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6 “만족스러운 오픈베타, 다시 한번 속아본다”


“예약 구매해도 될까?”

EA 신작 ‘배틀필드6’ 오픈베타 테스트 첫 주차가 막을 내렸다. 시리즈 특유의 대규모 전장과 병과 시스템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기자는 첫날부터 전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맵과 모드를 직접 경험했다.

첫인상은 뚜렷했다.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현실적인 탄도 체계와 차량 운용, 그리고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파괴 요소가 다시 한 번 중심에 자리했다. 억지로 새로운 것을 끼워 넣기보다, 시리즈의 기본기를 재정비한 인상이 강했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건 전통적인 배틀필드 감각의 복원이다. 병과별 역할 분담이 명확해지고, 보병과 차량이 상호 보완하며 전투를 이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거대한 맵 속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팬들이 오래 기다려온 장면 그대로였다.

물론 완성판이 아닌 만큼 아쉬움도 존재했다. 일부 무기 밸런스와 기술적 버그는 눈에 띄었지만, 전반적인 완성도와 방향성만큼은 긍정적이었다. 첫 주차를 마무리하며 느낀 건 하나다. 우리가 알던 배틀필드가 다시 돌아왔다는 확신이다.

 

■ 빈틈 없는 전장 설계가 만든 몰입감

- 카이로 포위전의 시가전 양상이 기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 카이로 포위전의 시가전 양상이 기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오픈베타 1주차에 공개된 전장은 카이로 포위전, 왕의 배터리, 리버레이션 피크다. 세 전장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진 첫인상은 치밀하게 설계된 전장의 밀도였다.

배틀필드 2042의 칼레이도스코프, 이른바 ‘송도맵’을 기억하는 유저라면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다. 거대한 빌딩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그때와 달리, 이번 작품의 전장은 구석구석까지 디테일이 살아있고, 허투로 채운 구역이 거의 없다.

리버레이션 피크는 중앙부로 전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설계가 특징이다. 구조물의 수는 많지 않지만, 절벽과 바위, 인공 방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고 엄폐물도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 전투 공백이 거의 없다.

카이로 포위전은 좁고 복잡한 도심 환경 속에서 근접 교전이 이어지는 시가전 맵이다. 시야가 제한된 골목과 다층 구조 건물이 많아,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고 교전 양상도 계속 바뀐다. 순간적인 반응 속도와 이동 경로 선택이 승패를 가르는 만큼, 공격과 방어 모두 긴장감이 높다.

건물 내부와 옥상, 발코니, 연결 다리 등이 입체적으로 얽혀 있어 고저차 전투가 빈번하며, 창문이나 틈새를 활용한 사격이 잦다. 차량을 통한 돌파보다 보병 간 교전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진입 타이밍과 위치 선정이 전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왕의 배터리는 전략 거점이 다층 구조로 설계돼 있다. 지상과 고지, 내부를 오가며 전투가 벌어지는 구조 덕분에 점령전에서 다양한 접근 방식이 가능하다. 거점을 사수하려는 수비와 이를 뚫으려는 공격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전투가 거점 주변에 집중된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건 파괴 요소다. 건물 외벽이나 방벽을 폭파해 새로운 경로를 만들거나 적의 엄폐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이는 배드 컴퍼니2부터 이어온 시리즈 전통을 한층 발전시킨 모습이다. 지형 변화가 전투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전략의 깊이를 더한다.

- 리버레이션 피크는 공헬과 항공기, 탱크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 리버레이션 피크는 공헬과 항공기, 탱크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 빠른 템포로 바뀐 건파이트, 장단이 뚜렷해졌다

- 반동이 강하지는 않지만, 연사 시 랜덤 스프레드가 커져 명중률이 떨어진다
– 반동이 강하지는 않지만, 연사 시 랜덤 스프레드가 커져 명중률이 떨어진다

오픈베타에서 가장 체감이 컸던 건 건파이트의 템포 변화다. 근접전에서는 무기 전환과 조준 속도가 빨라져 교전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승부가 갈렸다. 엄폐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짧은 교전이 연속적으로 이어졌고, 한 번의 진입 타이밍이 전투 흐름을 바꿨다. 전작보다 교전 템포가 뚜렷하게 빨라졌다.

