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해 뇌신경 수술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봉생기념병원 봉생인공지능연구소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컴퓨터 기반 의료 시스템(CBMS) 2025’에서 AI 기반 뇌수술 보조 기술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SIMI(외과 수술 혁신 및 기계 연동 기술) 연구실과의 공동 연구다. 수술용 현미경 영상에서 뇌신경, 혈관 등의 위치 관계를 AI가 정량화해 ‘절대 거리(absolute depth)’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주제다.
현장 수술에서는 현미경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조물을 볼 수 있지만 기록 영상은 대부분 2차원(2D)이라 정확한 거리 정보를 담지 못한다. 연구팀은 딥러닝 기술로 2D 영상 속 상대 깊이를 예측한 뒤 현미경 초점 거리 정보를 활용해 절대 거리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이 기술은 환자의 수술 전 MRI 영상과 3D 재구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됐다. 평균 오차는 2mm 이내, 일부는 1.5mm 이하의 정밀도를 보였다. 봉생기념병원에서 이상훈 신경외과 의무이사가 집도한 미세감압술(MVD) 수술 사례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이환희 봉생AI연구소 팀장은 “AI 기술을 수술 현장에 적용해 신경 손상 위험을 줄이고 수술 정밀도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뇌종양, 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수술에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글로벌 협력 연구 네트워크인 ‘SMART Surgeon Collaborative’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 6개국 15개 병원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이 플랫폼은 수술 데이터를 정량화해 정확도와 표준화를 높이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봉생기념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참여한 협력 병원 중 하나다.
공동 연구자인 스탠퍼드대 Jay Park 박사는 “이번 성과는 AI 기반 수술 실현을 위한 다학제 협력의 대표 사례다. 실제 수술 환경에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CBMS는 의료 AI, 생체신호 분석 등 첨단 기술을 논의하는 세계적인 국제학회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전 세계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참고하는 국제 전자공학 학술 데이터베이스 ‘IEEE 엑스플로어(IEEE Xplore)’에도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