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위고비는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주 1회 투여만으로 평균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주며, 기존의 다이어트 방식에 한계를 느낀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FDA와 국내 식약처 모두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되었고, 당뇨 치료제로 먼저 개발된 경력을 가진 만큼 대사 개선 효과도 탁월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효과 이면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의료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바로 갑상샘암과 관련된 위험성이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GLP-1은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유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위고비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인공적으로 지속시켜 적은 양의 음식 섭취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해 체중을 줄이는 원리다. 문제는 이러한 작용 기전이 단순히 소화기나 중추신경계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갑상샘의 특정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갑상샘에는 칼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C 세포가 존재한다. 그런데 동물 실험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이 C세포에 작용해 과도한 증식을 유도하고, 결국 갑상샘 수질암(Medullary Thyroid Carcinoma, MTC)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위고비를 포함해 현재 시판 중인 모든 GLP-1 계열 약물은 ‘갑상샘 수질암 병력 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아직 임상에서 위고비 사용과 사람의 갑상샘 수질암 발생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갑상샘암은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GLP-1 계열 약물을 비만 치료에 적용하기 시작한 기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간의 사용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론상 GLP-1 계열 약물 사용 시 C 세포 종양이 발생할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갑상샘암 병력이 있다면 반드시 개별 리스크를 철저히 평가한 후 해당 약물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고비를 투약하고자 하는 사람이 갑상샘 질환 병력이나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 검사를 통해 위험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갑상샘 초음파, 혈액 내 갑상샘 기능 검사, 칼시토닌 수치 측정 등을 통해 C 세포와 관련된 병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경부 촉진이나 영상검사에서 결절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세침흡인검사를 병행하는 것도 권장된다.
다행히 갑상샘암 중 가장 흔한 유형인 유두암과 여포암의 경우, 발병 기전이 갑상샘 수질암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처방하기 전에 임상적으로 안정기에 들어섰는지, 최근 재발 징후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명확한 진단이 어렵거나 관찰이 필요한 상태라면, 위고비 투약은 보류하거나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위고비는 현재로써 체중 감량 효과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 중 하나이며, 비만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등 2차 합병증에 노출된 환자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이다. 그러나 약물 효과에만 집중해 잠재적 부작용을 간과하는 것은 결코 안전한 선택이 아니다. 갑상샘 질환과 관련된 병력이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사전 검사를 통한 리스크 평가와 전문의 상담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투약 중에도 갑상샘 상태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