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익스트랙션 장르의 트렌드는 명확하다. 더 많은 대중을 포섭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고, 빠르고 쾌적한 템포를 지향한다. 하지만 여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게임이 있다. 좀비가 점령한 고층 빌딩 ‘리버티 그랜드 센터’를 무대로 한 ‘미드나잇 워커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탁 트인 전장 대신 폐쇄된 복도와 수직적 구조를 선택해, 유저들을 숨 막히는 압박감 속으로 밀어 넣는다.
직접 체험해 본 ‘미드나잇 워커스’의 첫인상은 ‘지독할 정도로 묵직하다’는 것이었다. 라이트 하나에 의존해 어둠을 헤치고, 벽에 무기가 튕겨 나가는 좁은 공간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과정은 장르 본연의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일정 시간마다 층을 폐쇄하며 유저를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몰아넣는 시스템은, 이 게임이 단순한 파밍 게임을 넘어 고도의 심리전과 전략이 필요한 무대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임이 보여주는 ‘타협 없는 하드코어함’은 양날의 검과 같다. 독보적인 아트워크와 수직적 교전의 재미는 명품이라 불러도 손색없지만, 그 이면에는 유저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시스템적 불친절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기초적인 인벤토리 관리부터 불합리한 전투 밸런스까지, 하드코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엔 아쉬운 실책들이 몰입의 흐름을 방해하곤 한다.
- ㆍ게임명: 미드나잇 워커
- ㆍ장르: 익스트랙션
- ㆍ개발사: 원웨이티켓
- ㆍ유통사: 원웨이티켓
- ㆍ출시일: 1월 29일
- ㆍ플랫폼: PC
■ 수직적 공간이 주는 밀도 높은 압박감
미드나잇 워커스에 접속하자마자 마주하는 ‘리버티 그랜드 센터’는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다수의 동종 게임이 광활한 야외 맵에서 수평적 이동에 치중할 때, 이 게임은 고층 빌딩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수직적으로 쌓아 올리며 밀폐된 공간이 주는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한다.
조명은 단순한 시각 효과 이상의 심리적 기제로 작동한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심연 속에서 라이트를 켜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동시에, 자신의 위치를 적들에게 노출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정보를 얻기 위해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이 잔혹한 메커니즘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매 순간 무게감을 더한다.
청각적 디테일 또한 긴장감의 밀도를 높인다. 층간 경계를 넘어 들려오는 정체 모를 마찰음과 좀비들의 기괴한 신음은 시야가 차단된 유저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청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 감각적인 경험은 “언제든 습격당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며 장르적 재미를 충실히 구현해냈다. 공포게임을 잘 못하는 기자에게는 정말 ‘쫄리는 맛’으로 다가왔다.
지난 테스트 대비 비약적으로 발전한 좀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과거 무색무취했던 개체들에 생동감 넘치는 위협이 부여됐다. 환풍구에서 갑작스레 낙하하거나 가구 뒤에 숨어 있다 기습하는 패턴은 내가 익스트랙션 게임을 하는지, 공포게임을 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점프 스퀘어 요소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게임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결과적으로 미드나잇 워커스는 수직적 고립과 어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아트워크로 훌륭하게 치환했다. 독창적인 비주얼과 분위기 조성 능력만큼은 최근 시장에 출시된 대작들과 견주어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 타협 없는 하드코어함의 미학
최근 익스트랙션 시장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캐주얼화’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미드나잇 워커스’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하드코어한 길을 택했다. ‘아크 레이더스’나 ‘덕코프’가 속도감 있는 액션을 강조한다면, 이 게임은 정적인 템포와 리얼리티를 지향한다.
전투의 물리적 역동성은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이다. 무기를 휘두를 때 전달되는 역경직과 좁은 공간 내에서의 지형지물 간섭은 플레이어에게 정교한 거리 조절과 위치 선정을 강요한다. 벽에 무기가 튕겨 나가는 순간 생기는 빈틈은 곧 죽음으로 직결되며, 이는 화려한 조작보다 상황 판단력이 생존을 결정짓는 요소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가혹함은 좀비와의 교전에서 정점을 찍는다. 타 게임에서 소모품에 불과했던 좀비들은 이곳에서 플레이어의 탈출을 저지하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다. 실제로 교전 중 유저보다 좀비에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정도로, 매 순간 사투를 벌여야 하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스캐브마냥 뜨문뜨문 있는 것도 아니고, 층마다 정말 다수의 좀비가 배치돼 있는데, 특유의 리듬감을 익히기 전까지는 좀비와의 사투로 꽤 고생하게 된다.
