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에서 가장 광활한 전장으로 손꼽혔던 ‘브리즈’는 출시 초기부터 공격 측이 유리한 전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긴 교전 거리와 수많은 진입로, 그리고 수비 팀의 백업 동선 부담은 브리즈의 고질적인 밸런스 붕괴 요인이었다.
가장 큰 밸런스 붕괴 요인은 수비 측의 로테이션 부담과 정보 획득의 난해함이었다. 사이트 간 거리가 워낙 멀어 한쪽 사이트가 돌파당했을 때 반대편 인원이 백업을 가는 속도보다 공격 측이 포스트 플랜트 진형을 구축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로 인해 수비 진영은 매 라운드 공격 측의 템포에 휘둘리는 양상을 보였으며, 프로 씬과 솔로 랭크를 막론하고 브리즈는 공격에서 최대한 많은 라운드를 따내야 승리할 수 있는 맵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단행된 2차 리워크는 이러한 브리즈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정조준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단순히 지형지물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 미드와 A 홀 등 공격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경로를 과감히 폐쇄하거나 재설계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러한 변화는 수비 진영에게 더 강력한 거점 점유력과 효율적인 로테이션 동선을 제공했으며, 결과적으로 브리즈는 과거의 오명을 벗고 공수 밸런스가 조화를 이루는 ‘황금 밸런스’ 맵으로 거듭났다.
■ 프로 씬과 솔랭을 관통하는 승률 평준화

2024 VCT 퍼시픽 스테이지 1 당시 브리즈의 승률 지표를 살펴보면, 공격 측의 승률이 수비 측을 유의미하게 상회하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브리즈의 공격 측 승률은 52%, 수비 측 승률은 48%로 약 4%p의 격차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6 VCT 퍼시픽 킥오프의 최신 통계는 이러한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음을 보여준다. 리워크 이후 브리즈의 승률은 수비 52%, 공격 48%로 집계되며 오히려 수비 진영이 유의미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이는 최상위권 교전에서 수비 진영의 전략적 선택지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2차 리워크를 통해 맵 전체의 구조적 결함이 수비팀에 유리하게 해소되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한다.

이러한 변화는 솔로 랭크 데이터에서도 동일하게 관측된다. 2024년 솔로 랭크 통계 기준, 브리즈는 공격 측 승률이 53%에 육박하며 높은 ‘공격 편향성’을 보였다. 전략적 협동이 어려운 솔로 랭크 특성상, 넓은 맵을 휘젓는 공격 측의 기동성을 수비 측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반면, 2차 리워크가 적용된 최신 솔랭 데이터를 보면 브리즈의 공수 승률은 수비 50.6%, 공격 49.4%로 역전에 성공했다. 리워크를 통해 불필요한 사각지대가 제거되고 수비 동선이 최적화되면서, 유기적인 백업이 부족한 솔로 랭크 환경에서도 수비 진영이 사이트를 홀딩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2차 리워크는 단순히 특정 진영에 이점을 주는 것을 넘어 맵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 공격 진영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나갔던 것과 달리, 현재의 브리즈는 매 라운드 치열한 수싸움이 요구되는 전장이 됐다.

■ 구조적 변화가 불러온 수비 지향적 패러다임 전환

브리즈가 공격 유리 맵에서 수비가 할 만한 맵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주요 교전 지역의 ‘시야 차단’과 ‘진입로 단순화’에 있다. 2차 리워크를 통해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 곳은 단연 A 사이트와 미드다.
과거 A 사이트는 공격 측이 침투할 수 있는 경로가 너무 다양했고, 수비 측은 모든 각도를 체크하기 위해 인력을 분산 배치해야만 했다. 그러나 리워크 이후 특정 경로가 폐쇄되거나 엄폐물이 재배치되면서 수비 측의 가용 시야가 획기적으로 확보됐다.
특히 ‘홀’ 구역의 변화와 ‘중앙 도어’ 주변의 구조 개편은 공격 진영의 속도감을 제어하는 결정적인 장치가 됐다. 이전에는 공격 측이 중앙을 장악할 경우 수비 진영의 로테이션이 완전히 마비됐다.
하지만 현재는 수비 측이 적은 인원으로도 미드 정보를 획득하고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했다. 이는 수비팀이 사이트 수비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했다.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방어 라인의 견고함을 더했다. 물론 사이트가 견고해진 만큼 공격 팀이 사이트 장악 후 플랜트에 성공하면 유리 조건이 뒤바뀌게 된다.

B 사이트 역시 수비 팀의 거점 유지력이 대폭 향상됐다. 과거 B 사이트는 진입로가 넓고 엄폐물이 파편화되어 있어 공격 측이 일단 사이트를 장악하면 ‘B 백사이드’나 ‘필라’ 주변에서 수비의 리테이크를 봉쇄하기 용이했다. 하지만 리워크를 통해 공격 측이 활용하던 유리한 각도들이 조정됐고, 반대로 수비 측이 몸을 숨기고 공격 측의 진입 템포를 끊을 수 있는 엄폐물의 위치가 최적화됐다.
리워크 이후 사이트 내부의 엄폐물 위치가 조정되고 사각지대가 줄어들면서, 수비 측은 연막과 스킬을 조합해 보다 체계적인 탈환 작전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수비 측이 지형지물을 활용해 공격의 템포를 늦출 수 있게 됨에 따라, 공격 측은 단순한 진입이 아닌 정교한 스킬 연계와 시간 싸움을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브리즈 2차 리워크는 무주공산이었던 광활한 영역을 수비 진영이 통제 가능한 요새로 탈바꿈시켰다. 공격 측의 선택지를 전략적으로 제한하고 수비 측에게는 위치 선정의 이점을 제공함으로써, 맵의 전반적인 무게 중심이 수비 쪽으로 이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