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어느덧 출시 28주년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태동기를 이끈 리니지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국내 MMORPG의 문법을 정립하며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해 온 상징적인 IP다.
신일숙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니지는 아기자기함보다는 중세 판타지의 거칠고 묵직한 감성으로 성인층을 사로잡았다. 특히 ‘혈맹’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커뮤니티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성 점령전인 ‘공성전’은 리니지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형성했다.
단일 게임 최초 누적 매출 1조, 리니지가 걸어온 길

리니지 IP가 한국 게임사에 남긴 가장 큰 의의는 온라인 게임 특유의 ‘사회성’과 ‘경쟁’의 모델을 완성했다는 점에 있다. 신일숙 작가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세계관 아래, ‘혈맹’ 중심의 끈끈한 커뮤니티와 이를 기반으로 한 ‘공성전’은 리니지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이 됐다.
리니지는 산업적으로도 유례없는 기록을 써 내려왔다. 단일 게임 최초 누적 매출 2조 원 돌파라는 대기록은 온라인 게임이 영화나 음악을 넘어서는 고부가가치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수많은 과금이 필요한 리니지의 수익 모델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넘어와 ‘리니지M”에서 격화됐다. 리니지가 구축한 시스템은 한국 MMORPG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한편으로는 과도한 경쟁과 과금 유도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변화를 요구받는 기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2026년 2월 초 출시된 ‘리니지 클래식’은 IP의 본질로 회귀하려는 엔씨소프트의 의지가 투영된 결과물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유저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2000년대 초반의 게임성을 복구하는 데 집중했다.
복잡한 성장 시스템 대신 과거의 느린 호흡과 수동 조작의 재미를 내세웠으며, 특히 모바일에서 비판받았던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해 과거의 ‘월정액제’ 방식을 다시 채택하며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했다. 출시 직후 누적 접속자 50만 명, 최대 동시 접속자 18만 명을 기록하며 IP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가상 사회의 축소판, 유저가 써 내려간 ‘바츠 해방 전쟁’

리니지가 한국 게임사에 남긴 또 다른 거대한 족적은 게임 속 세상이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하나의 정교한 ‘가상 사회’로 작동하게 했다는 점이다. 리니지는 개발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저들이 스스로 권력 구조를 형성하고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는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특징은 온라인 게임이 현실 사회의 인간관계와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고, 인문사회학적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리고 리니지식 가상 사회의 정점을 보여준 사건이 바로 2004년부터 약 4년간 이어진 ‘바츠 해방 전쟁’이다.
리니지2의 바츠 서버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DK혈맹’의 독재와 폭거에 맞서, 수만 명의 일반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연합군을 결성해 저항한 이 사건은 온라인 공간에서 실현된 하나의 민주주의적인 에피소드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레벨 유저들의 압도적인 무력에 대항해, 저레벨 유저들이 스스로 ‘내복단’이라 칭하며 몸을 던져 길을 열었던 장면은 리니지 IP가 가진 서사적 힘을 증명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한국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당시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 뉴스에 보도될 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다. 게임 내 정치가 현실의 시민 운동만큼이나 치열하고 숭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저들은 단순히 사냥을 즐기는 플레이어를 넘어, 가상 세계의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공유하며 집단의 힘을 발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