기동성을 극도로 제한한 설계 역시 독특하다. 리듬감을 익혀야 하는 건 다 이 때문이다. ‘질주’와 ‘회피’라는 기본 소양을 덜어낸 자리는 오직 ‘걷기’와 ‘신중함’이 채운다. 한 번 전투가 시작되면 도망치거나 숨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에, 유저는 전투 개시 전 모든 변수를 계산해야 한다. 이 같은 극한의 긴장감은 전투 그 자체에 몰입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최상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대중적인 재미를 찾는 유저들에게는 가혹한 진입장벽이 될 공산이 크다.
미드나잇 워커스는 수직적 구조라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기존 던전 크롤러 장르의 ‘자기장’ 개념을 ‘층 폐쇄’라는 독창적인 장치로 치환했다. 광활한 평면 맵에서 중심부를 향해 좁혀오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일정 시간마다 특정 층이 폐쇄되며 생존 구역을 압축하는 이 시스템은 게임의 템포를 조절하는 핵심 메카닉이다.
게임 초반에는 광활한 빌딩 속에서 AI 좀비들만 마주하며 고요한 파밍을 즐기는 듯하지만, 층이 하나둘 차단될수록 플레이어들의 밀도는 급격히 높아지며 피할 수 없는 조우를 강제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상 층과 층을 잇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그야말로 죽음이 도사리는 ‘만남의 광장’이 된다.
폐쇄되는 층에서 탈출하려는 유저와, 길목을 선점해 킬을 올리려는 ‘하이딩’ 유저들이 뒤엉키며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찰나의 시간이나 어두운 계단실을 오르는 과정은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극한의 심리전을 유발한다. 이는 익스트랙션 장르 본연의 도파민인 PvP의 재미를 의도적으로 특정 구간에 응집시키려는 개발진의 전략적인 설계라 할 수 있다.
미드나잇 워커스는 초기 익스트랙션 장르가 가졌던 날 것 그대로의 엄격함을 계승했다. 편의성 대신 리얼리티의 무게감을 선택한 이 결단은, 가벼운 재미보다는 묵직한 성취감을 갈구하는 하드코어 팬층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 하드코어함와 불편함은 엄연히 다르다
난도가 높은 것과 시스템이 불편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미드나잇 워커스는 얼리 액세스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핵심 루프를 방해하는 설계상의 결함이 곳곳에서 노출된다. 특히 신규 유저가 게임의 문법을 익히기도 전에 느껴야 하는 불친절함은 장르적 개성으로 포장하기엔 그 정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스템적 직관성의 확보다. 탈출로를 확보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모호해, 치열한 사투 끝에 길을 잃고 사망하는 허망한 경험이 반복되기 일쑤다. 물론 미니맵에 탈출포트 위치를 보여주는 등 지난 테스트에 비해 발전한 대목이지만, 여전히 미로 같은 건물을 배회하는 과정은 긴장감이 아닌 짜증을 유발한다.
UI와 UX의 미흡함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인벤토리 관리 중 발생하는 프레임 드롭이나 아이템 정렬의 비효율성은 재미를 반감시킨다. 판매한 아이템 재화가 기존 재화와 겹치기가 안 되는 기본적인 편의 기능의 부재는 수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판매 대금이 즉시 보관함이 아닌 인벤토리로 들어오는 구조 역시 불필요한 번거로움이다.
아울러 상인 퀘스트의 협소한 수주 한도는 지루하고 현학적이다. 한 번의 진입으로 여러 목표를 연쇄적으로 달성하는 성취감이 중요한데, 수주 제한 탓에 똑같은 지역을 반복해서 왕복해야 하는 ‘셔틀’ 형태의 플레이가 강요된다. 성장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같은 형태는 ‘재미’가 아닌, 고역스러운 노동으로 다가온다.
상세한 가이드 시스템 부재 역시 어려움을 겪는 유저들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가령,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인레이드’ 시스템처럼 소위 ‘빤스’에 아이템을 넣고 죽으면 아이템은 보존되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결론적으로 미드나잇 워커스는 훌륭한 비주얼과 독특한 장르적 해석을 갖춘 잠재력 있는 원석이다. 그러나 현재의 불편함을 하드코어함으로 오독해서는 안 된다. 개발사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시스템적 하자를 보수하고 정교한 밸런싱을 거친다면, 장르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점
특색있는 분위기의 전장 디자인
하드코어한 매콤함
교전 지향형 ‘층 폐쇄’ 시스템
단점
불합리한 시스템과 밸런스
편의성 부재와 불편한 UI
인색한 퀘스트 수주 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