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 타고난 뼈 모양 따라 다르다 


 


무릎뼈의 경사나 공간 구조에 따라 소아청소년의 운동 중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무릎뼈의 경사나 공간 구조에 따라 소아청소년의 운동 중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같은 사고여도 어떤 아이는 무릎 인대가 끊어지고 어떤 아이는 뼈가 부러진다. 손상 부위가 다른 이유는 뭘까. 한국과 미국 연구팀이 ‘무릎 뼈의 타고난 생김새’가 부상 패턴을 좌우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신창호 교수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Theodore J. Ganley 교수) 공동연구팀은 운동 중 무릎을 다친 소아청소년 159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무릎뼈의 경사나 공간 구조에 따라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경골극(무릎뼈 일부분) 골절이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릎 부상 중 대표적인 두 가지는 ‘전방십자인대(ACL) 파열’과 ‘경골극 골절’이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달리기 중 급정지하거나, 방향을 갑자기 바꿀 때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손상이다. 경골극 골절은 전방십자인대가 인대에 붙은 뼈(경골극)를 강하게 잡아당겨 뼈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부상이다.


두 부상 모두 심한 경우 인대 재건이나 나사·실로 수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전방십자인대 파열군 ▶경골극 골절군 ▶정상 무릎을 가진 대조군으로 나누고 MRI 영상으로 무릎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경골 바깥쪽 관절면의 경사’였다. 이 경사가 가파를수록 두 가지 무릎 부상 모두 잘 발생했다. 경사가 1도 증가할 때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위험은 1.42배, 경골극 골절 위험은 1.33배 높아졌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무릎뼈 사이의 공간(대퇴과간 절흔 폭)’이었다. 이 공간이 좁은 아이일수록 전방십자인대 파열 위험이 컸다. 반면, 공간이 넓은 경우에는 인대가 덜 충돌해 파열 위험이 낮았다.


특히 경골 경사가 3.2도 이상이고 대퇴뼈 사이 공간이 전체 무릎 너비의 24% 이하인 경우에는 2명 중 1명꼴(52%)로 전방십자인대 파열이 발생했다. 부상 위험이 높은 아이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 단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신창호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신창호 교수.


신창호 교수는 “성장판이 열려 있는 소아청소년은 무릎 구조 교정이 비교적 용이하다”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 없이도 무릎 손상을 예방하거나 줄이는 치료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운동선수 청소년의 맞춤형 운동 지도나 조기 예방 프로그램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상을 겪은 뒤 치료하는 것보다 위험이 큰 아이를 먼저 선별해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서다.


논문은 스포츠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미국스포츠의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