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용품으로 변신한 구강관리용품, 소비자 권리 침해 없도록 해야


지난 6월 칫솔·치간칫솔·치실·설태제거기 등 구강관리용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위생용품’으로 지정되면서 관리 체계가 강화됐다. 위생용품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위생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생활용품을 뜻한다.


구강관리용품에 대한 품질 기준이 엄격해지고, 안전관리가 체계화된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 방향성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규제의 강도가 안전관리 수준을 넘어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까지 과도하게 막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잃게 되고, 결국 합리적인 선택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덕 신한대 석좌교수(치의학 박사).
박용덕 신한대 석좌교수(치의학 박사).


현재 식약처는 ‘위생용품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허위·과대·비방 표시·광고의 범위를 추가 설정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르면 의약외품인 치약의 효능·효과에 해당하는 표현(치주염 예방, 잇몸질환 예방 및 치과의사 추천 등)을 위생용품에 표시하는 것이 금지된다. 


치과의사로서 치약이 구강관리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특히 불소 같은 성분이 충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치약의 효능만으로 구강질환 예방 효과를 해석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구강관리용품의 치태(플라그) 제거 기능과 이를 통한 치주질환 예방 효과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치과의사가 구강관리용품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구강질환 예방 효과가 치약 성분에만 전적으로 달려 있다면 충치나 잇몸병 예방을 위한 구강관리 교육도 ‘어떤 치약을 사용하는지’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과 교육에선 구강관리용품을 활용해 치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올바른 칫솔질 방법을 강조한다.


특히 칫솔을 활용한 잇몸 마사지의 중요성은 치과대학 교과서와 진료 현장에서 환자 교육의 핵심으로 다뤄진다. 치주질환자의 회복 과정에서도 잇몸을 적절히 자극하고 마사지하는 관리가 중요하다. 칫솔질은 단순 치태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잇몸 조직을 자극해 세포 재생이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도 한다.


이번 규제로 자칫 치아와 잇몸 건강을 모두 치약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과도한 인식만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허위·과장·오인 가능성이 있는 표현은 엄격히 관리하되,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까지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규제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라면 안전한 제품 관리와 소비자 정보 제공 사이에서 균형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동시에 국민 구강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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