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대표 철권 프로게이머 ATIF 아티프 이자즈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e스포츠 월드컵 2025 패배 이후 한국을 철권8 세계 최강국이라고 인정했다.
파키스탄은 철권 최강국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 철권 프로게이머 아슬란 애쉬를 필두로 아티프 이자즈, 누만, 더 존, 파진 등 다수의 선수들이 국제 대회를 휩쓸며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철권7까지만 해도 철권 3대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일본과 큰 격차로 우위에 섰다.
하지만 지난해 철권8 출시 이후에는 평가가 뒤집혔다. 철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EWC와 철권 월드 투어 파이널을 DNF 울산 임수훈과 VARREL 랑추 정현호가 우승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선수들은 최강국 타이틀을 탈환하기 위해 맹연습에 돌입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SOOP 한국 vs 파키스탄 7대7에서 승리하며 최강국의 위엄을 다시금 과시했다.
이후 한국과 파키스탄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2025 EVO 재팬에서 DRX 무릎 배재민이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이 우위에 서나 싶었지만 2025 EVO에서 아슬란 애쉬가 우승으로 판을 뒤집었다.
양국의 자존심 싸움은 EWC로 이어졌다. EWC는 철권 프로게이머들에게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꼽히고 있다. 파키스탄 입장에선 최강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EWC 타이틀이 절실했다.
하지만 EWC 2025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졌다. 파키스탄의 강자들이 예선부터 줄줄이 무너지면서 16강에 한국 선수만 12명이 올라가는 진풍경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4자리에서 파키스탄 선수는 아슬란 애쉬, 아티프 이자즈뿐이었다. 물론 파키스탄의 최강자 2명이 생존한 만큼 한국 선수들의 우승을 섣불리 확신하긴 어려웠다.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Z01 쿠단스 손병문 선수가 아슬란 애쉬를, DNF 물골드 한재균 선수가 아티프 이자즈를 꺾으며 패자조로 보냈다. 8강 전원 탈락의 대위기를 맞이한 파키스탄 선수들은 최종 진출전에서 울산과 물골드를 만났다.
울산은 첫 세트를 내줬지만 이후 세트를 연달아 잡아내면서 아슬란 애쉬를 꺾었다. 아슬란 애쉬는 마지막 세트에 안나에서 니나로 바꾸면 혈전을 펼쳤지만 울산의 기세를 뛰어넘진 못했다.
무엇보다 물골드와 아티프 이자즈의 대결이 화제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회에는 지역 특성상 팔콘 팀 응원단을 비롯한 파키스탄 팬들이 관람석을 다수 차지한다. 이미 아슬란 애쉬가 탈락해 파키스탄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티프 이자즈에게 응원이 쏠렸다. 그 과정에서 물골드에게 야유를 던지는 목소리도 울려퍼졌다.

물골드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아티프 이자즈와의 치열한 싸움 끝에 승리한 물골드는 관중석으로 다가가 통괘한 조롱 세레머니를 펼쳤다. 이는 EWC 2025 화제의 장면으로 꼽히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국에 완패한 아티프 이자즈는 자신의 SNS로 “EWC에서 탈락했다. 이번에는 제 실수로 큰 대가를 치렀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팬 여러분께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보내준 모든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항상 제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며 “솔직히 한국 선수들이 지금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와 비교하면 그들은 가장 강하다”며 한국을 최강국으로 인정했다.
팬들은 “인정하는 모습 멋있다”, “본인들이 가장 권위 있는 대회를 한국이 다 차지했는데 인정해야지”, “더 강해진 모습으로 오길 바란다”, “아티프는 호감이야”, “언제 판도가 뒤집힐지 모르니까 한국도 긴장해야 한다”, “망자한테 이겼을 땐 아티프를 누가 막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등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한편, EWC 2025에서는 울산이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역대 최초 EWC 2연패의 영예를 안았다. 2위에는 DRX 로하이 윤선웅, 3위에는 DNF 체리베리망고 김재현이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