빠른 템포의 건파이트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거리에서는 여전히 탄도 계산과 조준 보정이 필요한데, 근거리에서는 킬 타임이 워낙 빨라서 전투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전략을 세우기보다 먼저 쏜 쪽이 유리한 구도가 자주 만들어졌다.

총기 반동이 전반적으로 크지 않아 무기별 개성이 희미해지고, 숙련도를 발휘할 기회도 줄었다. 특히 연사 시 탄착이 퍼지는 블룸과 랜덤 스프레드 때문에 조준을 정확히 해도 탄이 빗나가는 상황이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카이로 포위전이다. 다층 구조 건물과 연결 다리, 옥상 루트가 얽힌 환경에서는 엄폐와 진입 각도, 재장전 타이밍 하나하나가 전투 결과를 좌우했다. 시야가 제한된 골목에서는 반응 속도와 순간 조준이 중요했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이 아쉬운 건 아니다. 스쿼드 단위로 움직이며 거점을 점령하거나 방어하는 순간에는, 빠른 TTK와 민첩한 이동이 오히려 전투 긴박감을 높였다. 좁은 골목이나 시가전 구간에서는 속도감이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 빈스 잠펠라 형, 샷건 너무 강해요

- 샷건 너프좀
– 샷건 너프좀

오픈베타에 공개된 전장들은 좁은 골목, 실내 구역, 다층 구조 건물이 많은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샷건이 교전을 유리하게 풀어갈 여지가 충분했고, 실제로 근접 구간에서는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했다.

전장 구조를 감안해도 샷건은 오버 밸런스다. 근거리는 물론이고, 창문이나 문틈 같은 좁은 시야각에서 피킹을 활용하면 중거리 교전도 안정적이다. 사정거리가 짧다는 전통적인 약점이 전장 구조와 지형 활용 덕분에 크게 완화된 셈이다.

특히 거점 돌입이나 방어 상황에서는 샷건 한두 명이 전장을 장악하는 장면이 잦았다. 돌입 속도가 빠르고 결정력이 높아, 다른 무기들은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커뮤니티에서는 장전 속도와 사격 간 딜레이, 거리별 대미지 감소폭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근접전에서의 장점은 유지하되, 다양한 무기가 상황별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밸런스 조정이 필요하다.

 

■ 그래서 예구할만 해?

- 오픈베타 테스트는 굉장히 재밌게 플레이했다
– 오픈베타 테스트는 굉장히 재밌게 플레이했다

배틀필드6 오픈베타를 플레이한 소감은 간단하다. “우리가 아는 배틀필드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시리즈 강점인 대규모 전장과 병과별 역할 분담, 팀 단위 전술 운용, 파괴 요소 등이 제대로 구현됐다.

최적화도 매우 훌륭하다. 인텔 i5 13500, GTX 4070 SUPER, 32GB 메모리 환경에서 대부분의 상황에서 안정적인 프레임을 유지했다. 간헐적인 튕김 현상이나 건물 파괴, 대규모 폭발 장면에서 일시적으로 프레임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오픈베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그래서 “예약 구매할만 해?”라고 물어본다면 기자는 말리고 싶다. 오픈베타 테스트를 굉장히 재밌게 플레이했지만, 본편이 출시되고 나서 구매해도 늦지않다. 게다가 배틀필드 팬들에게는 ‘배틀필드 2042’라는 전례가 있지않은가.

게다가 가격도 8만 원으로 매우 비싸다. 최근 AAA급 콘솔 게임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게임에 선뜻 투자하기는 부담스럽다. 남은 오픈베타를 충분히 플레이해보고, 본편이 출시되면 구매하자. 물론 기자는 다시 한번 속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