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 대장염, 빠른 ‘상급 치료’ 전환이 합병증 막는다”


궤양성 대장염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증상이 없을 때도 염증을 억제해 합병증과 수술 위험을 낮추기 위해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는 환자 상태에 맞는 약제를 의료진과 함께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조기에 상급 치료(Advanced Therapy)로 전환하는 것이 세계적인 치료 흐름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엄격한 급여 기준으로 상급 치료 전환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글로벌 치료 흐름에 맞춰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 보험위원장이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 소장인 강상범 교수와 UC사랑회 이민지 회장을 만나 조기 상급 치료 전환의 필요성과 현실적 과제를 짚어봤다.


강상범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침범 범위와 관계없이 증상이 심하면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강상범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침범 범위와 관계없이 증상이 심하면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궤양성 대장염은 어떤 질환인가.


강상범 교수(이하 강 교수):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뉜다. 이중 궤양성 대장염은 병변이 대장에 국한되는 것이 특징이다. 변실금과 혈변, 점액변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직장에 염증이 생기면 급박변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한다. 염증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장 점막 세포가 불규칙하게 변해 대장암 위험이 커진다. 이런 변화는 용종처럼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내시경 검사에서 놓치기 쉽다. 또 장에서 영양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영양 결핍이 발생하고, 그 결과 전신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 등 추가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민지 회장은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불안도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김동하 객원기자

이민지 회장은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불안도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김동하 객원기자


– 환자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증상은.


이민지 회장(이하 이 회장): “급박변과 잦은 설사다. 많은 환자들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긴장된다고 말한다. 움직이기 전 화장실 위치를 먼저 찾는 것은 일상이다. 화장실을 자주 오가다 보니 업무·회의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고 인사 고과에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증상이 잠잠하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도 없다. 관해기에서 예고 없이 활동기로 전환될 수 있어 환자들은 늘 불확실성을 안고 지내야 한다.”


– 치료의 목표와 과정이 궁금하다.


강 교수: “단기 목표는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켜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혈액·대변 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가 감소했는지 확인한다. 장기 목표는 내시경 검사에서 염증이 보이지 않는 ‘점막 치유’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조직 검사에서도 염증이 보이지 않는 조직학적 관해까지 치료 목표로 삼고 있다. 치료는 ‘목표 지향 치료(Treat-to-Target)’ 방식으로 진행된다. 약제를 선택해 3~6개월간 치료한 뒤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치료 전략을 조정한다.”


– 치료 약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강 교수: “기본 치료는 5-ASA(아미노살리실산) 제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환자의 약 70~80%는 이 단계에서 질환 조절이 가능하다. 조절되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를 사용한다. 다만 이들 약제는 반복·장기 사용 시 부작용 위험이 크다. 따라서 중등도 이상이거나 고위험 환자는 상급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 글로벌 가이드라인 역시 5-ASA에 반응하지 않으면 조기에 소분자 제제 또는 생물학적 제제 등의 상급 치료를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상급 치료 옵션을 활용한 전략은 최근 치료 패러다임이 스테로이드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 국내에서 상급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강 교수: “국내에 상급 치료 옵션이 도입된 이후 환자의 예후가 크게 개선됐다. 수술로 이어지는 비율도 줄었다. 주사제에 이어 경구용 치료제까지 등장하며 선택지도 넓어졌다. 대표적으로 오자니모드(제포시아)는 하루 한 번 복용만으로 주사제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주사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나 바쁜 사회인에게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를 여러 차례 사용해야 상급 치료로 전환할 수 있어 최신 치료 흐름과는 간극이 있다.”


상급 치료를 조기에 도입하는 전략이 궤양성 대장염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근거가 쌓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보험 체계는 여전히 단계적으로 치료 강도를 높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상급 치료로 전환하려면 복잡한 심사와 평가, 모니터링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환자는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구조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단계적 치료 구조가 환자에게 주는 부담은.


이 회장: “단계적 치료 구조에서는 치료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특히 스테로이드는 장기 사용이 권장되지 않지만, 상급 치료로 넘어갈 명확한 기준이 없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상급 치료를 시작한 후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상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환자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상급 치료 전환 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졌다.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시점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 최적의 치료를 위해 개선될 부분은 무엇인가.


강 교수: “환자 수는 늘고 있지만, 국내 치료 제도는 질환 특성과 환자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급여 기준이 엄격해 상급 치료 전환이 늦어지고, 그 사이 보편적 치료만 반복하다 합병증이나 장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의료진 역시 소신 있는 치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적시에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회장: “상급 치료 옵션 가운데 JAK 억제제는 동일 계열 내 약제 전환이 제한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JAK 억제제 간 교차 사용이 가능하지만,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전환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치료 지속 의지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언제 상급 치료로 전환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체계적인 진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폭넓게 마련됐으면 좋겠다.”


–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 교수: “대한장연구학회에서는 보험위원회를 중심으로 환자들에게 최신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신약을 국내에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급여 기준 개선을 위해 국회 토론회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제도 변화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 회장: “UC사랑회는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과 함께 대한장연구학회 건강강좌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환자 간 소통을 위한 오픈 채팅방도 운영 중이며 오는 4월에는 영양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 끝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강 교수: “궤양성 대장염은 전문 의료진의 진료와 근거에 기반해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도 전문 진료 환경이 마련돼 있는 만큼 가까운 곳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를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못된 정보로 두려움에 흔들리지 말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이 회장: “궁금한 점이 있을 땐 의료진 상담과 교육, 환우 모임을 통해 정보를 나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끝으로 환자들의 작은 목소리가 모여 치료 환경을 바꿔온 만큼, 앞으로도 함께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생활정보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