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모판막 역류증 사망률ㆍ 재입원율 낮춘 TEER 시술, 급여화 시급”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경우 교수는 “승모판막 역류증은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시술·수술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다”며 “다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와 질환의 진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한용환 객원기자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경우 교수는 “승모판막 역류증은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시술·수술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다”며 “다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와 질환의 진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한용환 객원기자


나이가 들면 신체 곳곳이 닳고 약해진다. 심장을 여닫는 판막도 예외는 아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승모판막 역류증이다. 심장의 네 판막 가운데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발생한다. 이름조차 생소하나 노령층에 호발하고 자칫하면 생명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다. 대한심장학회 대외협력이사인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경우 교수에게 그 위험성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물었다.


-승모판막 역류증이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


“심장은 우심방·우심실, 좌심방·좌심실 네 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고 각 방 사이에는 혈액의 흐름을 조절하는 판막이 있다. 이중 승모판막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존재하는 판막이다. 좌심방과 좌심실은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데,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혈액이 흐를 때는 승모판막이 열리고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나갈 때는 승모판막이 닫혀야 한다. 이때 승모판막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으면 일부 혈액이 좌심방으로 다시 역류하게 되며 이를 승모판막 역류증이라 한다.”


-질환 발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계단을 오르는 등 가벼운 활동만으로도 쉽게 숨이 차고 피로감을 느끼는 거다. 폐부종으로 진행되면 앉아 있을 때는 비교적 편안해도 누우면 호흡이 어려워져 제대로 잠드는 게 힘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노화나 체력 저하 탓으로 여겨 방치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심부전(심장의 구조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몸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을 겪게 될 우려도 있다. 심부전으로 인해 심장이 더 커지면 판막 기능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뭔가.


“크게 두 가지다. 판막 조직 자체에 구조적인 이상이 생기거나(일차성) 심실 또는 심방의 확장 등 심장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이차성)다. 일차성은 판막의 퇴행성 변화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유형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고 들었다.  


“일차성 승모판막 역류증은 판막 자체의 이상이 원인이라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권장된다. 수술 치료는 판막 재건술과 치환술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재건술의 예후가 더 우수해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다만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 탓에 수술이 어려울 땐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EER)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대안이 된다. 승모판막일부를 클립으로 고정해 혈액의 역류량을 줄이는 시술이다.  


반면 이차성은 근본적으로 심부전 등 심장 기능 저하에서 비롯돼 약물치료부터 시작한다. 수술로 판막을 교정하더라도 심장 구조가 그대로인 이상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치료 이후에도 증상이 이어지면 그때 시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이 중 TEER 시술은 어떤 장점을 갖나.


“약물치료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기존 치료에 한계가 있던 환자들에게 중요한 대안이 된다. 일차성일 때는 판막 재건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고령이거나 여러 동반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아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일정 연령 이상에서는 환자 스스로 수술을 기피할 수도 있어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다. 이차성 역류증일 때도 부작용이나 혈압 저하, 신장 기능 악화 등으로 약물을 충분히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TEER 시술은 이러한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기기 사이즈도 다양하다던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TEER 시술 기기는 마이트라클립이 유일한데 길이와 폭에 따라 네 가지(NT·NTW·XT·XTW)로 구분된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보니 시술자가 역류 범위와 위치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클립을 선택해 쓸 수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해부학 조건을 가진 환자에게도 시술이 가능한 데다 부작용 위험이 낮고 시술의 안전성과 예후도 좋다.”


-이전 방식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개선됐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달라.


“과거에는 역류 범위가 넓으면 여러 개의 클립을 반복적으로 삽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와이드 버전이 도입되면서 하나의 클립으로도 넓은 부위를 효과적으로 고정할 수 있게 됐다. 또 초기에는 비교적 얇은 클립만 사용 가능해 판막을 충분히 잡지 못하거나 클립에 가해지는 장력이 과도해져 판막이 손상될 위험이 존재했다. 현재는 보다 길고 두툼한 클립으로 압력을 분산시키고 안정적인 고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다만 여전히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도 TEER 시술에 보험이 적용되나 국내에선 아직이다. 현재와 같은 비급여 상황에서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사 입장에서도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낮출 수 있는 시술임에도 제때 권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환자 예후를 위해서는 급여화가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 외에 심장 판막 질환 치료를 위해 제언하고 싶은 부분은.


“현재 건강보험 구조상 중증 환자보다 경증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중증 심장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건강 형평성이 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시술이 보험에 등재돼도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대동맥 판막 시술은 급여는 적용되지만 시술 수가가 낮아 의료진이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이는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사기 저하, 전문성 유지의 어려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장 판막 질환과 같은 고난도 중재술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의료진이 전문성을 유지하며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