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왜 이렇게 몸이 굼뜨지…’ ‘엄마가 자꾸 한쪽 손을 잘 안 쓰네.’
노화라고 생각했던 미세한 변화가 때론 ‘파킨슨병’의 시작이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오래도록 일상생활을 지킨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파킨슨병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제 학술지 보고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환자 수는 현재의 2배인 2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2020년 11만1000명에서 2024년 12만7000명으로 약 15% 늘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정유진 교수는 “증상이 시작되었을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삶의 질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도파민 세포 손상으로 생겨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세포가 점차 줄어들면서 생긴다. 도파민은 우리가 움직일 때 근육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손이 떨리고 걸음이 느려진다. 자세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초기에는 한쪽 손이 잘 안 흔들리거나 글씨가 작아지는 변화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걷기가 힘들어지고 쉽게 넘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초기에 이런 증상들을 흔히 겪는 노화의 징후로 오해한다는 점이다. 정유진 교수는 “예전보다 말수가 줄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고 표정이 무표정해지는 변화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면 중 꿈속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수면장애, 변비, 우울감, 후각 저하 같은 비운동성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주변에서 ‘예전 같지 않다, 움직임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가 병원 진료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파킨슨병 진단은 주로 증상과 진찰 결과를 토대로 이뤄진다. 뇌 MRI나 혈액검사를 통해 비슷한 다른 질환을 감별하고, 도파민 분포를 확인하는 PET 또는 SPECT 같은 핵의학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분석, 운동 분석, 수면검사, 후각검사 등 보조적인 진단법도 다양해졌다.
파킨슨병은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기본은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치료다.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에는 뇌에 전극을 삽입해 자극을 주는 수술(뇌심부자극술, DBS)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정밀 진단과 맞춤형 약물 조합 등 치료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가족의 지지까지 생활 치료도
약만큼 중요한 것이 꾸준한 운동과 재활이다. 걷기·스트레칭·수영 등은 균형 감각 유지에 도움이 된다. 언어·작업치료나 영양관리, 심리상담도 함께하면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다. 무엇보다 가족과 보호자의 정서적 지지, 낙상 예방, 충분한 수면 등 일상에서의 관리가 장기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 규칙적인 운동, 머리 부상 예방, 충분한 수면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이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된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은 환자의 정서와 일상을 함께 돌봐야 하는 질환”이라며 “작지만 꾸준한 치료와 관심이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