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의 출시일을 2026년 1분기로 연기했다.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출시 목표를 확신했지만 실패로 확인되면서 8월 13일 주가는 24.17% 하락한 2만 96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펄어비스는 출시일 연기의 이유로 오프라인 유통, 보이스 오버, 콘솔 인증 등 파트너사와의 협업 및 일정 조정 지연을 들었다.
외부 요인으로 출시가 불가피하게 연기됐지만 사실 ‘붉은사막’에는 내부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바로 조작 체계 개선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게임 박람회에서 붉은사막을 선보였다. 게이머들은 생생한 그래픽, 몰입감 있는 연출, 다채로운 보스 콘셉트, 호쾌한 액션 등 게임의 핵심 요소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조작 체계에서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대부분 부정적 반응이 많았고 글로벌 체험기에서도 “불편하다”, “복잡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는 북미, 유럽, 한국, 중국 등 국가를 막론하고 비슷했다.
유튜버 ‘YoVideogames’의 설명에 따르면 단순히 깃발을 설치하는 동작조차도 매우 복잡하다. 먼저 L3와 R3를 동시에 눌러 ‘상호작용 모드’로 진입한 뒤 □와 X로 깃발을 잡고 다시 X로 들어 올린다. 이후 △를 눌러 캐릭터가 깃발을 손으로 잡게 한 뒤 마지막으로 L1을 누른 상태에서 △를 다시 눌러야 설치가 완료된다.
보통 2~3번 클릭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과정이지만 붉은사막에서는 5~6단계의 조작이 필요하다. 버튼 클릭 수까지 고려하면 번거롭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물론 붉은사막의 조작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익숙해지면 컨트롤의 손맛이 살아나며 더 깊은 액션성을 느낄 수 있다. 일본 인기 게임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펄어비스의 대표작 ‘검은사막’을 게임패드로 즐기거나 콘솔 버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오히려 조작감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게임 시장의 트렌드는 ‘대중성’이다. 하드코어 게이머보다 가볍게 즐기는 유저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접근성과 편의성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지표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대표 사례로 네오위즈 ‘P의 거짓’과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있다. 두 게임은 난이도 선택 기능을 통해 더 많은 게이머를 유입했다. 난이도 높은 게임으로 유명한 프롬소프트웨어도 기존 철학보다 대중성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에서도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이 캐주얼 유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펄어비스에게 붉은사막은 단순한 ‘도전’이 아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작품이다.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기준점인 만큼 수많은 게이머 피드백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유가 어찌 됐던 펄어비스는 다시 한번 재정비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오는 게임스컴 2025에서 새로운 시연 빌드를 공개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연이어 출시가 연기된 만큼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