’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과의존은 의지 부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강 교수는 청소년이 스마트폰 사용 조절에 취약한 이유를 뇌의 생물학적 취약성과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청소년은 즐거움과 보상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빠르게 발달하고, 충동을 조절하고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은 아직 미숙한 단계다. 특히 보상과 쾌감에 관여하는 도파민에 대한 민감성도 높아 SNS·영상 등 즉각적인 보상 자극에 쉽게 끌릴 수 있다.


또한 청소년기는 또래 관계와 소속감이 삶의 중심에 놓이는 시기다. SNS에서의 ‘좋아요’와 댓글은 사회적 보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사회적으로 고립된다고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빠져들기 쉬운 데 비해 그 여파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청소년기는 환경에 따라 뇌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신경가소성 변화의 폭과 속도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라며 “이때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고차원적인 인지기능과 정서 조절에 필요한 뇌 회로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인지적 측면에서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두엽 기능이 저하돼 빠르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서 현실의 잔잔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이다. 영화·드라마는 요약된 내용이 아니면 보기 힘들고, 일상이 재미없고 심심하게 느끼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리적으로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만족을 느끼기 어려워 무기력감에 빠지기 쉽다. 비대면 소통에 치중하면서 상대의 표정·말투, 분위기를 읽는 공감 능력이 저하되고 거북목 증후군, 신체활동 감소로 인한 소아비만 등 신체적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통제는 잠시, 조절력은 평생…”부모가 본보기 돼야”

스마트폰 과의존이 의심될 때 부모가 가장 쉽게 택하는 방법은 ‘뺏기’다. 눈앞에서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당장은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물론 강압적인 통제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학습에 문제를 겪는 등 자기 조절력이 무너진 경우다. 온라인 성착취물이나 도박성 결제, 사이버 폭력, 자해·자살 사고를 악화시키는 콘텐츠에 노출됐을 때도 강압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다만 통제는 단기적 개입에 그쳐야 한다. 통제가 길어질수록 아이는 사용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뺏고 뺏기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부모–자녀 관계가 틀어진다. 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아이는 반항심을 느끼고 ‘나는 못 믿는 존재’라고 생각해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업 부담이 큰 청소년기에는 스마트폰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심리적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이를 대신할 선택지 없이 스마트폰만 빼앗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강 교수는 뇌 발달 특성상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시기임을 이해하고 부모가 통제자가 아닌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발점은 부모 자신의 ‘디지털 모델링’을 점검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말보다 행동을 보고 배운다.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사용할 때도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모가 주체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 역시 스마트폰을 삶을 지배하는 대상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한다.


청소년기의 스마트폰 과의존은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성장하면서 뇌의 회로가 안정화되고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면 조절 능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습 의욕이 남아 있고 또래 관계가 원만하며,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도 된다.


다만 일상적인 소통이 어려울 정도의 공격성이나 만성적인 무기력, 집중력의 현저한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기저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스마트폰 사용 문제보다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ADHD로 충동 조절의 ‘브레이크’가 약한 경우에는 치료를 통해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울증 등 기분장애를 가진 청소년은 부정적인 정서를 피하고자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용을 억제하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강제욱 교수의 조언


강제욱 교수.
강제욱 교수.


아이의 뇌가 성장할 시간을 기다려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고성능 엔진을 가진 스포츠카지만, 아직 브레이크를 밟는 힘이 부족한 시기구나’라고 생물학적인 한계를 먼저 인정해 주세요.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조절력 향상과 연결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다 관계가 틀어지면 어떤 훈육도 아이에게 닿지 않습니다. “그만 내려놔” 대신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나한테도 알려줄래”라는 말로 다가가 보세요. 이것이 조절을 가르치는 출발점입니다. 끝으로 아이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현실이 그만큼 힘들거나 공허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학업 부담과 또래 관계의 외로움, 낮은 자존감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죠. 그러니 사용 시간만 보지 말고 아이가 느끼는 ‘마음의 기’를 먼저 살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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