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샘은 목 앞쪽에 자리 잡은 작은 에너지 조절 장치다. 여기서 분비되는 갑상샘 호르몬은 체온, 체중, 심장 박동까지 신진대사의 전반을 책임진다. 이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신체 곳곳에 이상 신호가 생기는데 이를 ‘갑상샘 저하증’이라고 부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갑상샘 저하증 환자는 68만여 명이다. 고령화와 함께 갑상샘암 수술 환자가 늘면서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국대병원 내분비내과 송기호 교수는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건강한 사람과 다름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송기호 교수의 설명으로 갑상샘저하증을 풀어본다.
“나이가 들면서 갑상샘 기능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갑상샘암·종양 수술로 갑상샘을 제거하면 호르몬이 나오지 않게 되고 최근에는 일부 표적항암제가 갑상샘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송기호 교수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느려진다. 증상으로는 ▶쉽게 피곤하고 추위를 많이 타며 ▶얼굴이 푸석해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체중이 늘고 변비가 생기며▶기억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된다.
심한 경우엔 심장에 물이 차거나 드물게 ‘점액수종 혼수(코마)’이라는 응급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송 교수는 “피로감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고 말한다. 대부분 피로는 우울증·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원인이 크다. 하지만 피로에 더해 체중 증가, 추위 민감, 변비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갑상샘 저하증을 의심해야 한다.
동맥경화 위험 커져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동맥경화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특히 ‘불현성 갑상샘 기능저하증(정상과 저하 사이 단계)’ 환자에게서도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심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치료법은 부족한 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는 것이다. 하루 한 번, 아침 공복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약효가 일주일가량 유지되므로 하루 빼먹었다고 큰일은 없다. 깜박했다면 다음 날 두 알을 함께 먹어도 된다.
환자 대부분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주요 원인인 ‘하시모토 갑상샘염(자가면역 질환)’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염증이 호전돼 약을 끊는 경우도 있지만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며 “평생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예방은 쉽지 않다. 자가면역 질환과 유전적 요인, 요오드 과다 섭취(김치·해조류 섭취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신 건강검진에 포함된 혈액검사만으로도 갑상샘 상태를 알 수 있어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이 질환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5배 많다. 특히 여성호르몬과 연관성이 크고, 40대 이후부터 환자가 증가한다. 갑상샘항진증은 20~30대에 많지만, 저하증은 나이가 들어서 발병하는 경우가 흔하다.
“갑상샘 저하증은 예후가 좋은 질환입니다. 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다만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습관을 들이길 바랍니다.”
-송기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