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물기’, 현재의 감성으로 고대의 판타지를 만나다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너무나 많은 웹툰과 콘텐츠가 범람하다보니 대부분의 작품은 초반 1~2화 정도에서 계속 볼지를 결정하는, 그야말로 속도전의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네이버웹툰 를 별다른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 

‘동물’을 의인화하는 건 제법 나이가 들면서 좀처럼 가까이하지 않은 장르이다. 아무래도 체면, 아이들만 본다는 편견 그도 아니면 세월에 따라 커진 아집 때문 일수도 있겠다. 

게다가 처음 주인공으로 나오는 ‘공룡’과 ‘무인도’라는 설정도 익숙하기만 하다.  의 마지막에 함께 우는 아이들과 가족이 아직 생생하고,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보다 더욱 화려한 ‘주라기’ 시리즈에 이제 조금 지치기도 했다. 

게다가 ‘윌슨’이라니. 톰 행크스의 열연이 돋보였던, 그 이름이 선명한 에서 말 한마디 없이 연기를 했던 배구공의 이름이 아닌가.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그렇게 불신과 의혹으로 점철된 시선으로 처음 에피소드인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를 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1화도 못 넘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다음 화, 또 다음 화를 넘기고 있었다.  설정과 대사 그리고 캐릭터가 은근히 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자극하는 게 느껴졌다. 특히 몇몇 대사들은 마음을 조금씩 환기시켜 주었다. 

“그 희망이 너를 좀 먹고 있는 거야!”  

“다시 돌아가고 싶어.”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너무 평범한 기획과 시작이라는 느낌이 무색하게 시작하자마자 훅~하고 들어오는 신랄한 목소리들이었다. 다른 곳에서 들었다면 “이게 언제 적 이야기야?” 할 텐데,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파고 드는 걸 보니 제법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이 되었나 보다.   

이건 의인화가 아니라 가면을 쓰고 바로 너 잘해 하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 감동, 불편함 그리고 기대를 가지고 ‘지크’와 ‘노바’ 그리고 ‘윌슨’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게 뭐가 충분해?! 동족도, 먹이도! 아무도 없고, 나랑 너 둘밖에 없단 소리인데!” 

 “그야 당연히 여긴 엄마랑 애들을 죽인 나쁜 놈들이 없다는 소리니까!”   

 “그게 그렇게 되나?”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신세한탄으로 시작된 무료한 드라마는 새로운 캐릭터와 더불어 톡톡 튀기 시작한다. 그리고 색다른 시선과 확실한 개성으로 인해 우리의 편견이나 고정된 생각을 반성하게 만든다. 

“지금 상황이 힘들고 답이 없어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지금 답이 안 보인다고 결코 포기하면 안 된다고!”

 

너무 교훈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수긍하게 만드는 탄탄한 연출과 공감이 가는 캐릭터의 감정으로 독자에게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절망적인 상황인데, 그걸 벗어나고자 하는 너무도 당연한 의지를 만나고 희망과 가능성이 보일 때쯤 다시 절망과 위기가 찾아온다. 

답답함과 기대는 조금씩, 아주 살짝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정말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그림이 있고, 잔잔하지만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면서 결국 생명은 방법을 찾아내는 법이고, 계속 난관을 주지만, 결코 희망과 낙관을 버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공룡과 고대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 대한 탄탄한 고민과 준비가 엿보게 된다. 그 준비는 상식을 비웃으며 익숙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이다.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사실 는 자극적이거나 커다란 한 방은 사실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작은 재미와 충격이 계속 이어지는 재미, 그리고 그것들이 쌓여서 전해주는 따듯한 만족감이 있었다.  그래서 의혹과 불신으로 시작된 작품은 그 뒤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든다. 

이제 어떤 고대 동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다음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
'고대 동물기'. 글/그림 고제형 / 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